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s Dalma!

오순환展 / OHSOONHWAN / 吳淳煥 / painting   2013_1127 ▶︎ 2013_1216 / 백화점 휴점일 휴관

오순환_꽃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54×291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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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10:30am~08:00pm / 금~일요일_10:30am~09:00pm / 백화점 휴점일 휴관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 SHINSEGAE GALLERY CENTUMCITY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1495번지 신세계 센텀시티 6층 Tel. +82.51.745.1508 shinsegae.com

모두가 달마! ● 울산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은 시내에서 떨어진 농촌이고 길가에서 벗어난, 비교적 깊은 곳에 자리했다. 소박함과 누추함이 두루 맞물린 작업실 내부에서 나는 그의 따뜻한 그림들을 보았고 막 빚은 신라 토기와 해학미로 빛나는 제주 동자석도 보았다. 그의 그림의 기원이 그곳에서 영원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휘적휘적 걷고 있는 남자와 망부석 같은 여자, 작은 화분과 꽃, 고개를 내밀고 벌레를 쪼려는 듯한 새 한 마리, 정면으로 자리한 집 한 채, 첩첩 산중을 그리고 있었다. 달라진 점은 그 대상 중에 짙은 눈썹과 입술주변을 동그랗게 감싼 수염을 지닌 달마상이 섞여있었다. 색다른 달마상이다. ● 그는 물감을 균질하게 펴서 바른다. 캔버스 천에 물감을 곱게 펴고 다듬고 오랜 시간 매만져 그린 그림은 납작하고 평평하다. 붓질의 드러남이 없이 물감의 층, 색 면이 환하게 빛처럼 다가오는 그림이다. 얇은 물감의 층을 반복해서 올린 이러한 방법론을 그는 '편다' 라고 표현한다. 그렇게 작가는 물감을 고르게 펴서 바르고 화면을 평평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지극한 정성이 깃든 그리기이고 공을 들이는 그림이다. 마치 자신의 마음을 평평하게 문질러대면서 그리는 듯 하다. 그 평평한 표면에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고르게, 평등하게 자리하고 있고 동일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그려져 있다. 그가 그리는 존재는 이처럼 모두 동일하고 평등하다. 그것들은 소중한 생명이고 그대로 완벽한 존재들이다. 평범한 범부들, 개와 새, 산과 나무, 집과 화분 등은 이미 그것 자체로 충만한 세계를 이루면서 당당하고 맑고 순박한 표정을 짓고 있다. 모두다 달마다.

오순환_나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59×194cm_2013

화면 속의 형태가 더없이 소박하고 어눌해 보인다. 그야말로 졸拙하다. 그런데 졸이란 교巧가 이룰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양팔을 앞뒤로 흔들며 휘적거리며 걷는 남자상은 마치 고구려 무용총 벽화에 등장하는 무희들의 몸놀림을 연상시킨다. (그 걸음걸이와 팔의 흔들림은 영락없이 오순환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작은 집과 화분, 나무 등은 신라 토기의 소박함, 그 무심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조형의 단호함 아래 매만져진 미감을 연상시킨다. 등장 인물들의 표정은 제주 동자석 그대로다. (사실 그 얼굴도 작가의 얼굴 그대로다) 볼수록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그림이다. 그림 속 형상들은 햇살처럼 환하고 맑은 화면에 눈부시게 박혀있다. 물감을 평평하게 펴서 바른 표면이 이룬 밀도와 질감위에 칠해진 색채들의 조화가 이룬 소박하면서도 따스한 정서가 스며드는 그림이다. 그것은 특정한 의도와 욕망이 아니라 한 개인의 천성과 그가 습득해서 자연스레 체화된 미의식과 세상과 사물을 보는 그만의 눈과 마음으로 인해 가능한 그림이라는 생각이다. 그의 심성이 문질러지고 펴져서 이룬 그림이라는 생각이다. 이처럼 그림은 한 개인의 지닌 모든 것의 총화가 불현 듯 몸을 내미는 것이다. 그러니 그림은 꾸며지거나 의도되기 어려운 영역일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오직 그만의 모든 것으로 절여진 그림! ● 오순환은 사람들은 그 자체로 완전한 상태로 살아간다고 믿는다. 그는 주변의 모든 것에서 '달마'를 보았다. 존재 하는 모든 것들은 달마가 아닌가? 해서 그의 근작은 그만의 해학적인 달마상이 등장한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오리들도 달마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기에 깨달은 자와 깨닫지 않는 자의 구분이란 모호하고 무의미하다.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것은, 모든 이들은 각자의 고유성으로, 그 완전함으로 살아간다. 그러니 그들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관점으로 살피고 판단하고 억측한다. 우리들은 사물과 세계를 볼 때 자신의 선글라스를 끼고 본다. 그것을 벗고 어떠한 선입견 없이 대상을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스스로 지닌 편견, 가치관과 이데올로기에 침윤되어 대상을 바라보고 판단을 내린다. 오순환은 부디 그 안경을 벗고 대상을 그대로 인식하기를 권한다. 생각해보면 작가란 잘 보는 자이고 그렇게 잘 보도록 깨닫게 해주는 이들이다. 진정한 주체가 되려는 이들이기도 하다. 우선 오순환은 나를 둘러싼 세계, 모든 존재들을 편견 없이 그대로 바라보고 그 존재의 소중함을 인식하라고 권하고 있다. 모든 존재에 깃든 불성을 바라보고 또한 그들이 결국 달마임을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오순환_달마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94cm_2013
오순환_사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7×291cm_2013

"우리 앞에 놓여 있고 보이는 어느 것 하나, 모두가 그 자체로 축복이며, 이렇게 축복 속에 살아가는 것이다. 세상에 불법 아닌 것이 없고, 두두물물 부처 아닌 것이 없다 하였다. .우리 앞에 놓여있는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이치를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다. 내가 세상에 이렇게 놓여 있는 것처럼.." (오순환)

오순환_오리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94cm_2013
오순환_오리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24×194cm_2013

달마란 특정한 존재의 초상을 그린다기 보다는 가시의 차원을 초월하여 형태보다 그 뜻을 그리는 것이다. 그러니 달마의 그 모습은 선화의 화두처럼 다양하며 백태를 이룬다. 그것은 또한 달마의 자유자재한 법신을 말한다. 결국 달마는 마음이 그린다. 마음의 본성을 관찰하는 것을 이른바 '관심'이라고 한다. 마음이란 만법의 주체이며 모든 것과 관련이 있으므로, 마음을 살피는 일은 곧 일체를 관찰하는 것과 통하는 것이다. 오순환은 자기 마음으로 본 달마를 그렸다. 그는 일상에서, 모든 존재에서 달마의 얼굴을 보았다. 불성을 만났다.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평등하며,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무한한 불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불성은 모든 것을 통섭하는 진리이고, 또한 우주의 실상이다. 옛선가어에 이런 구절이 있다. "당신이 선을 공부하기 전에는 산은 산이고 강이다. 선을 공부하고 있는 동안에는 산은 더 이상 산이 아니고 강은 더 이상 강이 아니다. 그러나 당신의 눈이 열리면 산은 다시 산이고 강은 다시 강이다." 다시말해 선의 참다운 목표는 보잘것없는 일상적 삶을 즐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진리는 다른 곳에 있지 않고, 특별한 곳에 주재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다. 그러니 살아있는 것이 도를 닦는 일이고 일상이 도장이고 만물이 부처 아닌 게 없다. 달마 아닌 게 없다.

오순환_집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18×291cm_2013

오순환의 그림은 따스하고 정겹다. 해학적인 도상, 부드럽고 눈부신 색채, 환한 광휘로 가득한 화면, 그 안에 더없이 적조하게 들어와 박힌 대상은 맑고 '허정'하다. 그 쓸쓸함이 어딘지 탈속의 느낌을 고양시킨다. 오순환은 몇 가지 도상들을 통해 그만의 선화(혹은 선한 그림)를 그려내는 것 같다. 그것은 우리네 전통미술의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에 기반 한 빼어난 아름다움을 한 축으로 하고 간결한 선화, 민화의 놀라운 고졸함을 두루 껴안고 그 안에 자신의 심성, 그리고 동양적 사유를 슬그머니 밀어 넣어 이룬 그림이다. 근작에는 평범한 사람들, 모든 생명체가 달마가 되어 등장한다. 작가는 모든 것에서 달마를, 부처의 모습을 찾았던 것 같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결국 부처, 달마가 아니겠느냐는 그의 음성도 들린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삶속에서 무수한 달마를 찾고 만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지극한 정성으로 펴내어 그리고 있다. ■ 박영택

Vol.20131127b | 오순환展 / OHSOONHWAN / 吳淳煥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