유길향展 / RYUKILHYANG / 柳吉香 / painting   2013_1009 ▶︎ 2013_1015

유길향_밝은그림자_1211_수제종이_80×119cm_2013

초대일시 / 2013_1009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토포하우스 3관 TOPOHAUS 서울 종로구 인사동11길 6(관훈동 184번지) 2층 Tel. +82.2.734.7555/+82.2.722.9883 www.topohaus.com

노동을 통한 관조 – 나를 찾아가는 길 ● 나의 작품은 전통적 한지의 재료인 닥나무 껍질로 만든 펄프에 염색을 하여 만드는 펄프 페인팅이다. 나의 작품매체는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 거칠고 질긴 닥나무 껍질이 유연하고 아름다운 순수한 한지로 거듭나는 과정과 나의 작품 제작 과정은 닮아있다. 한지는 닥나무를 베고 찌고 껍질을 벗기고 삶고 두들기고 섞어 떠서 말리는 등의 수많은 과정을 거쳐 은은한 종이로 거듭난다. 이러한 과정의 반복이 나의 작품 제작 과정이며 이 반복 속에서 나는 작가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끝없이 나에 대한 관조를 반복적인 노동을 통해 수행해나간다. ● 닥나무는 한지 펄프가 되고 나의 화판이 되며, 나의 손에 의해 여러 색의 펄프는 화면 위에서 다시 나무의 형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무의 그림자로 돌아간다. 이렇게 이루어진 화면은 이미 나무의 일부이며 화면 위에 이루어진 형상 또한 나무의 일부이며 나 자신이기도 하다.

유길향_밝은그림자_1301_수제종이_60×90cm_2013
유길향_밝은그림자_1301_수제종이_74×113cm_2013

나의 그림 속에 있는 나무는 플라톤의 동굴 속 그림자처럼 그 실체가 아닌 나무의 그림자이지만, 서양 플라톤의 아이디어와는 반대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내 화면 속 이 찰나의 그림자는 빛과 실체와 색채의 반대적 개념인 검고 흐릿한 형태의 그림자가 아닌 다양한 색깔을 가진 생생한 그림자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해체되었더라도 그림자 형상을 이루고 있는 닥 펄프가 원래의 나무란 본질은 변하지 않은 채 단지 수많은 생각과 행동에 의해 본 모습이 가려져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현실 속에서, 그림자에 의해 가려 지지 않은 곳은 염색하지 않은 순수한 닥 펄프로 덮여지며, 이렇게 덮여지는 닥 펄프의 농도에 의해 바닥에 있는 색들이 드러나기도 하고 가려지기도 한다. 이렇게 드러나는 색들은 나무의 그림자를 이루고 있는 색이며 동시에 그림자를 품고 있는 자연이기도 하다.

유길향_밝은그림자_1305_수제종이_90×60cm_2013
유길향_밝은그림자_1306_수제종이_48×118cm_2013
유길향_밝은그림자_1307_수제종이_170×360cm_2013

또한 나무 그림자나 여백에 거울이 사용되기도 하였는데 여기에 사용 된 거울은 날이 선 선명한 상이 아닌 흐릿한 상으로서 관람자의 모습이 맺히도록 사포로 마모되었다. 이 흐릿함은 그림자의 흐릿함을 닮았다. ● 이 상은 또한 나무의 그림자와 같이 관람자의 위치와 움직임에 따라 항시 변하며 동적인 이미지를 이룬다. 이렇게 가공된 관람자의 그림자 상은, 같은 화면 속에 병치된 닥나무의 윤회과정을 상징하는 생생한 닥 펄프와 어우러진다. 바람과 빛에 의해 항시 변하는 자연 속 나무의 그림자 형상과 펄프와 나의 화면 그리고 나무의 그림자 형상으로 변하는 닥나무, 그리고 마지막으로 항시 변하는 관람객의 형상, 이 모든 시각적 장치를 통하여 나는 우리가 보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현실과 나무의 변화과정이 모두 윤회 속의 찰나임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 이러한 작품제작 과정은 끊임없는 노동을 요구하며, 명상적 노동의 과정은 자아 성찰일 뿐 아니라 내 자신을 단련시키는 정화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 여정에 나는 관람객을 초대하고자 한다. ■ 유길향

Vol.20131013a | 유길향展 / RYUKILHYANG / 柳吉香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