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山景 Seoul Mountain scenery

강홍구展 / KANGHONGGOO / 姜洪求 / photography.painting   2013_1121 ▶︎ 2013_1210

강홍구_서울산경-집1_사진에 드로잉_45×45cm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30704e | 강홍구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1121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11:00pm

테이크아웃드로잉 한남동 TAKEOUT DRAWING hannam-dong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3-139번지 Tel. +82.2.797.3139 www.takeoutdrawing.com

서울 산경은 북한산, 인왕산, 기타 서울의 야산 위에서 내려다본, 혹은 마주친 서울에 대한 사진과 드로잉 작업이다. 산에서 바라본 서울은 늘 600년 이전을 생각나게 했다. 서울이 조선의 도읍이 되기 이전 시골 마을에 지나지 않았을 때의 풍경이다. 넓은 한강이 흐르고 관악산이 저 앞에 있고, 북한산에 몇 채의 절이 있을 뿐인 시골. 물론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런 풍경을 가상으로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서울 시내를 바라보며 상상하는 것이 더 즐겁다. 그리고 산 위에서 바라본 서울과 더불어 산의 풍경도 끝없이 변한다. 인왕산은 성곽이 꼭대기까지 복원되었다. 그걸 보면 새 성곽을 이룬 돌들은 어디서 왔을까 하는 부질 없는 질문이 떠오른다. 그러므로 이 드로잉, 혹은 작업들은 멍청하게 바라보는 서울의 풍경 혹은 원경이다. 그것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강홍구_서울산경-집2_사진에 드로잉_45×45cm
강홍구_서울산경-집6_사진에 드로잉_30×105cm
강홍구_서울산경-집7_사진에 드로잉_93×120cm

서울 산경 작업 노트 ● 1. 산엘 간다. 작업실 바로 앞이 북한산 서쪽 끝자락이기 때문이다. 슬리퍼를 신고 산 중턱까지 올라갈 때도 있다. 족두리봉이 가장 가깝고 향로봉, 비봉이 근처에 있다. 올라가서 주로 멍하니 서울 시가지를 보거나 몸이라는 게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다. 2.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는 족두리봉 뒤쪽 봉우리에서 족두리봉을 바라보는 곳이다. 그 곳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사람도 적고, 별로 높지도 않고, 능선을 따라가는 곳이어서 너무 덥지만 않으면 전망이 괜찮다. 그러나 갑자기 비가 내리는 날은 조심해야 한다. 바위가 미끄러워 낙상하기 쉽다. 특히 하산할 때. ● 3. 산에 올라가서 서울 시가지를 본다. 한강은 멀리서 반짝이고 관악산은 아슬하다. 건물들 위로 끼인 먼지와 연무를 보면서 서울이 지금처럼 되기 전을 상상한다. 60년대, 50년대, 일제시대, 조선시대로 뒷걸음질 치다 한성 백제 이전에 이르른다. 한강과 강변의 흰 모래밭과 녹색의 숲, 평지와 산들을 생각한다. ● 4. 때로 전쟁과 서울 불바다라는 말을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늘 전쟁에 대한 공포가 있다. 만약 전쟁이 나면 어느 곳에 방사포와 미사일이 떨어질까 상상해본다. 끔찍하지만 몇 개의 지점에서 불꽃과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산에 올라 본다고 치자. 여의도, 김포, 성남 비행장, 국방부, 국정원, 광화문..... 기타 군시설 등이 그런 곳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또 생각한다. 설마 핵폭탄을 쓰지는 않겠지.... 누군가 예술이란 일어날 전쟁을 미리 보여주어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쓴 것을 아주 오래전에 어디선가 본적이 있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일 거다. ● 5. 산등성이의 바위를 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언젠가 서울에서 집을 더 지을 데가 없어 이런 바위 위에 집을 짓는다면 어떨까 상상한다. 멋진 집이 아니라 부산 산동네의 생존을 위한 집 같은 그런 집들이다. ● 6. 북한산 말고 서울의 다른 산을 자주 올라가지는 않는다. 북악, 인왕, 안산, 관악.. 등등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난 서울 산에 대한 탐구자가 아니다. 등산객도 아니다. 산책자에 가깝다. 어슬렁. 그런데 왜 서울 산경을 주제 삼아 전시를 꾸릴까. 이런저런 자료들과 테이크아웃드로잉의 제안 때문이다. 이미 해놓은 작업도 좀 있고. 재개발로 산 중턱에 있던 집과 마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북한산성 계곡에 남은 가게집들의 자취를 너무 많이 보아서일지도 모른다. 이것도 일종의 중독이어서 집들을 보면 이 집이 얼마나 더 버틸까, 언제 없어질까를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이 산은 얼마나 더 견딜까? 7. 서울 산 곳곳, 북한산 둘레길 등에 촬영명소가 있다. 삼청공원, 말바위 근처 성북동 부촌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도 있다. 그러나 촬영 금지 구역도 많다. 인왕산 꼭대기에서 청와대 부근을 해상력 좋은 렌즈로 찍는 건 금지라고 그곳에 주둔한 병사는 말한다. 그런가?

강홍구_서울산경-연기1_사진에 드로잉_30×105cm

8. 때로 성벽을 따라 걷기도 한다. 춘장대 근처의 성벽, 낙산의 성벽을 보면 지독한 비실용성과 상징성을 생각하게 된다. 방어용이라지만 한 번도 쓰인 적이 없는 성벽, 전쟁 때 마다 그냥 비웠던 서울. 그런 성벽을 쌓느라 들었던 돈과 실제로 일한 백성들의 땀, 눈물, 피, 죽음.... 도성이라는 장소의 위신과 상징성의 완성을 위한 낭비.... ● 9. 산에서 집을 나오거나 버려진 개들을 만나기도 한다. 다소 섬뜩하다. 인적 드문 어두운 숲에서 마주칠 때는 무섭기조차 하다. 그런 개들은 잘 짓지도 않는다. 집이라는 자기 영역이 확실한 개와 그렇지 않은 떠돌이 개의 차이 같기도 하다. 다행이 멧돼지를 마주친 적은 없다. 마주치고 싶지도 않지만. ● 10. 어느 핸가 한 시간에 백 밀리미터 이상의 폭우를 북한산 계곡에서 만난 적이 있다. 비의 장막 속에서 불어나는 계곡물을 보는 것은 무서웠다. 철거중인 가게에 몸을 피신해서 무시무시한 굉음을 내며 튀어오르는 계곡의 흙탕물을 보는 일은 한편으로는 즐거웠다. 일단 몸이 안전하다는 느낌과 굉장한 구경거리를 만났다는 기분의 결합이라고나 할까? 숭고나 장엄미 따위가 그런 것일 것이다. ● 11. 그러므로 산을 오르는 일은 일종의 관음증이기도 하다. 높은 산에 목숨을 걸고 오르는 자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중독된 고소 관음증. 모든 호기심은 근본적으로 관음적이다. ● 12. 북한산에 흔한 넓고 경사가 완만해 보이는 바위를 그냥 오르다 오도가도 못하고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아래에서 보기에는 올라 갈만해 보였는데 좀 가면 발 디딜 데도, 손 잡을 데도 없다는 사실에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다행히 무사히 내려왔지만 그 이후로는 무모한 짓은 안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은 나뿐 아니라 초보자들이 흔히 겪는 일이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눈으로 보는 것이 결코 진실은 아닌 것이다. ● 13. 오래전에 어느 글에 서울은 거대한 공갈빵 같은 곳이라고 쓴 적이 있다. 이제 보니 서울은 산으로 둘러싸인 지금도 부풀어 오르는 초거대 공갈빵인게 맞다. 공갈빵 속에 미친 듯이 오르는 전세금이라니, 언젠가 빵 터질 텐데 파편이 산꼭대기까지 튈 것이다. 아니면 지금 내파(內破)중인지도 모르겠다. ● 14. 늘 혼자 다니던 산을 레지던시를 진행하면서 여러 사람과 가게 되었다. 자주 산에 가기는 했으나 산에 관해 안다고 말할 수 없는 내가 산행을 주도해야 할 정도로 산이 처음인 이들이다. 주로 북한산 서북쪽, 결국은 내가 자주 가던 곳을 가는데 북한산의 매력은 바위에 있다. 북한산은 대개 오르자마자 바위고 능선을 따라가도 바위다. 넓고 흰 바위들이 펼쳐져 있는 경관은 장엄하다.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산이 가진 그 무시무시한 침묵과 존재감이 몸으로 스며들어온다. 그냥 바라보다 올라가는 수 밖에 없다. ● 15. 서울의 산은 서울의 무의식이다. 항상 배경으로 존재한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할 뿐이다. 서울 산경이란 사실 그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산을 의식한 적도 없는데 사진을 찍고 작업을 하다 보니 늘 배경에 산이 있었다. 서울의 산은 일종의 에피스테메인가? ● 16. 레지던시의 결과는 작업이라고도 작업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뭘 하자는 생각 없이 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내가 한 게 뭘 말하는지, 작업의 질이 어떤지 신경 쓸 필요 없는 느슨함과 속편함이 핵심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산을 올라가듯이. ■ 강홍구

강홍구_서울산경-구름1_사진에 드로잉_45×45cm
강홍구_서울산경-구름4_사진에 드로잉_90×200cm

전시 『서울산경』은 강홍구 작가가 서울의 산, 그 중에서도 주로 북한산을 다니며 제작한 작품 열다섯 여점으로 구성되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 안에서 무의식중에 늘 배경으로 존재했던 서울의 산들 혹은 그 일부에 집, 구름, 연기등의 상상을 얹었다. 「집」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북한산 바위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작은 집들은 마치 본연의 위치에 있는 것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는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작가의 손을 통해 그려진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재하는지 아닌지 의구심을 만들기도 한다. 사진 위에 그려진 「연기」도 실재인 것 같기도 하지만 산과 도심 중간에서 피어오르는 일종의 신기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강홍구 작가의 말을 빌리면, 사진은 일종의 거대 망상 네트워크이다. 작가는 본 것 그대로를 기억할 수 없기에 사진을 찍고 그 위에 실재와 비실재의 경계에 있는 것들을 그려 넣기도, 색을 입히기도 한다. 집이나 연기같은 특별하지 않은 익숙한 소재들이 사진 위에 그려지면서 산의 풍경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잠재적인 욕망과 무의식이 가져온 변화를 함께 이야기한다. 이는 마치 강홍구 작가가 카페 의자에 기대어 뭔가를 끄적거리기도, 잠을 한 숨 청하기도 하며 내다보이는 창문 밖 풍경과도 같다. 현재는 수많은 집과 건물로 빼곡히 뒤덮여 원래의 모습을 상실했지만 한때는 '산'이라 불리었을지도 모르는 그 산동네 풍경처럼 말이다. 이미 몇몇 산들은 산 본연의 모습을 찾으려는 시도가 오히려 망상일지도 모르겠다. 전시 『서울산경』은 서울에 존재하는 산들에 대한 인식의 방향성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전시를 통해 우리와 희노애락을 같이한 서울산의 연대기와 강홍구 작가가 작업을 통해 전하는 이야기를 훑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 양정선

Vol.20131123e | 강홍구展 / KANGHONGGOO / 姜洪求 / photography.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