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단길 Gyeongridan-gil

이미혜展 / LEEMEEHYE / 李美惠 / installation   2013_1107 ▶︎ 2013_1127 / 월요일 휴관

이미혜_검색어: 경리단길■■■■■_흑백레이저 프린트 6장_각 42×29.7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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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토크 및 리셉션 / 2013_1121_목요일_07:00pm

패널 / 오인환(작가)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02:00pm~08:00pm / 주말_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SPACE WILLING N DEALING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 225-67번지 B1 Tel. +82.2.797.7893 www.willingndealing.com

경리단길 ● 인터넷 문화가 확산되고 스마트 기기 사용이 보편화된 요즈음 우리는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든지 간에 우선 검색부터 한다. 검색은 우리의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다. 지도검색을 통해 경로와 교통수단을 선택하고, 블로그 및 SNS 검색을 통해 그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정한 후에야 비로소 그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리고 그 곳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인증샷으로 남긴 후, 블로그나 SNS에 올려 자신의 경험담을 공개한다. 이러한 '선 검색 후 경험(先檢索 後經驗)' 방식은 개인의 삶을 개별적이고 풍부하게 한다는 믿음과 달리 오히려 타인의 경험을 인용/차용, 참고/참조, 모방하게 하면서 재조합 내지 재구성에 그치는, 도식화되고 균질화된 경험들을 무한 반복 재생산해내고 있다. 보편화된 경험과 도식화된 매뉴얼의 재생산이 가속화되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그 파급효과는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장소에만 머물거나 개개인의 사고와 경험을 획일화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재하는 장소를 변화시키기에 이른다. 최근 경리단길이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하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상권이 활성화되고, 투자자들이 몰려오고,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하고…,그 여파로 경리단길을 지켜 온 오래된 가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이색적이고 트렌디한 맛집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비단 경리단길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삼청동길, 홍대 앞, 부암동길, 가로수길, 이태원길 등, 수많은 장소들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주목 받고, 변화하고, 대체되기를 반복했다. 작가 이미혜는 이번 전시『경리단길』에서 요즘 가장 '핫한플레이스'라는 경리단길을 매개로 하여 '선 검색 후 경험' 방식을 통해 개인들의 경험이 무한 반복 재생산되는 현상과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는 이러한 정보들이 경리단길이라는 실재하는 장소를 변형시키는 과정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전시는 2008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경리단길의 변화과정을 담은 기록사진과 영상 및 사운드 설치작품으로 구성되며, 여기에 사용된 이미지와 텍스트는 모두 인터넷 검색을 통해 구한 것들이다. 경리단길 검색을 통해 수집한 자료들을 수정하고 변형하고 나아가 재조합/재구성함으로써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경리단길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선 검색 후 경험(先檢索 後經驗)'의 시대에 경험의 실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미혜_경리단길 모놀로그_단채널 영상_00:20:06_2013
이미혜_경리단길 모놀로그_단채널 영상_00:20:06_2013

경리단길 모놀로그 ● 경리단길은 지도 상에 실재하는 길이 아니다. 길 초입에 육군중앙경리단(현 국군재정관리단)이 위치하고 있어 '경리단길'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지, 행정구역 상의 정식명칭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인지 경리단길을 검색하면, 블로그, 까페글, 뉴스, 웹문서 등 가릴 것 없이 '경리단길이 왜 '경리단길'로 불리게 되었느냐'하는 것에 대한 설명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경리단길의 명칭에 관한 이 설명들은 사용된 조사나 어미, 어순에서 다소간 차이가 있을 뿐, 검색을 통한 텍스트의 인용/차용, 참고/참조, 모방과 표절이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 준다. 경리단길 검색에서 발견되는 이러한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을 제시하고자 작가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경리단길'이라는 명칭의 유래를 언급하고 있는 텍스트를 모두 수집하고 그것을 시간 순으로 나열한 뒤, 한 문장 한 문장 읽어 내려간다. 똑같거나 별반 다를 바 없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모니터에서는 해당 사운드, 즉 문장의 출처가 자막으로 뜬다. 작가 혼자서 같은 말을 끝도 없이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들리는 사운드는 같은 내용을 각기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반영한 것이다.

이미혜_기록사진: 경리단길 2008-2013_무광 디지털 인화 370여장_각 10.2×15.2cm_2013 사진출처_다음 로드뷰, 네이버거리뷰, 구글스트리트뷰 무단스크랩

기록사진: 경리단길 2008-2013 ● 전시장 벽에 걸려있는 370여장의 사진들은 2008년부터 2013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경리단길의 변화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경리단길이 지금처럼 '핫플레이스'로 주목 받기 전부터 경리단길을 집요하리만큼 성실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결과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사진들은 작가가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다. 이 사진들은 모두 다음, 네이버, 구글, 세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지도검색 서비스(다음 로드뷰/네이버거리뷰/ 구글스트리트뷰)를 이용해 경리단길에 있는 특정장소 53곳을 검색한 후에 무단 스크랩한 이미지들로, 포토샵 수정을 거쳐 일반 카메라로 찍은 스냅사진처럼 인화한 것이다. 53곳의 장소들의 선정 기준 역시 작가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인터넷, 다시 말해 온라인 상의 경리단길에서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장소를 택한 것이다. 각 장소 별로 로드뷰 서비스가 시작된 2008년 8월부터 매년 한 장씩 추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동일 연도에도 변화가 포착될 시(세 포털 사이트가 각기 다른 시기에 촬영을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에는 그 역시 추가했다. 따라서 각 장소 당 기본적으로 6장의 사진이 나오며, 변화가 많았던 장소들은 사진의 개수가 늘어나게 된다. 대로(大路)의 경우 2008년부터 데이터가 있지만, 좁은 길들은 2009년부터, 그것도 격년 간격으로 업데이트 되었으므로 해당 시기의 사진은 검은 화면으로 처리했다. 이 지역의 지도가 최종으로 업데이트된 시기인 2013년 4월/5월부터 이 전시가 열리는 11월까지,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에도 경리단길에는 무수한 변화가 있었고, 따라서 이 기간 동안 변화가 생긴 곳들은 작가가 직접 찾아가 촬영하고 맨 마지막 줄에 그 사진들을 덧붙였다.

이미혜_기록사진: 경리단길 2008-2013_무광 디지털 인화 370여장_각 10.2×15.2cm_ 2013 사진출처_다음 로드뷰, 네이버거리뷰, 구글스트리트뷰 무단스크랩

경리단길 사운드 매뉴얼 ● 검색창에'경리단길'을 입력하다 보면 뜨는 '자동완성창'이나 검색창 바로 밑 '연관검색어'에서 항상 선두자리를 놓치지 않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경리단길 맛집'이 그것이다. 경리단길 포스팅의 90% 이상이 경리단길에 있는 유명한 맛집을 방문해서 그토록 고대하던 대표메뉴를 먹고 마시고 왔다는 이야기이다. 개개인에게 그 경험은 자발적인 선택과 결정에 의한 고유한 것으로 여겨지겠지만, 종합적인관점에서 바라볼 때는 그다지 개별적이지도, 자발적이지도, 고유하지도 않다.한 개인의 독특한 취향과 특수한 경험이라기 보다는 남들이 다 가는 곳에 나도 가서, 남들이 다 보는 것을 나도 보고, 남들이 다 먹는 것을 나도 먹고, 남들이 모두 즐긴 것을 나도 즐겼다는 이야기의 무한반복과 무한증식인 것이다. 『경리단길 사운드 매뉴얼』은 이러한 보편화된 경험과 도식화된 매뉴얼을 다루어 보고자 한 작업이다.블로그 검색을 통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경리단길 맛집들을 연도별로 조사하고, 역시 연도별 블로그 검색을 통해 각 시기에 해당 맛집을 찾은 사람들이 그곳에서무엇을 먹고, 마시고, 경험했는지를 수집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텍스트를 성우를 섭외, 녹음하여 경리단길의 연도별 사운드 매뉴얼을 만들었다. 2008년 당시 단지 7곳에 불과하던 경리단길 맛집은 2009년에는 21곳, 2010년에는 36곳, 2011년에는 40곳, 2012년에는 59곳, 2013년에는 79곳으로 증가했다. 결국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경리단길을 찾는 사람들은 더 많은 곳을 방문하고, 더 많은 것을 먹고 마시고 경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이를 반영하고자 작가는 사운드 매뉴얼의 재생속도에 변형을 가한다. 정상속도로 재생되는 2011년도 경리단길 사운드 매뉴얼의 5분 10초의 러닝타임을 타 연도의 사운드 매뉴얼에 일괄 적용한 것이다. 재생시간의 변형으로 인해 소리의 왜곡(늘어짐과 압축)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 그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는, 아니 듣기조차 거북한 사운드 매뉴얼이 전시장에서반복 재생된다. * 위의 경리단길 맛집 조사는『기록사진: 경리단길 2008-2013』에서 다룬 장소들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기록사진: 경리단길 2008-2013』과 『경리단길 사운드 매뉴얼』은 맛집의 증가가 방문량의 증가를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방문량의 증가가 맛집의 증가를 가져온 것인지 하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질문과 마찬가지로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이미혜_기록사진: 경리단길 2008-2013_무광 디지털 인화 370여장_각 10.2×15.2cm_2013 사진출처: 다음 로드뷰, 네이버거리뷰, 구글스트리트뷰 무단스크랩

검색어: 경리단길 ■■■■■ ● 경리단길 맛집의 증가도 증가지만, 블로그포스팅 건수의 증가는 가히 상상을 불허할 정도다. 2008년 당시 77건에 불과했던 포스팅 건수가 2009년에는 160건, 2009년에는 413건, 2011년에는 459건, 2012년에는 1,623건, 2013년에는 5,658건(이 글을 쓰고 있는 2013년 10월 27일 기준)에 달한다. 5년 사이에 무려 73배나 증가한 것이다. 오프라인 경리단길도'핫'하지만, 온라인 경리단길은 아주 펄펄 끓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미혜_검색어: 경리단길 ■■■■■_흑백레이저 프린트 6장_29.7×42cm_2013

「검색어: 경리단길 ■■■■■」은 이러한 온라인 상의 열기를 다룬 작업이다. 2009년에 경리단길에 문을 연 맛집 하나를 임의로 선택해서 이 맛집과 관련된 글을 올린블로그 주소를 모두 수집한 후, 동일한 규격의 종이 위에 배치한 것이다. 2008년에는 백지상태이던 것이 2013년에는 깨알 같은 글씨들이 밀집해 검은색의 평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경리단길』 전시의 대표이미지로서 보도자료, e-vite, 홈페이지, SNS 등 온라인 홍보용으로 사용되고, 전시 리플렛과 카탈로그, 현수막에도 인쇄되지만, 실제로 전시장에 설치되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데이터 파일로만 존재하는 작품인 것이다. 하지만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작품을 실제로 보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

Vol.20131106g | 이미혜展 / LEEMEEHYE / 李美惠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