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빛 Light on Ground

주상연展 / JOOSANGYON / 朱相燕 / photography   2013_1127 ▶︎ 2013_1211

주상연_hand #1114_젤라틴 실버 프린트_20×24inch_2013 © Sangyon 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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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연 홈페이지_www.sangyonjoo.com

초대일시 / 2013_1127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2:00pm~07:00pm

지상소 onground 서울 종로구 창성동 122-11번지

경계 없는 풍경(風景)1 2013년은 주상연에게 있어서 많은 변화를 가져온 해이다. 내면의 심리적 변화와 함께 한동안 움츠렸던 창작도 실험과 도약으로 거듭난다. 2004년 세 번째 개인전 이후,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과 자극이 필요했던 그는 2007년 샌프란시스코로 유학을 떠나 거기서 사진작가이자 SFAI(San Francisco Art Institute) 교수인 린다 코너(Linda Connor, 1944-)를 만나 사진적 프레임의 경계를 한 발짝 넘는 계기를 마련한다. 그로부터 4년간 린다에게 많은 영감을 받고 사진매체의 원론적 의미부터, 예술가로서 삶을 살아가는 것까지 많은 교감을 나눔으로 평생의 스승으로 연을 맺는다. (중략)

주상연_sea #0619-1_라이트젯 프린트_20×27inch_2013 © Sangyon Joo
주상연_web #4_라이트젯 프린트_16×20inch_2009 © Sangyon Joo

2 다시 말해 주상연은 미국 서부의 새로운 빛을 만나 한동안 막혀있던 사진 언어에 신선한 기운을 받는다. 언어로 규정되는 이성적 세계와 언어를 넘는 불명확한 세계의 간극에서 신비한 찰나적 현상을 목격하게 되고, 이때 그는 저 너머 잠재되었던 감성의 기억을 새로운 창(窓)을 통해 환기시킨다. 무한한 풍경 속, 알 수 없는 세상에 자신을 풀어놓고, 본능의 욕망으로 대지를 들여다 보거나, 사막을 횡단하거나, 하늘의 구름을 쫓거나, 혹은 자신이 만든 정원 속의 작은 숲과 야생의 숲에서 몸을 내던지듯 사진기를 들고 감각의 촉수를 세운다. 이때 공기와 빛의 어울림으로 에워싼 모든 만물은 작가의 먹잇감이 되었고, 작은 먼지와 벌레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들판의 풀잎이나 잡초들에서부터 여기저기 널브러진 대자연의 현상과의 만남을 필름 속에 채집하였다. 작가에게 그 이미지들은 망망대해의 작은 모래알처럼 하찮고 막연한 것이었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이 사진들이 엮여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그것이 바로 책으로 묶여진 「중력과 은총」시리즈이다. 매체의 영역 안에서 사진을 재현으로서 직시하는 것이 아니라, 「중력과 은총」은 메타적 시선으로서의 시각언어가 뒤섞여 인식의 지층을 뒤흔드는 독특한 문장력으로 필자에게 읽혀진다. 책자형식으로 만들어진 「중력과 은총」은 낱개의 이미지로는 의미가 서술되지 않는다. 서로의 이미지들이 행간의 이동을 통해 뒤섞여가며 수없이 많은 문장들을 엮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만의 특성이자 열린 가능성이다. 그 속에는 이미지들의 혼돈과 충동이 요동을 친다. (중략)

주상연_wood #1014-1_라이트젯 프린트_20×27inch_2013 © Sangyon Joo
주상연_marsh #0713_라이트젯 프린트_30×40inch_2013 © Sangyon Joo

3 『지상의 빛』은 앞서 서술한 「중력과 은총」의 연장선상에 있다. 두 개의 콘텐츠는 경계 없는 풍경을 던져놓고 한 이미지로서의 완결성보다는 경우의 수에 따라 관계 항이 달라지는 변수를 경험케 하고 있다. 사실 무한한 풍경 속에 1시점(視點)의 환영은 존재하지 않고 다시점(多視點)의 전체적 환영이 존재한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주상연이 이 풍경 속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득하는 지도 모르는 채, 직관으로 별거 아닌 무수한 점(點 : 흩어져 있는 작은 얼룩, 낱개의 이미지 언어)들을 수집하여, 오랜 시간의 사유체계를 통해 소화했다는 것이다. 그 까닭은 그의 삶을 관통하는 깊은 신앙심에서 기인하는 동시에 체질적으로 동양적인 사유와 관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간의 '사이 공간'을 더듬어 내고, 현대사회에서 적용되는 객체와 주체 사이의 이분법적 구별을 거부하는 동양 사상을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이해하고 있기에, 끝없는 바다나 하늘같은 무한 공간을 응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주상연은 오랜만에 볕景과 바람風을 쐬며, 그저 쉽고 자연스럽게 노는 관점의 태도로 자연을 보듬었다. 자연이 감상의 대상을 넘어, 그의 육신이 그 속으로 들어가 더듬고, 살피고, 소요하며 태초의 기억의 잔영(殘影)을 불러오는 대상이 되었다. 그 풍경들은 마치 지상과 하늘이 만나 완전한 하나를 이루듯, '지상의 빛' 아래에서 명료하게 드러난다. 신기하게도 '지성소'를 향한 그의 이상이 전시장 '지상소'(地上所)에서 현실로 자리 잡는다. 이러한 인연이 신묘하지만, 무형의 공간에서 유형을 이루는 것이 예술의 구현임을 인지하여, 우연을 필연으로 받아들이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은총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그는 '지상소'라는 구체적 장소와의 만남에 자신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 빛을 새기는 두 장의 흑백사진으로 실존을 증거한다. ■ 이관훈

Vol.20131127h | 주상연展 / JOOSANGYON / 朱相燕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