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의 표면과 깊이 The Surface and Depth of a Pause

정헌조_조성연 2인展   2013_1014 ▶︎ 2013_1115 / 주말,공휴일 휴관

정헌조_the hinge of the Way_종이에 흑연, 엠보싱_53×72cm_201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샘표식품 주식회사 기획 / 양옥금

관람시간 / 10:00am~05:30pm / 주말,공휴일 휴관

샘표스페이스 SEMPIO SPACE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매곡리 231번지 Tel. +82.31.644.4615 www.sempiospace.com

"그리스어로 메타포metaphor는 '짐꾼'을 뜻한다. 꿈과 상상력 속에 발송과 전달이라는 운송의 행위가 얼마나 깊이 내재되어 있는가를 일깨워 주는 예이다." (존 버거 John Berger) ● 익숙한 길을 지나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었을 때 눈 앞의 것들은 때때로 어떤 낯선 장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무대 위의 연극이 한 순간에 중단되었을 때 정지된 그 장면은 서사와 시간의 흐름을 이탈한 메타포가 됨으로써 하나의 신화myth를 지니게 된다. ● '정지pause'라는 것은 연속적으로 흐르는 물과 같은 '시간'과 멈추어 있지 않은 상태, 즉 '움직임'과 필연적으로 연관된다. 존 버거John Berger는 "정지란 시간이 대립하는 힘들에 의해 창조된 순간적인 평형상태일 때 발생한다."고 했다. 순간적인 평형 상태는 그가 말하는 것처럼 정지된 순간이 어떤 것의 '일부분'이 아닌 상상력을 통해 전체를 구현할 수 있게 하는 시간과 경험의 깊이와 밀도를 함께 함축하는 것이다. ● 캔버스와 종이, 또는 사진 속의 형상들은 단순히 말하자면 어떤 '정지'된 이미지들이다. 특히 사진은 포착된 피사체를 프레임 안에 정지된 상태, 즉 '얼어붙은 순간'으로 존재하게 하는 태생적 특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정헌조와 조성연은 드로잉과 판화, 그리고 사진이라는 각기 다른 매체를 통해 작업을 한다. 연필로 수 겹의 선을 긋는 지난한 작업과정으로 완성되는 정헌조의 드로잉과, 직관적으로 선택한 대상과 오랜 시간을 들여 서로 호흡하듯이 교감하는 과정을 한편의 시처럼 담아 낸 조성연의 사진 작업들은 어느 지점에서 서로 닮아 있다.

정헌조_the hinge of the Way_종이에 흑연, 엠보싱_53×130.4cm_2013
정헌조_the hinge of the Way_종이에 흑연, 엠보싱_162.2×130.3cm_2010
정헌조_the hinge of the Way_스크린 인쇄, 엠보싱_53×45.5cm_2013
정헌조_The One is the All, the One is the One_스크린 인쇄, 엠보싱_45.5×53cm_2013

정헌조는 '시간성', 그리고 '부분과 전체'와 '있음과 없음의 경계'라는 주제들을 시리즈의 작업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업은 드로잉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인 종이 위에 연필로 형상을 그리고 그 나머지 여백의 일부분을 엠보싱(요철)을 주어 그것이 만들어 내는 음영이 화면 안의 이미지와 조응하도록 한다. 화면 중앙에 있는 그릇 혹은 용기(容器)와 같은 형상들은 비움과 채움이 다르지 않음을 간결하게 보여준다. 또한 그의 판화 시리즈들은 화면의 구성과 이미지의 간결성에 있어 드로잉과 통일성을 가지지만 다양한 색감의 사용으로 정헌조 작업의 이면을 보여준다. 흑연의 모노톤으로 완성된 그의 드로잉은 언뜻 형이상학적 주제들과 더불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급속하게 변하는 복잡한 현대사회의 모습을 벗어나 보다 단순하고 근원적인 것들에 대한 성찰과 질문을 제시한다. 이 같은 정헌조의 작품은 고요하고 정적인 듯 보이지만 절제되고 정제된 이미지의 이면에 경직된 관념을 넘나드는 유연성과 다양한 변모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

조성연_발아발화 發芽發花 무궁화씨앗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50×40cm_2011
조성연_발아발화 發芽發花 싹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80×110cm_2011
조성연_발아발화 發芽發花 완두싹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50×50cm_2011
조성연_사물의 호흡-버들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61×44cm_2006
조성연_사물의 호흡-도자기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61×44cm_2006

조성연은「화경 花景」,「사물의 호흡」,「발아 발화 發芽 發花」등의 사진 작업을 통해 정물still-life, 혹은 정물에 가까운 사진 작업들을 선보여왔다.「사물의 호흡」시리즈에서 작가는 일상적인 사물들을 응시하고, 함께 숨을 쉬듯 교감하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고유한 순간'을 마치 안개 속에 풍경이 드러나고 감춰지듯 감성적인 화면으로 보여준다. 돌과 꽃잎, 도자기와 천, 도자기 속 나비와 같이 낯설지 않은 오브제들의 만남과 이를 포착한 프레임은 낯섦과 익숙함, 필연과 우연의 경계에서 미세한 떨림을 준다. 최근작인「발아발화」는 열림을 전제로 하는 닫힘, 생명을 전제로 하는 죽음처럼, 대비되는 개념들을 생명과 성장을 함축하는 씨앗이라는 구체적인 소재를 통해 보여준다. 작가의 의도에 의한 수평적이며 미니멀한 화면의 구성은 간혹 정물보다는 풍경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데 이러한 조성연의 사진이 보여주는 고요한 이미지 너머에는 시간의 직선적인 흐름에서 벗어난 응축된 에너지와 가능성들이 자리한다. ● 버거Berger가 말하는 어떤 바위의 표면, 그 표면 위로 엷은 막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물이 흘러가는 암석의 모습과 같이 정지된 이미지 속에 운동성과 변화를 내포한 정헌조와 조성연 작품들은 멈춘 듯 보이지만 심연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강의 풍경과 맞닿아 있다. ■ 양옥금

Vol.20131014d | 정지의 표면과 깊이-정헌조_조성연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