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별, 사람들

정지영展 / JEONGJIYOUNG / 丁志榮 / painting   2013_1022 ▶︎ 2013_1031

정지영_한여름 밤의 꿈 A Midsummer Night’s Dream_캔버스에 혼합재료_162×336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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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1022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요일_12:00pm~05:00pm

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안국동 7-2번지) Tel. +82.2.738.2745 www.gallerydam.com cafe.daum.net/gallerydam

빛이 내리는 그곳에, 삶이 번지다. ● 빛이 공간을 물들이고 그 빛을 바라보던 시간이 지났다. 그의 빛은 특별하거나 비밀스러운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마주하던, 순간 감성에 와 닿았던 빛이었다. 빛이 순간처럼 느껴지는 그곳에서 그 빛이 물들인 공간 속의 사물을 인지하려면 응시의 시간이 필요했다. 2009년 개인전 이후 작품과 마주하기까지 긴 호흡의 시간이 있었고 이제야 다시 화면을 내어 보인다. ● 다시 화면과 마주하기까지는 비우는 시간이 필요했다. 목적 없이 길을 나서는 시간들, 시를 읽고 노래를 듣고, 생각과 감정을 끼적거리던 시간들이 있었다. 흔적들과 기억들을 뒤척여 지나간 경험들을 들추어내는 시간들이 있었다. ‘응시’의 시간을 넘어 ‘사유’의 시간을 가지는 순간이다. 그에게 이런 시간들은 뚜렷이 잡히지 않는 대상을 찾는 과정과의 병행이다.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하며 선과 색과 대상을 ‘놓는 법’을 알아간다. 흔적들을 놓아본다. 그 흔적들이 쌓여 그간의 시간들이 묻어난다. 대상의 겉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마음 깊은 곳의 그대로를 표현하기 위해 비우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했다. 채워진 것을 비우기 위해 글자를 쓴다. 의미 있는 글자를 쓰다가 어느새 의미 없는 선들이 이어진다. 선이 이어지고 모아지고 흩어지기를 번갈아하는 그 행위 끝에 돌이 있고 사람이 있다. 이런 과정을 보면 그의 작품의 근간은 형(形)이 아닌 선이다.

정지영_Loud, Loud, Loud_캔버스에 혼합재료_122×162cm_2013

마음을 다 내어주기 위해 길을 나선다. 가는 곳, 눈길에 닿은 것을 기록한다. 「집으로 가는 길」에 마음을 비운 무덤덤한 발걸음 사이로 시선에 닿는 것들이 있다. 빛이 쏟아져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 숲길에서 그늘에 가려, 빛이 닿지는 않지만 웅크린 듯 그 자리에 있는,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킬 것 같은 돌들이다. 뜻하지 않은 ‘발견’이다. 우연히 마주한 돌무더기는 그의 작품 속 대상들과 닿아 있었다. 수많은 선의 흔적들, ‘찾기 위해’ 가지고 있던 것을 비우기 위한 수많은 발걸음들, 무심히 반복하던 행위들이 이제야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중독적 집착이 가져온 결과이다. 알고 보면 이 과정들은 새로운 것을 찾고 낯선 것과 대면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는 관점의 전환과 익숙한 것과의 새로운 관계를 맺는 시간들이었다. ● 이번 작품들에는 그저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삶의 부분과 직접 체험한 삶의 부분들이 함께 등장한다. 관찰자의 입장이라고 해서 방관적인 시선은 아니다.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그들의 움직임을 따르고 그들이 다니는 곳의 분위기도 공유하는, 감정이입형 관찰자로서의 시선이다. 그러한 시선이 잘 표현된 작품이 윤동주의 시와 로렌스 티르노의 시에서 제목을 빌려온 「별 헤는 밤」 시리즈와 「잠 못 이루는 사람들」, 그리고 「한여름 밤의 꿈」이다. 잠 못 이루는 늦은 밤, 도시의 화려한 불빛 속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바라본다. 그의 시선에 들어오는 형상들은 제 걸음을 딛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 형상들은 밤이 되어서야 제 빛을 발하는 별들처럼 ‘총, 총, 총’ 자신의 흔적을 발한다. 사람을 따라, 그 움직임을 따라 시선이 유영하고, 그 유영하는 시선은 사람들 간의 관계를 만든다. 그에게 별 헤는 밤은 사람을 들여다보는 밤이고 마음을 헤아리는 밤이다. 비록 구체적이지도 않은, 반추상적 형상을 띠고 있지만 그 시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정(詩情)을 교감하게 하는 감정적 추이를 이끈다. 아니 비록 시 구절을 모르는 사람들일지라도 별 헤는 밤,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의 심정을 교감하고 공감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작가가 그들의 삶 속으로 자신의 삶을 들여놓은 것처럼.

정지영_잠 못 이루는 사람들 Sleepless People_보드에 혼합재료_50×50cm_2012
정지영_집으로 가는 길 The Way Home_캔버스에 혼합재료_72.5×91cm_2012

그리고 구체적 삶으로 들어간 작품들이 있다. 그간 다녀온 봉하마을과 강정마을, 그리고 친구 어머니 죽음으로 방문하게 된 곳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익숙하지 않은 떨림을 전달한다. 친구 어머니의 죽음이 계기가 되어 보게 된 불공장면, 「돌아가는 길」의 숙연하고 침울한 분위기 속에는 그곳에 있는 사람들 서로가 감정으로 연결된 인연임을 느끼게 한 숭고한 경험과 삶의 내러티브가 녹아있다. 그리고 겹침과 번짐의 색층들과 서로 이어진 듯 미세하게 보이는 선들이 감정의 동화를 이끄는 분위기를 더한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에는 고요함 속에 숭엄함이 포진한 듯 마음을 아리게 하고 명상에 잠기게 하는 분위기가 우러나 있다. ● 그의 작업은 배경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의 배경은 대상을 위한 구체적 배경이 아니다. 그의 생각 속에 갇힌 것을 하나씩 끄집어내는 행위로 그 위에 무엇을 그릴 것인가를 결정짓게 하는 토대가 된다. 다양한 재료의 물감을 사용한 색 겹치기와 종이 덧붙이기, 그리고 새기기와 긁기도 더한다. 여기에 자연스런 번짐이 더하여져 여러 색-스며듦과 드러남-이 섞인 미묘한 색층이 우러난다. 온전한 제 색이 아니라 서로를 우려내는 색이다. 칠하고 다시 지우고 붙이고 다시 찢어내고 수많은 반복 속에 비로소 배경이 드러나면 그 위에 선을 운용하여 형을 만들고 그 형에 다시 색을 채운다. 그 흔적들은 다양한 층위를 만들고 그 위에 색점들이 빛난다.

정지영_돌아가는 길 The Road to Return_캔버스에 혼합재료_24×33cm_2012

그는 여력을 다 소진한 때를 대비해 다시 더듬을 추억의 매개들을 작품 곳곳에 심어놓는다. 그 어딘가에서 마주했던, 시선에, 가슴에 닿았던 사물들이다. 그리고 그가 읽고 들었던 글귀와 가사들에서 공감했던 것들이다. 그 사물들은 그의 그림 속에 예기치 않은 곳에 간간히 등장한다. 회갈색의 색점들이 화면에 가득하다. 서로가 맞닿아 의지하고 있는 그 색점들은 돌처럼 보이지만 삶의 곳곳에서 스케치한 대상들이 「Loud, Loud, Loud」 에 담겨있다. 「한여름 밤의 꿈」 속의 아련한 환영처럼 형형색색 색점들이 유영한다. 가까이 다가가면 선들이 그 색점들을 연결 짓고 있다. 이 역시 그가 다니며 마주쳤던 사람들이다. 강정마을 사람도, 몸빼 입은 할머니도, 낯선 곳에서 마주친 사람도 그 속에 있다. 단편적인 이미지들이, 삶이 모여 하나가 되고 관계를 맺는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는 것은 그의 기억과 경험의 지점을 딛는 행위가 된다. 뚜렷한 형체가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들은 구체적인 대상이다. 선이 돌이 되고 돌이 心(마음)이 되고 사람이 된다. 그리고 사람이 입은 색점이 하늘에 빛나는 돌(별)이 되고 사람이 딛는 돌이 된다. 선이 사람과의 인연이 되고 겹겹의 색층들이 시간이 된다. 수많은 무의식적인 선은 일상적인 삶의 과정에서 녹아든 대상이었다. 밤길을 오가는 사람들이고 여행길에 마주친 사람들 혹은 눈길에 닿았던 사물들이고 길거리에 툭툭 걸쳐지는 돌들이기도 한 그것들은 내러티브가 만들어낸 ‘인상’의 기호들이고 단순히 보이는 현상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결과로 나온 기호들이다. 이런 기호들을 통해 우리는 그의 경험의 아우라와 동반한다.

정지영_별 헤는 밤 A Starry Night_보드에 혼합재료_50×50cm_2012

이번 길을 통해 그는 자신이 찾던 것, 그리고 찾은 것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흔적, 그간 품고 있던 생각, 그리고 지나온 시간과 닿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빛이 가득한 풍경, 특정한 지명과 사물,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구체적 지명이나 상황을 드러내지 않는 추상적 배경 속에서, 그가 곳곳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이야기, 시와 노래에서 구절구절 읊조리는, 어찌 보면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는 이야기로 옮겨진다. 이것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몸짓이고 다른 사람의 삶으로 한걸음을 딛는 행위이기에 그의 삶이 다른 사람과 어우러지는 시작이 된다. 빛의 층위들은 배경 속으로 숨어들어 은은하게 그 색을 드러내고 그가 마주쳤던 수많은 사람들은 색점이 되어 그의 그림 곳곳에 등장한다. 마치 추억의 실타래를 풀어놓듯 그는 그들과의 연을 놓지 못하고 그의 과거와의 조우를 반복한다. 우리가 그의 삶과 마주하듯, 비록 그것이 한여름 밤의 꿈처럼 아련할지라도. ■ 조은정

정지영_낮잠 A Siesta_종이에 잉크, 색연필_21×29.7cm_2012

Life runs where Light falls ● Light spread on the space and time passed away with it. The light was neither special nor secret. It was just light which always faced and touched us in our daily life. At the solo exhibition in 2009, this light stayed on all objects Ji-Young Jeong dealt with in her paintings. However, as we usually need some time to perceive objects where the light becomes momentary, she has taken long time to face images again until she composes scenes on her canvas since 2009. ● A considerable amount of time has been required; time to wander the streets, time to read poems, time to listen to music, time to draw out thoughts and feelings, and time to review traces and memories. It is the time to have the moment of 'reflection' beyond 'gaze'. The traces are carved on her canvas one by one, and eventually to project her time with thoughts. It is the process of searching the invisible objects. she keeps filling and emptying canvases until she finds the way to place 'color', 'lines', and 'objects' on her canvas. To display all aspects of objects, she writes letters. Letters become lines. And these lines, repeatedly connected and joined to each other, comes to a person and a stone. Therefore, her works might be based on lines, not forms. ● In search of objects, the artist hits on the road. She records what she sees and where she goes. This is the way she begins with her works. In The Way Home, where line of sight on her calm traces, the things are shown. They are the crouching stones which seem to stay there forever, even if they don't have any sunshine under the shadow in the woods. It was an unexpected discovery! She found various shapes and feelings by people in the pile of stones, which reach to the lines of objects in her canvas. The numerous traces of lines and foot-steps to discover the momentary memories are slowly exposed to the real world through her canvases. This is the outcome from Jeong's long observations and obsessions. In this respect, her journey to paint can be the life to relate all daily things to the new viewpoints, not to find the new things. ● This exhibition reveals Jeong's aesthetic point of view, that is not only onlooking. She maintains an emphatic perspective of people to share all moods and emotions with them. A Starry Night, a title from Dong-Joo Yoon's poem, Sleepless People from Lawrence Tirno's, and A Midsummer Night's Dream show this kind of perspective well enough. In sleepless night, she stares at the people's movement under the city lights. Her eyes are wandering with people walking to where they belong until it builds some sort of relationship between them. A Starry Night to her is a night to look into people's minds, as if she steps in their lives. ● We see some paintings to get into realistic and specific lives as above. Bong-Ha village, Gang-Jung village, and another place she went for the funeral of her friend's mother, deliver her strange fever. In The Road to Return, a scene from a buddhist praying in the solemn funeral presents a lofty ideal and stories of our lives. The overlapping and spreading of color layers adds pure empathy to eyes. This is why her paintings have the sublime tone in silence to make us touched and fallen into meditation. ● The artist starts works from building a background, which is not concrete for objects. It is a basis of the decision on what she will draw. She uses various kind of materials and paints such as overlapping colors, carving and scratching, and collage of papers. The multiple layers of color are from this working process through painting, erasing, and adhering canvases many times. ● To save her energy and power from this whole painful process, the artist plants some mediums of memories in her pieces. They are the objects to touch her in some places, through her eyes. They can be some phrases and lyrics, which occasionally appear in her paintings even in unexpected spaces. The dots with different colors merged into each other might look like stones to contain the objects deliberately sketched in Loud, Loud, Loud. In A Midsummer Night's Dream, we see floating dots like an illusion, whose metaphor is every kind of people she has met; folks in Gang-Jung village, an old woman in Korean traditional baggy pants, and an etranger she encountered on the road. Therefore, the dots might look immaterial in a distance, but they are found specific figures in a close sight. They can be numerous stars in the sky. and they can also be countless stones and people on the earth. Ultimately, the dots of people are stars in the sky. In this way, all pieces of images in her paintings relate to each individual life. Dots become lines. Lines form stones. Stones turns our minds and souls. And lastly, a human comes after them. All those lines have arisen from the elements of our lives; people we meet through Sleepless Night, objects we reach with our eyes, and stones we absently tread on. They are symbols out of our images composing our days. Every symbol is based on the artist's efforts to approach the essence of being. Consequently, we might be able to share the painter's aura of experiences through these symbols in her paintings. In other words, to look through her drawings is to put our steps in her experiences and traces. ● In this exhibition, we can see what Jeong has longed for is what she has already had nearby; the traces she went through, the thoughts she explored, and the time she spent. The sceneries with full of light, the towns with particular names, and the villagers with simple life get special stories on her canvas. It can be our story to move toward others' life, and our gestures to listen to other voices. The people and things with colorful dots can never be forgotten nor vanished since they keep telling us a story about the memories and traces on the background composed by her multiple layers of color. So while we appreciate her paintings here, we can draw a picture of our past and present together in our minds. Even if it might be a blurred image just like a midsummer night's dream. ■ Cho Eunchung

Vol.20131022b | 정지영展 / JEONGJIYOUNG / 丁志榮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