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한 스트레칭 PEACOCK STRETCH

박세준展 / BAAKSEJUN / 朴世峻 / painting.installation.video   2013_1024 ▶︎ 2013_1030

박세준_초록 여정 Green Journey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3 박세준_일시적 상황 Temporary Situation_캔버스천에 아크릴채색, 스컬피, 실, 솜_가변크기_2013

초대일시 / 2013_1026_토요일_05:00pm

본 전시는 하동철 창작 지원상의 후원을 받았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토,일요일_10:00am~06:00pm

갤러리 에뽀끄 GALLERY EPOQUE 서울 종로구 재동 38-1번지 B1 Tel. +82.2.747.2075 www.galleryepoque.com

나는 종종 "어떤 작업하세요?"라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이때 사람들이 기대하는 답변은 장르적 구분일 때가 대부분이다. 즉 그림을 그리느냐 사진을 찍느냐 조각을 하느냐 하는 식이다. 아마도 질문자가 보통 그런 장르적 틀에, 그리고 그 틀을 기반으로 한 질문하기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이겠지만, 매체로 규정짓는 정체성을 요구 받을 때마다 난감하고 답답해진다. 나는 회화를 선호하기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다른 매체들을 쓰는 것을 즐기고 또 경계가 애매한 작업을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 회화, 조각, 영상, 설치라는 미술의 고고한 장르들을 어떻게 하면 더 유연하게 할 수 있을까. 높은 장벽에 어떻게 하면 쥐구멍을 내서 돌아다닐 수 있을까. 그림을 그리던 나에게는 이런 고민이 들었다. 나는 더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 차도의 점선은 있으면서 없다. 그것은 3차원의 벽이 아니고 평면인 2차원에 머물기 때문에 물리적 구속력은 사실상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약속에 의해 점선을 일종의 투명한 벽과 같이 인식하여 거리를 두고 주의를 기울인다. 따라서 점선은 없으면서도 동시에 있는 것이다. 나의 작품들에서 점선으로 표현되던 이러한 양가성은 작업이 발전되면서 바느질에 의한 스티치로 이행되었다. 이는 점선이라는 요소와 함께, 캔버스 천의 그림이 스스로를 변형시켜서 오브제의 영역에 한 발을 걸치기 위한 자연스런 과정이었다.

박세준_교차점 The Intersection_캔버스천에 아크릴채색, 실, 솜_42×18×8cm, 42×18×8cm_2013

그려진 이미지가 캔버스 천에서 오려져 입체물이 되고, 그것이 다시 그려지는 일련의 과정은 한 매체로서의 성격의 일부가 무너지고 그 부분에 다른 매체의 성격이 들어서는, 일종의 재생 혹은 접붙임의 경험이다. 캔버스 안에서는, 실재(그림이 그려진 입체물)라는 아바타에 탑승한 상상 이미지들이 또 다른 가상 세계를 휘젓고 다니는 여정이 잉태된다. 이 얽히고설킨 순환 고리는 어디를 향하는가? ● 「분수가 이르는 곳」에서 나는 회화, 조각, 영상, 설치 4가지 장르들의 중첩을 시도해 보았다. 그러면서 전시의 모든 작품들이 각각에 대하여 각각이 부분과 전체가 되는 유기체적 생태계를 상상해 본다. ● 반복해서 등장하는 몇몇 소재들이 있는데, 이들은 여러 나라의 신화에서 등장해왔던 이항대립구조의 중개자 혹은 매개체들이다. 삶과 죽음의 매개체인 새, 물, 불, 옷..., 인간과 자연의 매개자인 곰, 사슴, 나무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신화적 상징들은 한편으론 이미 옛 것이 되어버려 거리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신화적 상징들이 기나긴 시간에 걸쳐 형성된 상징성과의 연결을 약화시키지 않는 동시에, 보다 밀접하게 현재 우리 생활과 연결되길 바랐다. 그래서 순진한 발상일지는 몰라도, 기능적 역할이나 감각적 연관성을 통해서 현재 나의 생활에서 가장 가깝게 여겨지는 대상들로 치환을 해 보았다. 모닥불은 가스레인지 불이 되었고, 새의 날아감이라는 감각은 비행기로 연결되었다. 그러고 보니 과학기술이야말로 오늘날의 신화인 것 같다. ● 그 외의 서사와 표현을 메꾸는 것들은 나의 직관과 상상의 흐름에 의해 이루어졌다. 나는 내가 진행하는 작업들이, 부여 받은 이름이 다른 형식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이 됨과 함께, 존재와 부재에 대한 의문에 까지 미칠 수 있을까 상상해 본다. 그러한 지향이 순간순간의 삶 속에서 일깨워지고 그대로 반영되어 작품의 디테일과 공백을 채우고 구성하길 바랐다. 일종의 의식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게 작품들에서 생생하게 살아나길 원한다. ● 이것은 알록달록한 스트레칭이다. 유연성을 더하는 움직임의 시작이자, 나의 DNA가 담긴 피와 같은 '작품 적혈구'들을 순환시키며, 과정에 충실한 형형색색의 운동이다. ■ 박세준

박세준_파란 여정 Blue Journey_캔버스에 유채_112.1×162.2cm_2013
박세준_분수가 이르는 곳 Where the Fountain Reaches_혼합매체_가변크기_2013

김한민 : 작업과정이 묘한 순환 회로를 따르고 있다. 왜 캔버스에서 멈추지 않고 그 위에 그린 형상을 뜯어낸 후 그것을 다시 그리나? 전통회화에서 벗어나고 싶은 움직임인가? 박세준 : 페인팅만으로 소통하는 것으론 부족함을 느꼈고 매체를 더욱 확장시켜 복합적으로 접근해 보고 싶어졌다. 나의 작업들은 일종의 과정을 추적해 들어가는 것으로서, 한 매체에서 다른 매체로의 중첩에서 일어나는 연결성과 차이점의 간극들을 더듬어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각각의 작품들은 개별 매체로서의 특성을 보여주지만, 그것들이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연쇄적으로 맺고 있는 관계는 그 장소에는 없고 다른 어딘가 있을 작품들과의 전체성을 상상하게 만든다. 김한민 : 회화의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넘나들 때 회화가 상대적으로 더 평면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효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박세준 : '평면성'과 같은 회화의 특성을 끌어들여서 작업을 더 심화시켜 보고 싶다. 평면 위의 이미지가 오려내 져서 오브제의 영역으로 침투할 때, 이것은 환영일까 실재일까. 그리고 그것은 다시 회화의 서사를 비집고 들어오는 형식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형식의 과정적 연결고리에 의해서 어느 것도 순수한 평면과 입체라고만 할 수는 없는 상태가 발생한다. 한편 추상적인 면, 실루엣, 묘사된 이미지, 배경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포착하는 지점이 각기 다르다는 것은 나에게 매우 흥미롭다. 누군가에게는 있고, 누군가에게는 없는 것들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 걸까. 존재한다는 것은 하나의 역설이 아닐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나의 의문이 소진되지 않는 땔감이 되어, 내 미술적 탐구와 실천을 현재 진행형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평면성'과 같은 회화에 대한 과거의 결론들을 존중하는 동시에, 의심도 든다. 도상과 기호, 표현을 둘러싸고 미술가와 더불어 온갖 학문과 사회현상들이 복잡하게 맞물려 있는 이곳에서 이루어졌던 소통과 이해, 정리들에 있어서 일말의 오해가 없었는지 궁금하다. 가령 어부와 해양수산부 장관의 체험과 이해에 대한 소통은 오랜 친구처럼 원활히 이루어질까. 나는 차근차근 검토해보고 싶다. 김한민 : 한 매체에서 다른 매체로 바뀔 때, 대상은 어떻게 변하나? 박세준 : 대상은 마치 복제에 대한 물음처럼 보이기도 하고, 해석에 대한 물음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품들은 한 매체에서 다른 매체로 넘어갈 때, 그대로 유전되는 것과 유실되고 마는 것을 보여준다. 혹은 해석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본래 의미에 대한 전달과 왜곡의 풍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대상은 그 이전의 역사를 고스란히 노출한다. 하지만 동시에, 차이점에 주목한다면, 대상은 자신이 그 전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강하게 호소하는 것처럼 보인다. 양자역학의 사고실험인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관찰자가 의식할 때 연결점과 차이점은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닐까. 김한민 : 그러나 무한 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지는 않다. 어느 지점에서 작품은 종결되는 듯 하다. 작품이 다양한 매체의 옷을 갈아 입는 과정이 끝나는 순간, 즉 작업의 완성은 언제인가? 박세준 : 나는 뫼비우스의 띠보다는 클라인의 병을 지향하고 싶다. 다시 말해 닫힌 자기교차 무한 순환 구조보다는 자기교차를 넘어서는 지점마저 포함하는 더 고차원의 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 그저 제자리로 돌아오는 순환 구조 보다는, 거듭나는 차이점과 모호한 틈새에 대한 모색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김한민 : 작업 결과물보다 그 제작 과정에 더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모든 과정을, 예를 들어 캔버스 천을 찢은 후 '인형'을 만드는 바느질(스티치) 등의 공정을 직접 수행하나? 박세준 : 직접 수행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결과 지향보다는 과정 지향을 더 추구한다. "황금을 찾아 헤매다가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한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어느 시점에서 과정과 결과는 둘이 아닌 것이 된다. 김한민 : 그 노동과 수고스러움 속에서 찾는 의미는 뭘까? 박세준 : 한국에서 태어나서인지 모르겠지만, 한 획에도 그 사람의 사유, 감정, 고민 등 모든 정신이 담겨 있다는 동양미학에 공감한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의 손길에는 기본적으로 같지 않은 정신(의도, 방향)이 담긴다. 그리고 좀 뜬금없지만 바느질은 사람을 차분하게 만든다. (김한민과의 대화 中에서) * 김한민은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편집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박세준_2차 방정식 Quadratic Equation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 꺾쇠, 볼트와 너트_37.9×45.5cm, 33.3×53cm_2013

Peacock Stretch ● People often ask me what kind of art I am in, many of them expecting a reply on genre. That is, they want to know whether I paint, shoot pictures or sculpture. Perhaps this is because the questioner is generally too used to such 'genre-rule of interrogation,' too used to ask questions based on such convention. Whenever I receive such demand to identify my work by its medium factors, I get puzzled and stuffy. Although my preference is in favor of painting, every now and then I enjoy using other media, and sometimes let my creativity go beyond their borders. ● The detached walks of fine art, such as painting, sculpture, projection and installation: how can I provide flexibility to this discrete structure of genres? How can I punch mouse holes into the walls and freely roam around? Such question grew inside the painter Sejun. I was craving a greater liberty. ● Traffic lanes exist and do not exist simultaneously. They are not 3-D walls, they languish in 2-D and hence practically have no physical binding power. However, people understand them as invisible walls by consensus and therefore keep their distance from them and take caution. Thus broken lines are there and not there. This ambivalence, represented by broken lines in my paintings, shifted to stitches of sewing as my work progressed. It was a natural process of the broken lines and the oil on canvas transforming itself, then taking a step into the sphere of objet. ● The course of oil on canvas being cut out to become a tridimensionality, then being 're-represented' on canvas, is an experience of reclaiming or grafting, where a medium loses a part of its character and a feature of another medium takes its place. On the canvas, a new journey is conceived where imaginary images swirl around, riding an avatar called existence, the 3-D body wearing a 2-D painting attire. Where is this interwingled, circulatory chain headed toward? ● In Where the Fountain Reaches, I attempted the superposition of four different genres: painting, sculpture, projection and installation. In this practice I imagine an organic ecosystem where all works of the exhibition become a part and whole of each other. ● Some subject matters appear repetitively, they are the media of binomial oppositions from the mythology of various countries. Such subject matters are the media of life and death, such as the bird, water, fire and clothing, and the media of human and nature, such as the bear, deer and tree. However, on one side I thought these mythological symbols, accumulated for millennia and hence are now of the old, could generate a sense of distance from today. I wanted these mythical symbols of the past be more intimately connected to our lives of the present, along with their binomial symbolisms. Therefore, although it may be a naive idea, I tried substituting them with the objects closest to me in my everyday life by their functional roles or sensual correlation. The bonfire turned into fire ignited on a gas range, the sense of a bird's flight has been connected to an airplane. Come to think of it, perhaps it is scientific technology which is the mythology of the present. ● Filling in the rest of the narrative and expression has been conducted by intuition and flow of imagination. I wonder whether my work can be a free group dance of genres which were given different names, and whether it can reach the enigma of presence and absence. Back at my studio, I wished such orientation would be awoken in the moments of my life, then directly be reflected on my works, filling and composing their details and margins. I want them to naturally revive as a flow of consciousness in my works. ● This effort is a Peacock Stretch. It is the beginning of extending flexibility, the circulation of "work blood cells" which contain my DNA, and a colorful, form-ful run: faithful to every single step, every single stretch. ■ BAAKSEJUN

Kim Hanmin : The process of your work seems to have a circulatory morphology. What is the intention behind not stopping at the canvas but cutting off the representations on it then repainting them? Is it a movement to break away from traditional painting? BAAKSEJUN : I felt communication based solely on painting was not enough, and wanted to take a more complex approach by expanding my domain of medium. My works are traces of the art of process, tracing out the connections and gaps in the superposition zones of media. Hence while each work show their characters of each medium, the chain-relations they are in, in terms of either genre or content, makes one wonder the totality one work forms with another. Kim Hanmin : When you cross the border of painting back and forth, namely from 2-D to 3-D and back, an effect of painting being perceived relatively flatter can be generated. How do think about such possibility? BAAKSEJUN : I want to intensify my work by utilizing the 'flatness' of painting. When an image on a plane is cut out, then penetrates into the sphere of objet, is this an apparition or existence? Then this combination shoves itself back into the narration of painting. As a result of this process-chain of genre, nothing can be understood as purely flat nor purely solid. Meanwhile, I find it quite interesting that the points where something is grasped between abstract facets, silhouettes, portrayed images and backgrounds vary among observers. In what way do the things which are in the hands of one and not in those of another exist? Could it be that existence itself is a paradox? What matters is that these questions have become pieces of inexhaustible firewood which enable the tense of my artistic inquiry and practice to be present progressive. In addition, while I respect the conclusions on painting from the past, such as 'flatness,' I simultaneously doubt them. In the courses of the communications, comprehensions and clarifications we have been through so far where we dwell today, the arena where artists, scholars and social phenomena have been in inter-tangled contests on icons, signs and expressions: have there been no misunderstandings at all? Can a conversation on experience and understanding between a fisherman and the Minister of Oceans and Fishery happen smoothly like that of two longtime friends? I am on a mission to figure this out. Kim Hanmin : When you move from one medium to another, how does the subject change? BAAKSEJUN : The subject seems like a question on both reproduction and interpretation. When my works leap from on medium to another, the movement shows both the inherited and the lost. Otherwise, they feel like a scenery where the matter of conveyance and distortion of the original meaning inevitably rises on the path of interpretation. The subject intactly exposes its past history. At the same time, however, paying attention to the differences spun, it seems to be strongly appealing that it is nothing like what it used to be. Like Schrödinger's cat, significantly raising questions on a contradiction with reality, a significant meaning may underlie the observer's co-perception of connection and disconnection. Kim Hanmin : However, the framework of your works is not infinitely circulatory. Your works seem to reach an end at some point. When does the process of a piece changing its attire of various media end, that is when does the work reach completion? BAAKSEJUN : I want to be oriented more toward the Klein bottle than the Möbius strip. In other words, instead of a closed self-intersecting infinite circulation structure, I want to create a circulatory structure of higher dimension which includes even the point where it goes beyond its intersection. This is because my intention is to seek the reforming differences and ambiguous gaps more than a circulatory structure whose circulation comes back to its original point. Kim Hanmin : It seems you have more interest in process than result. Is the entire process, including the needlework, conducted yourself? BAAKSEJUN : Yes, myself. As mentioned earlier, I pursue process-oriented over result-oriented. As I like the saying "In the course of searching for gold, everything turns into gold," at some point process and outcome are no longer two. Kim Hanmin : What significance do you seek in all the labor and trouble? BAAKSEJUN : Perhaps this is because I am Korean, but I empathize with the spirit of Oriental aesthetics that all components of the human mind, including thought, emotion and concern, are contained in a single stroke of the brush. Although it can vary depending on how you apply it to your work, basically a different mind (intention, direction) is filled in the handwork of someone else. Additionally, this may sound a bit silly but needlework relaxes you down. (Tete-a-tete with Kim Hanmin) * Kim Hanmin is an artist, illustrator and editor, multitasking in various fields.

Vol.20131025g | 박세준展 / BAAKSEJUN / 朴世峻 / painting.installation.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