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습작

김선영_박주현 2인展   2013_1024 ▶︎ 2013_1122 / 주말,공휴일 휴관

김선영_The Salt Vessel 201303_레진, 대리석, 성서_55×46×39cm_201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주말,공휴일 휴관

리나갤러리 LINA GALLERY 서울 강남구 논현동 229-26번지 해광빌딩 1층 Tel. +82.2.544.0286 www.linaart.co.kr

김선영-어머니의 생애, 여자의 삶 ● 연분홍빛 혹은 우리네 피부색에 유사한 색상으로 이루어진 형태(조각)들과 그림(부조)들은 몽상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특정한 대상이 간략화 되거나 그 일부를 추출해 확장시키거나 변형시킨 자취들이 만든 이 기이한 사물들은 전체적으로 이야기 구조 안에 걸려들어 있다는 인상이다.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짙게 풍기는 몇 가지 사물들 간의 만남, 접목으로 만들어진 기이한 변형태의 형상들과 개별적인 사물들은 그렇게 '네트'화되어 상호간 연관성의 자락을 길게 드리운다. 그리고 이는 작가의 주제와 맞물려있는데 그녀는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순환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리고 이는 인간의 삶 역시 대를 이어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그 어머니의 생애를 자식인 내가 또 다시 반복해서 살아내고 있음을 새삼 인식시킨다.

김선영_The Salt Vessel 201201_레진, 대리석, 성서 등_52×27×19cm_2012

작가는 에폭시를 이용해 뭇생명체들과 어머니, 여성의 삶과 관련된 물건들을 만들어냈다. 그 사물들은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의 삶에서 연유하는 것들이다. 그러니까 한복, 버선, 비녀, 골무 등이고 또 다른 것들은 낙타 등을 포함한 수많은 생물들의 형상을 빚거나 그려놓았다. 유기적인 형태를 보여주는 이 사물들은 부풀어오르거나 부드러운 곡선과 봉곳한 볼륨을 머금고 있다. 생명의 특징을 함축하고 있으며 자신의 삶의 환경에서 접한 무수한 생명이미지들이다. 작가는 그러한 이미지들을 부조화시켜 놓거나 이질적인 것들끼리 상호접목 시켜놓았다.

김선영_The Salt Vessel 201319_레진, 대리석, 성서 등_47×33×7cm_2013

버선과 가슴, 비녀와 낙타, 골무와 눈물, 한복 상의와 문고리, 치마와 낙타 등이 한데 맞물려 어우러진 형상은 어머니와 여자의 생애를 서사적으로 기술하는 이미지 전략에서 오는 병치와 혼합, 하이브리드적인 연출 감각을 보여준다. ● 아울러 그 사물들의 피부, 표면은 끌로 가늘게 파낸 흔적들과 선으로 새겨진 자취들이 어우러져 지난 생애의 여러 상황, 사연, 감정 등등을 가시화 하는 표현수단으로 쓰여진다. 조각/회화가 한 자리에 서식하는 풍경이다. 여기서 선은 또한 시간의 온축이다. 형상에 표정과 사연을 얹혀놓기도 하고 오랜 시간(기억)의 누적과 흐름을 파문처럼 그려놓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근작에서 엿보이는 것은 좀더 회화적인 충동이랄까, 영상적이고 서사적인 흐름으로 연루되는 각각의 장면들이 한 공간에 놓여져있다는 느낌이다.

김선영_The Salt Vessel 201306_레진, 대리석, 크리스탈, 성서_42×37×22cm_2013

여자로서,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삶을 살아가면서 작업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는 자신의 삶의 풍경 위로 자기 어머니의 생애가 고스란히 내려앉음을 체감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우리네 삶이란 그런면에서 보면 그 간의 인류 전체의 생애를 다시 한번 자기 육체로 반복해서 살아내는 것이다. ● 작가는 새삼 자신의 어머니의 삶을 반추해본다. 어머니가 자신을 낳고 기르고 살아왔을 삶이 현재 자기의 삶에서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본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있어 어머니란 존재가 무엇이었는지를 조용히 물어본다. 어머니는 사막 속의 오아시스였을까? 유목민을 이끌고 그 습지를 찾아가는 낙타였을까? 현재의 나 역시 그런 어머니의 여정을 따라 낙타의 행렬을 이루며 가는 것은 아닐까? 수많은 바느질로 헤진 골무는 어머니의 눈물 그 자체였으며 어머니의 옷은 가족들의 성채이자 유일한 보금자리였던 것이다. 자신의 현실을 꿋꿋하게 지켜나가셨던 이의 삶을 새삼 반추해보면서 현재의 나를 물어보는 작가의 근작은 그런 의미에서 여성적 주제의식과 자의식과 연관된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확장되어 모든 생명체와 보편적인 인간 삶의 생애를 질문해보는 선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본다. 그리고 이는 초현실적인 연출과 사물들의 병치, 한 사물에서 또 다른 사물로의 비약, 풍경적인 설치, 회화와 조각의 공존 등을 통해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는 인상이다. ■ 박영택

박주현_운수좋은날_벽걸이 부조_10×30cm_2013

박주현은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도구를 빌어서 이야기해왔다. 엄밀히 말하자면 도구를 만들기 위한 도구의 자루'를 이야기 전달을 위한 용도로 사용한다. 그는 본래적 기능수행과 지지대라는 도구 머리와 자루의 역할적 위계를 역전시켜서 이야기의 토대와 구현체라는 새로운 도구성과 장소적 의미를 부여한다.

박주현_kiss_망치_35×15×13cm_2012

조각가 박주현에게 도구는 재료인 동시에 소재이다. 그는 도구와 도구적 인간이 이룩한 세계, 그 안에서 욕망하는 인간의 모습들을 도구의 자루에 극소형상으로 새겨 넣는다. 그리하여 그의 「도구 이야기」는 감성과 이성이 충돌하며 유목과 정주, 구속과 자유 사이에서 갈등하는 동시대인들의 모순적 욕망을 때로는 사실적으로 때로는 상징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이 본 이야기, 제3자로부터 들은 이야기, 그리고 제3자적 관점에서 전하는 자신의 이야기 등 특정 서술시점이나 일정한 서술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있다. 또한 시간적 전후 관계나 기승전결의 일관된 내러티브도 없이 수평적으로 펼쳐 놓아서, 개별 에피소드들의 (실재와 상징, 상상의) 시공간들이 교차하며 작가적 우주를 이룬다.

박주현_어린왕자_망치_38×20×19cm_2013

도구 위에 올려진 에피소드들은 애초의 작가적 서술시점에 상관없이 연극적 상황을 연출하며, 누구보다 먼저 조각가 박주현을 서정적 심리 공간과 대면하게 한다. 낡은 도구와 자루, 그리고 그 안에서 (혹은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형식 구조는 세계 안에서 인간의 자율적 의지와 시도 그리고 순환적 한계를 경험하게 한다. 그는 자신의 「도구 이야기」를 도구에 새겨 넣으면서, 자신이 새겨 넣고 있는 이야기를 보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도구로부터 듣는 듯한 행위 주체의 혼란을 유발한다. 그리고 자신의 창작행위를 포함하여, 도구적 인간이 창조한 도구문명의 세계 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행위에 내재한 자기 복제성 혹은 자기 반복성에 직면하게 한다. 이러한 작가적 경험은 멜랑꼴리한 감성을 자아내며, 스스로 이루어낸 기술문명으로부터 소외된 인간의 문제라는 동시대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박주현_사슴_망치_41×10×5cm_2013

조각가 박주현은 자신이 바라본 인간 군상들의 모순적 욕망과 한계를 질타하거나 비판하기 보다는 도구와 인간의 심리적 대결구도 속에서 독특한 골계를 이끌어낸다. 그의 「도구 이야기」는 해학과 유머, 반어적 모순을 오가며 자신이 이룩해낸 기술문명으로부터 소외되어 하나의 도구로 전락한 우리 스스로로 하여금 창조적 인간 존재에 관한 물음을 던지도록 한다. 그리고 예술가의 도구적 행위가 지닌 사회적 역할과 의미는 무엇인가라고 끊임없이 묻게 한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도구를 쥐고 선 지점이자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듣게 되는 지점, 그리고 이야기의 토대와 구현체를 연결하는 또 다른 구현체인 바로 그 지점에서 해답을 찾은 듯하다. 첫 개인전에 이은 이번 「도구 이야기」에서 도구 개체들을 결합하여 만든 의자와 새의 형상은 도구 사회와 도구적 인간의 이질적 관계를 회복시키는 매개지점, 즉 '사이' 장소의 역할에 대한 은유적 상징으로서 작가적 성찰이 돋보인다. ■ SONGE

Vol.20131024j | 기억의 습작-김선영_박주현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