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간 초 상 / Portraits of space / 空 間 肖 像

박수진展 / PARKSOOJIN / 朴修眞 / painting   2013_1119 ▶ 2013_1201

박수진_대학로 0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3.4×24.2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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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블로그_blog.naver.com/skyminky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_02:00pm~07:00pm

사이아트 스페이스 CYART SPACE 서울 종로구 안국동 63-1번지 Tel. +82.2.3141.8842 cyartspace.org

텅 빈 도시공간 속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 박수진 작가가 그려내는 공간은 도시의 후미진 골목의 한 구석이나 사람들이 서성였을 만한 길목 어귀 그리고 누군가 신호등을 기다리다 지나갔음직한 건널목과 길가 그리고 몇 시간 전에는 누군가 앉아서 머물러있었을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비워져 있는 것 같은 예배당 안 의자 등과 같이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풍경들이다. 화면을 보면 길가의 차선이나 건널목 표시선 그리고 시설물들은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공간들임이 틀림 없을 터인데 작가가 포착한 공간은 사람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텅 빈 공간이다. 화폭은 두터운 물감 층이나 화려한 색감으로 치장되지 않았다. 최대한 절제된 표현으로 어떠한 붓터치의 흔적이나 감성적 잉여물이 묻어나지 않게 캔바스의 올이 그대로 보일 정도로 평평하고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공간들은 단지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공간이 아니라 정지된 화면처럼 마치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침묵의 공간과 같은 인상을 준다.

박수진_약수역 0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4.2×33.4cm_2013
박수진_명동 0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4.2×33.4cm_2013
박수진_청량리 05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4.2×33.4cm_2013

작품의 제목을 보면 청량리, 대학로, 명동, 신내동, 약수역 등 그야말로 사람들이 붐볐음직한 공간들인데 작가의 시선은 왜 이토록 비워둔 공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일까. 작가는 지금까지 오랫동안 장애인들의 미술지도를 해왔다고 한다. 또한 노숙자 쉼터에서 봉사하기도 하였고 여기서 만났던 사람들을 그려내기도 하였다. 지난 개인전에서는 '10미터 인연'이라는 주제로 바로 가까이에 있었던 사람들에 주목하여 인물들을 그리는 전시회를 열기도 하였다. 이토록 사람들에 대해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삶을 살아왔던 그가 이번 전시에서는 왜 사람들을 그리지 않는 것일까? 그러나 그러한 의문은 이내 해소되었다. 작가와의 대화에서 그가 이번 전시에서 그리고자 한 것은 그 사람들이 앉아 있었던 곳, 그 사람들이 서성였던 곳이었다는 것이다.

박수진_청량리 02_캔버스에 유채_145.5×112.1cm_2013
박수진_청량리 08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3.4×24.2cm_2013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분명 사람들이 부재한 빈 공간을 그려냈다. 그것도 아주 삭막해 보일 정도로 무미 건조한 화면을 통해 황량함을 자아내는 캔바스의 그림들은 메마른 도시 풍경의 한 국면만을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 사람은 어디로 간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게 될 즈음에야 작가가 그리고자 한 대상이 무엇이었으며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삭막한 도시풍경으로부터 작가의 표현 안에 담긴 현재 육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 모습의 실체가 무엇인지 서서히 떠 올리게 됨을 알 수 있게 된다. 작가는 한 사람이 앉아있던 온기가 느껴지던 공간이 그 사람이 떠나가고 차가운 느낌을 절실히 느끼게 될 때에야 한 사람이 갖고 있었던 온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점을 말하고자 하였던 것 같다. 작가는 그가 만나왔던 사람들 특별히 그가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난 노숙자와 장애인들에 대하여 아마도 그들이 부재한 공간들에서 더 뼈저리게 사람으로서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을는지 모른다. 그리고 작가는 그 빈 공간에서 그들에 대한 더 선명하게 사람들의 형상들을 감지했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사고가 난 순간보다 사고로 다친 몸의 상처의 흔적이 더 아픔을 느끼게 만드는 것처럼 사람들을 만났던 순간보다는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부터의 기억이 더 선명하게 만났던 사람들을 볼 수 있도록 하였기에 그러한 경험을 그리고자 하였고 바로 그것이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작업에는 어떠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도시의 번화가와 빈민가 사이에서 소외되어 존재하는 사람들 혹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부재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는 그 사람들에 대해 극사실적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상의 그 자체에 주목하는 여타 사실주의 회화보다 오히려 더 리얼하게 -기억과 시간에 대한 물질적 대체물로서는 빈약할 수 밖에 없는- 캔바스라는 회화적 프레임의 범주 안에 적절히 잘 담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이승훈

박수진_청량리 06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3.4×24.2cm_2013

여기에선 그들의 얼굴을 찾을 수가 없다. 그들은 가려져 있고 지나간 흔적만 혹은 아무것도 아닌 듯 공간 풍경 속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그들과 함께 공유했던 시간과 공간은 순간적인 아련한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기억의 그 공간에는 건물과 골목, 계단, 횡단보도, 의자, 길, 벽돌 등이 놓여있다. 그것들은 공간 속에서 그들을 나타내는 포인트가 되어 곳곳에서 존재를 알리듯이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우연히 마주친 그들의 삶의 공간이 나에게는 그들의 초상이 되었다. 그래서 이 전시는 공간풍경이 한 사람의 초상이 되는 얼굴 없는 초상화를 제시한다. 그 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단절된 공간이고 얼핏 보면 넓어 보이지만 단순하고 작은 후미진 공간들이다. 무언가가 채워져야 할 것 같은 비어있는 차가운 공간으로 보여 진다. 그래도 그들에 대한 나의 기억은 봄 햇살처럼 따뜻하게 기억되고 있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초상이 있는지 각양각색의 얼굴들이 보인다. 우리들이 사는 세상이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 지는 공간초상을 통해 관람객들 자신들을 담아낸 공간들을 추억하며 그 공간들에 깃들여있는 여러 초상들에 대해 떠올리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기대한다. ■ 박수진

Vol.20131119f | 박수진展 / PARKSOOJIN / 朴修眞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