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섬: 난비(亂飛)의 시대의 받침대

성수장 프로젝트 3展   2013_1025 ▶︎ 2013_1108 / 일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3_1025_금요일_06:00pm

참여작가 / 곽윤수_김혜미_윤미미_윤현선_차혜림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요일 휴관 * 방문 시 전화 확인 요망

성수장 SEOUNGSUZANG 서울 성동구 성수1가2동 656-893번지 2층 Tel. +82.2.462.8889 www.facebook.com/pages/SeongsuZang

'향기로운 섬': 난비(亂飛)의 시대의 받침대(한병철, '시간의 향기(Duft der Zeit)', 문학과 지성사 2013) ● '고마운 물(聖水)'이 가로지르는 성수동은 원래 섬이었다. '섬'이란 대륙에서 떨어져 운하나 해류 등 물을 경계로 떠있는-부유하는-육지를 의미한다. 물 속에서 살 수 없는 인간에게, 따라서 섬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불안하고 고독하며 높은 파도에 의해 그 존재를 위협받는 연약한 대상으로 느껴진다. 조선 시대이래 서울이란 도시가 필요로 하는 강도 높은 생산과 해독(解毒)의 역할을 수동적으로 담당해야 했던 성수동은,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리바이어던(Leviathan)(토머스 홉스(Thomas Hobbes)에 의해 주장된 '유기체적 국가'를 상징하는 상상의 괴물. 사회의 각 부분은 유기체의 기능을 담당하며, 그 역할은 개인, 조직 각각의 사회계약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현실주의적 세계관의 상징) 안에서 그러한 섬의 변방성(marginality)을 닮아 있다.

곽윤수_아르키메데스의 점 Archemedes' point_아크릴화에 자수_110×40cm_2013
곽윤수_My right hand-Your left hand 나의 오른손-너의 왼손_설치_2011

섬과 대립되는 '뭍'이 있다. 뭍은 안정성의 상징이다. 자원이 내재되어 있는 대륙에는 생산과 풍요의 고리가 생겨난다. 누구나 섬보다는 뭍에서 삶을 꾸리길 원하며 점차 사람들이 모여든다. 정치와 경제가 생겨나고 인간의 이성이, 규범이, 시스템이 개발되기 시작한다. 동시에 갈등과, 부조리와, 충돌이 탄생하고 이 모든 요소들이 어울려 그렇게 시간의 풍화작용은 지속된다. 성수동을 둘러싼 서울의 그간 풍경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이 풍화작용에 호의적이다.

김혜미_bridge_디지털 C 프린트_80×130cm_2012
김혜미_flame_디지털 C 프린트_80×130cm_2012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섬'과 '뭍'사이에 본질적 차이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시간'의 속도이다. 불안 할 것만 같은 '섬'에서의 시간은 오히려 서사적 리듬을 가진 채 안정되어 흐르는 반면, '뭍'에서의 시간은 '가속화'된다. 처음에는 이 가속화가 인간이 고안해낸 일종의 훌륭한 발명품처럼 여겨졌다. 인간은 더 많은 일을 하게 되고, 더 많은 곳에 갈 수 있게 되었으며,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개인은 세속에서의 빨라진 시간을 따라잡기 위해, 세계의 가능성을 최대한 즐기고 개인의 능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삶을 '가속화'시키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설정하게 되었다. 성공적인 삶/충만한 삶이란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즐기고 사는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한다.

윤미미_I know you are not nobody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0

그런데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스스로의 시간에 속도를 부여하고 목적한 바를 위해 달려가기를 다짐했던 인간의 이성은 점차 그 안정성을 잃어간다. 목표를 위해 스스로를 '던진다'고 결정했던 이성은 점차 '던져진' 듯한 기분에 휩싸인다. 땅을 향해 무게를 싣고 서있던 발은 점차 떠오르고 중력을 상실해 간다. 세속의 흐름에 따라가고자 가속화 시켰던 시간은 점차 '세계의 시간'과 '삶의 시간'으로 양분되며 고립을 만들어낸다. 개인의 '존재'는 그렇게 덧없는 것이 되어가고 '불안'이라는 현대인의 천형(天刑)은 여기서 잉태되기 시작된다. '존재'와 '삶의 시간'은 원자화된다.

윤현선_Memento_Bridge_디지털 C 프린트_78×165cm_2008
윤현선_Memento_Forest01_디지털 C 프린트_90×134cm_2010
윤현선_MATRIX_Lump Sugar_디지털 C 프린트_83×130cm_2012

오늘의 예술도 이러한 원자화를 반영한다. 미적 긴장은 서사적 전개를 통해서가 아니라 사건들의 중첩과 조밀화를 통해 발생한다.(73 페이지, 한병철, '시간의 향기(Duft der Zeit)', 문학과 지성사 2013) 더 많은 이미지와 심상의 덧씌워짐이 그 우수성을 입증하는 척도가 되어 버렸다. '뭍'에서 열리는 수많은 전시와 공연에서 예술은 – 인간과 마찬가지로 – 존재의 무게를 잃어버린 채 원자화되어 간다.

차혜림_옷안에서 발가벗은_아스팔트, 조화, 화분, LED_가변크기_2010

『성수장 프로젝트 #3-'향기로운 섬'』은 이러한 가속화된 시간의 세계에서, 예술과 삶의 중력을 확인해 보고자 기획되었다. 이 전시는 어지럽게 날아다니는(亂飛) 무게 없는 심상의 탁류 속에서, 자주적인 삶의 시간과 그 흐름을 찾고자 하는 작가 나름의 노력이 담긴 작업들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관객은 때때로 긴 어둠 속에서 한 줄기 유성의 빛을 기다리는 인내를 요구 받는다. 하지만 그 과정이 개인의 가속화 되어버린 시간에 중력을 부여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서 이 전시가 성수동의 상징성, 즉 서울이라는 '뭍'이 생겨난 이래 성수동이 생성해왔던 '섬'이라는 대립된 상(象)이 흥미로운 서사적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으면 한다. 그로 인해 성수동이 다른 속도의 시간이 흐르는 동시대 서울 안에서 실존적 받침대가 되길 기대한다. ■ 강래형

Vol.20131026d | 향기로운 섬: 난비(亂飛)의 시대의 받침대-성수장 프로젝트 3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