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재적 질서와 혼돈

이덕순展 / LEEDUCKSUN / 李德順 / painting   2013_1115 ▶ 2013_1121

이덕순_환상_종이에 연필_56.5×38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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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1115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메쉬 GALLERY MESH 서울 종로구 인사동 188-4번지 Tel. +82.2.730.5321

이 화가의 독특한 점은 색과 형태를 쉽게 만나지 않게 하는 데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여기에는 특별한 윤리가 있습니다. 형태란 우리가 만질 수 있는 것들을 눈으로 조감(鳥瞰)하여 보는 것일 뿐이며 색이란 모든 것을 수용하는 사물이 미처, 채,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을 반사해내는 것일 뿐입니다. 형태와 색이 어울려 한 편의 회화(繪畫)를 만드는 것인데, 이렇게 보면 회화란 것도 모든 것을 한 눈에 보면서, 보이지 않는 것이 있음을 예감하는 것. 그러므로 쉽사리 둘을 만나지 않게 하는 것은 이 사실을 극단까지 밀어붙이겠다는 결단에 토대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곳에서는 우리 스스로가 하나하나 더듬으며 과정들의 분절된 경계를 겪어나가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 심지어 소용돌이를 보면서도 우리는 그것에 이입되기에 어지러운 것이 아닙니다. 예감을 의무로 진척시킨 탓에, 보는 행위가 리듬을 얻었기에 어지러운 것입니다. ■ 이영유

이덕순_외부_캔버스에 유채_97×162cm_2013

외부 ● 푸르스름한 새벽 공기 한줌과 저 새하얀 여명을 벗 삼아 그리고 또 그립니다. 어떤 관념보다도 제 손이 붓이 몸이 저 하늘을 가르는 철새떼 몸짓처럼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섬세하고 날렵한 날갯짓에 부서지는 빛은 어떤 숭고한 윤리마저 보입니다. 그저 지난 시간과 색의 무상한 무늬를 그리며 지나갑니다. 곡선과 직선의 부딪힘과 얽힘이 정돈된 카오스와 기이한 질서를 생성합니다. 허공 저 어딘가에 잇대어 있을 블랙홀의 무한한 현실성으로 존재의 아름다움은 여전히 숨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이셋별

이덕순_의례1_혼합재료_71×59cm_2013
이덕순_의례2_혼합재료_68×57cm_2013
이덕순_의례3_혼합재료_65×59cm_2013

의례 ● 혼란스럽고 어지럽다. 그러나 다가가지 못할 곳은 아니다. 그 곳에는 일관된 박자가 놓여있다. 늘 새벽이 밝아오는 것처럼. 혼란과 질서, 그 사이를 걷는다. "새벽녘, 정화수를 떠놓고 목적 없는 소망의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떠올렸어요. 목적은 없어요." 목적 없는 삶. 그녀의 삶, 그리고 우리의 삶의 모습이다. 목적이 있다면, 그저 이드거니 삶 자체를 살아내는 것. 어지러운 일상을 같은 속도로 걸어간다. 일관된 박자 속에서 일상을 오롯이 견뎌낼 수 있다면 삶은 그걸로 이미 충분한 것. ■ 우미경

이덕순_현기증_캔버스에 유채_145.5×89.4cm_2013

현기증 ● 眩氣-症이 올라와요, 이것, 아니, 이 증세는 이것이라 말할 수 없어요, 이것이 아니라 그것, 이라 말해야 옳아요, 그것은 내 몸에서 피어올랐지만 저-기에서 틈입해왔거든요, 내 들숨과 날숨의 박자가 흐트러져요, 어쩌면 그것은 일종의 通氣일지도 몰라요, 숨구멍 하나가 혹은 셋이, 열려있어요, 이 증세는 그것의 반증일 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견고하게 닫혀있는 생각의 다발들 사이로는 새어들 수 없는, 감각할 수 없는 것들을 감각하고 있다는 말이에요, 뼈마디가 마닐마닐해져, 온갖 것들이 이 안에서 흩-섞이고 있거든요, 그것은 새로운 상태이고, 감각이에요, 무언가 깨어질 듯이 치솟았다가 어마어마한 굉음을 내며 곤두박질쳐요, 비릿한 냄새가 진동해요, 지금껏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에게서, 그러나 새로운 기쁨이, 여기의 혐오와 수치 사이에서 터져 나와요, 꿀처럼 환-한 것이. ■ 송초롱

이덕순_고독_캔버스에 유채_89.4×145.5cm_2013

고독 ● 우리는 이 그림 앞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한동안 가빠진 숨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푸르른빛이 뿜어내는 청량감, 짧고 굵게 뻗은 붓 터치의 시원함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그것은 소나무가 주는 시각적 익숙함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익숙함 너머에 존재하는 무언가도 보이는가? 절벽 바위틈에 소나무 한 그루가 홀로 앉아 있다. 무한히 돌아가는 사철의 원심력과 구심력을 온몸으로 겪어낸 소나무는 몸속 깊숙이 내재한 지도를 따라 이곳으로 왔다. 이곳은 '고독의 장소' 이며 '고독의 양식이 켜켜이 쌓여 있는 장소'이다. 무섭도록 혼자인 이곳에서 소나무는 지나온 것과 지나갈 것, 그 모든 것과 조우했다. 소나무는 그렇게 푸른빛의 잎을 한 올 한 올 만들었다. 이제야 두 눈을 다시 뜬다. 비로소 그 앞에는 풍성한 빛을 내며 절벽 아래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지긋이 바라 보고 있는 한 그루 소나무가 있다. ■ 이유희

* 글_인문공동체, 장주학숙(www.jangju.org) 숙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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