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거품

김인展 / KIMIN / 金仁 / painting   2013_1011 ▶︎ 2013_1023 / 10월21일 휴관

김인_17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7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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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1012_토요일_06:00pm

2013 롯데갤러리 대전점 창작지원展 3부

관람시간 / 10:30am~08:00pm / 10월21일 휴관(백화점 휴점일 휴관)

롯데갤러리 대전점 LOTTE GALLERY DAEJEON STORE 대전시 서구 괴정동 423-1번지 롯데백화점 9층 Tel. +82.42.601.2827~8 www.lotteshopping.com

오래된 거품 – 집단의 틈에 던진 조크 ● 그 무엇으로부터 단정지을 수 없는 불확실한 역사와 진실 앞에 무기력하게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현실이라는 실체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 김인은 자신의 주변에 손에 닿는 일상의 오브제를 이것저것 모아서 캔버스 안에 구겨 넣는다. 구겨 넣는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냥 대충 그린다. 뭐 이 사회가 대충대충 생겼다는 듯이 별 생각 없이 그림을 그린다. 언제부턴가 그 냥 툭 던지는 힘겨운 말 한마디와 고단하게 사는 현대인처럼 현실의 모퉁이에 기대어 앉아 있는 작가를 처음에 만났었다. ● 그런데 작품에 대해 많은 시간 이야기 하고 천천히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쉽게 드러나지 않는 묘한 구석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 것은 절묘하게 조각난 세상의 편린들이 퍼즐처럼 뒤엉켜 숨겨져 있음을 감지하게 되는데, 그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그만의 놀이이자 숨바꼭질이며 세상의 틈에 던진 자신의 독백이다. ● 그의 작품을 일단 보면 하나같이 세상을 바라보는 초점 없는 눈동자들이 있다. 이 시선들은 어디서부터 출발을 했는지 그 지점이 모호하지만 불확실한 무언가가 연속성을 부여 받아 마치 무언가를 갈망하듯 어딘가를 응시한다. 이처럼 허공에 맴도는 이 시선들은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과 많이 닮아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가치나 기준이 모두 이 허공 속에 존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 곳을 응시한다. 이 허공은 항상 흔들리고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 또한 흔들리고 항상 바뀐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인류를 지탱해 온 이 사회는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사회구성원으로서 교육을 받고 무감각한 인간으로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김인의 작품은 처음에 말한 것처럼 이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미지들로 꽉 짜여져 있다. 국가와 권력 속에 모든 관계들이 얽히고 섞여 있고 그 실체가 드러나 있지 않는 사회, 그 속을 다른 시각으로 천천히 들여다보면 가느다란 관계망들로 교묘하게 구성된 사회를 발견하게 된다. 모든 물체에는 단순하게 생긴 것이 하나도 없다. 어디엔가 필요하고 누구엔가 충족될만한 모양과 칼라는 누군가가 의도대로 결정되며 욕망의 끝부분까지 철저하게 계산된 일상의 오브제와 마주하게 된다.

김인_59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162cm_2013
김인_4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5×117cm_2013
김인_맨붕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65cm_2012
김인_bananarama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62cm_2011

초점 없는 시선들, 낡은 흑백사진 같은 작품 속에 인물들이 하나 같이 모두 한 방향을 응시하고 있다. 이것은 역사적인 사건의 한 장면이다. 이 장면들은 각 기 다른 의미를 담고 있지만 작가의 선택에 의해 화면으로 옮겨진 작품들이다. 역사적이면서도 혹은 일상적이면서 최근 이슈가 되는 인류적인 문제를 제시하는 듯 한 장면까지 작가의 관심은 세상과 맞닿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이미지는 작품을 보는데 있어서 그렇게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는 것 같다. 사진 같은 장면 속에 엉뚱한 오브제가 등장한다. 그 것도 너무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너무 쉽게 들켰다. 그 것은 어느 정도 계산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것은 이 이미지들 속에 있는 사건이 있었던 시대부터 마치 내가 알지 못하는 시공간의 세상에 떠돌다가 내 앞에 왔을 때는 이미 인터넷에 떠돌다가 감염된 캔, 검정테이프 이미지가 엉뚱하게 같은 시공간에 갇혀 한 시간대에 공존한다. 이 역사적인 이미지는 그 실제의 공간에서 사진을 찍히는 순간 그 시점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소멸되어 간다. 사진의 시공간은 지금 현재와 다르지만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뒤엉킨 시간을 끌어들여 작가의 시야에 들어왔다. 너무 많이 상실되어 마치 실재라고 닮아 있다고 착할 정도로 너무 변질된 이미지들이다. ● 모든 이미지들은 오래 전에 소멸된 이미지들이다. 사진을 찍는 순간, 현재에서 벗어나 소멸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소멸된 이미지는 다시 작가의 손에 의해 다른 시간을 넘어 재창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냥 발견 되어질 뿐이다. 작가는 그 것을 그냥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탐구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발견하고 있다. 그 것을 발견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 이 지점에 있어서 김인의 작품은 다른 작가들의 접근방식과는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그 것은 얼핏 보면 이 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은 화면에 단순하게 구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 사물들이 아무런 상관관계 없이 연결되어 있는데 보는 이들의 눈에는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마치 관념화된 인식구조를 조롱하듯 그 만의 숨바꼭질을 즐긴다.

김인_Glu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11
김인_explosio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2×72.5cm_2012

현실을 인정하면 인정할수록 자신이 파놓은 미궁 속으로 빠져, 의심조차 상실한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 탑처럼 이미지를 쌓아 올린 햄버거 식의 작품, 또 다시 한 곳만을 응시하는 장난감들, 반복적인 패턴, 마치 대량생산의 현대의 한 구조체계를 보는 것 같지만 사실 이것에서도 비밀이 숨겨져 있다. 괭한 눈, 같은 패턴으로 화면을 가득 메운 장난감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같은 것처럼 보이는 현대인들과 닮아 있다. 타인 속에 자신을 숨기는 방식으로 정신적으로 상대방에 기생하며 눈치 보면 살고 있는... 그런 인간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인간들은 서로 닮아 간다. 이처럼 현실을 직감하는 작품은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마지막 비상구이다. 현실은 사실 불안정하고 어설프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것이 문제다. 하지만 김인은 그것이 불안정하고 어설프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그리는 것이다. 그 실체를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그 실체는 자체적으로 파괴되어 버리도록 내버려둔다. ● 수면 위에 발견되는 작품의 작은 조각들은 마치 비밀을 푸는 작은 단서가 된다. 그 단서들은 마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진실을 가능한 근접하여 실체의 존재를 밝혀내려 하는 우리들의 의지, 욕망을 찾도록 유도한다. 아주 작은 단서들은 세상을 밝혀내는데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한다. 세상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물음을 계속 던지는 것, 그 것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이 시대를 고민하고 철학하도록 유도한다. 작가는 오히려 주변에 널려져 있는 일상의 도구들을 통해 이 시대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인지하도록 유도한다. 그 것은 아무리 견고하다고 하더라도 어설프게 숨겨진, 어쩌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오랜 시간 찾다가 포기하고 제 자리에 돌아오면 언제 있었냐는 듯이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것들...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없는 것이 아닌... 그 무언가를 찾아 끊임 없이 찾아 떠날 수밖에 없는 그 외로운 길이 그의 내면 뒤안길에 놓여져 있을 것 같은 이 느낌은 나에게 조용히 다가오곤 한다. 작가로서 대충 산다는 것, 작가로서 대충 그린다는 것 그 것이 제일 어려운 길이다. ■ 김민기

Vol.20131015f | 김인展 / KIMIN / 金仁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