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가장 좋은 방법

고정원展 / GOJUNGWON / 高定院 / painting.installation   2013_1023 ▶︎ 2013_1102

고정원_원뿔_가변설치_201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아트스페이스 이드 ARTSPACE ID 충북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 115번길 41 Tel. +82.43.221.2199 www.artspaceid.com

고정원 작가의 작업에 대해 얘기할 때, 작업을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를 예로 들어야 한다면 그건 좀 난감한 일이다. 하나의 '작품'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그가 그림을 그린 물건들이 각각 작품이 될 수도 있고, 그것들이 다 모여 어떤 풍경을 이룬다면 그 집합을 하나의 작품이라 말할 수는 있겠다. 그런데 그것들을 각각 별개의 오브제들로 구분해 외형적 요소를 분석하는 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그는 버려진 사물들을 '예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 말이 사물에 심미적인 가치를 새롭게 부여하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어떤 도덕적인 태도에서 발생하는, 도덕적인 무언가를 포괄하는 아름다움에 관한 얘기가 될 것 같다. ● 그가 길거리에서 작업의 재료가 될 쓰레기들을 채집하는 단계부터 되짚어보자. 사실 위에서 별개의 오브제들을 외형적으로 분석하는 게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한 건, 눈에 띄는 외형적 요소가 별로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설정한 일련의 작업 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물'을 내놓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딱히 작가의 예술적 기교를 덧붙이거나 심오한 상징을 투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장난스럽게 사물들을 변형시키거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표현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쓰레기는 쓰레기인 채로 있다. 단지 그는 먼지를 털어내고, 그림을 그린다. 그가 생각하기에, 그게 화가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해야 하는 일이다.

고정원_원기둥_가변설치_2013
고정원_동그라미_가변설치_2013

어떻게 보면 겸손한 건지, 순진한 건지, 그는 도통 '무언가 되려고' 하질 않는다. 이런 태도는 비관이나 체념과는 다르다. 동시대의 젊은 작가들이 웬만하면 쿨-한 척 하려는 것과도 다르다. 그는 감히 '세상이 아름다워지기를' 꿈꾼다. 그런데 그게 언젠가 다가올 유토피아를 꿈꾼다기보다, 이미 지나간 것을 그리워한다는 느낌이다. 이미 모든 것은 온전한 상태로 존재했다. 아니, 모든 것은 존재하는 것 자체로 이미 온전하다, 라는 식으로. ● 다시, 그가 '예쁘게'라고 말한 부분을 보자. '사물들이 예쁘게', 그건 어떤 보잘 것 없는 부스러기조차도 그것에게 가장 맞는 방법으로 온전한 부스러기가 된다는 말이다. 부서지고 더러운 그 상태 그대로 온전해지는 것, 그게 그가 말하는 아름다움이다. 세상이 아름다워진다는 건, 모두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다는 말이 된다. 부스러기는 여전히 무언가의 조각일 따름이지만, 부스러기에게는 그것에 꼭 맞는 부스러기만의 모양과 이유가 있다는 믿음.

고정원_타원형_가변설치_2013
고정원_네모_가변설치_2013

꿈, 믿음, 아름다움. 이런 단어를 자기 작업에 쓰는 작가는 의외로 흔치 않다. 그것들은 누구나 가져본 적 있는 흔해빠진 것이고, 그래서 매번 의심받았고, 그만큼 닳아 진부해졌다. 그래서 실은 제일 어렵다. 꿈이나 믿음이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려면 자기 안에 몰두하는 것 이상으로 밖의 것들을 같이 살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겁쟁이들은 이 시대에 '꿈을 꾼다'는 말은 촌스럽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부디, 계속해 주었으면 좋겠다. 완벽한 세계와는 다른 각각의 온전한 세계를, 그에게 꼭 맞는 방법으로. ■ 박찬미

고정원_노다지_가변설치_2013
고정원_사물의 가장 좋은 방법展_아트스페이스 이드_2013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주변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을 주워 온다. 또한 주변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들을 모아 놓는다. 주워온 쓰레기에서 먼지를 털어내고 닦고 그것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원래 가지고 있던 기능이 다 했거나 손상으로 인해 더 이상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여 쓸모없어진 물건들을 쓰레기라고 한다. 나는 이렇게 버려진 물건들에게서 원래의 원형을 찾기 보다는 지금 버려진 그 모습 그대로를 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가치를 발견하고자 한다. 아니, 내가 발견 한다기보다는 사물 스스로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는 느낌이다. 나에게는 이러한 가치가 있다고. 이렇게 내가 주워온 사물에 그림을 그려 넣는다. 사물에 가장 잘 맞는 방법으로. 이런 과정에서 딱히 작가의 예술적 기교를 덧붙이거나 심오한 상징을 투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장난스럽게 사물들을 변형시키거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표현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쓰레기는 쓰레기인 채로 있다. 단지 나는 먼지를 털어내고, 그림을 그린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게 작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일이다. ■ 고정원

Vol.20131026j | 고정원展 / GOJUNGWON / 高定院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