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시간 The Timeless Doll

서타옥展 / SUHTAOK / 徐陀玉 / photography   2013_1211 ▶︎ 2013_1217

서타옥_The Timeless Doll 001_잉크젯 아카이벌 프린트_100×160cm_201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경운동 64-17번지 Tel. +82.2.733.1045~6 www.grimson.co.kr

사진이 인형의 마법에 걸릴 때 ● 인형은 인간을 모방한 형상물이다. 그 모방은 조야하고 단순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헤어스타일, 화장, 의복, 장신구까지 실제 인간을 닮으려 한다. 인류는 이미지를 실제로 착각하는 원시적 사고에 의해 혹은 또 다른 자아를 희구하는 욕망의 투사를 통해 이 인형을 자신의 분신, 자아의 이상적 현현 혹은 특정한 타자의 구현으로 취급했다. 그리하여 어린이들은 인형을 바라보며 저 스스로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자신의 친구, 가족처럼 얘기하기도 한다. 분노에 휩싸인 대중은 특정인의 형상을 실제의 그 사람으로 간주한 후 불살라 버린다. 주술사는 의뢰인의 청에 따라 특정인을 대신하는 인형을 매개로 저주를 내린다. 영혼불멸설은 죽은 자의 영생복락을 위해 시신 곁에 실제를 대신하는 호위무사, 후궁, 노예 인형들을 함께 두도록 했다. 자신의 몸과 얼굴이 못마땅한 소녀는 바비 인형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고, 무적을 꿈꾸는 소년은 로봇태권브이에 몰입한다.

서타옥_The Timeless Doll 002_잉크젯 아카이벌 프린트_160×100cm_2013
서타옥_The Timeless Doll 003_잉크젯 아카이벌 프린트_160×100cm_2013

이쯤에 이르면 인형은 어린이의 장난감, 추억의 물품, 실내의 장식품에만 머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과거의 인류는 인형을 종교적 제의의 매개물로 삼았으며, 근대 이후의 인간은 인형에 자신의 욕망을 직간접적으로 투사했던 것이다. 따라서 선택한 인형의 형상과 성격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선택한 개인의 성, 취향은 물론이고 소유자의 내면성을 다소간 지시한다. 더욱이 인형이 한 작가의 사진적 소재, 주제로 선택된다면 내면성의 징후는 좀 더 농후해진다. 사진의 시선은 결코 무미건조한 바라봄이 아니라 작가의 의식, 그의(그녀의) 무의식적 지향과 밀접한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특히 작가가 사진의 객관성을 작품의 뒷전으로 미룬다면 그것은 결핍에서 비롯된 욕망, 욕망이 빚어내는 상상력, 상상력이 부추기는 환상을 동반하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서타옥의 사진 속 인형들은 작가의 어떤 욕망을 건드리고 환상을 부른 것일까? 작가는 인형이 그녀를 사로잡은 이유를 제목을 빌려 넌지시 밝히고 있다. &영원한& 「인형의 시간」 &시간을 벗어난& 「인형의 시간」이라고.

서타옥_The Timeless Doll 004_잉크젯 아카이벌 프린트_100×70cm_2013

인형은 일반적으로 제 시대의 패션을 반영하지만, 항시 그런 것은 아니다. 오랜 동화책이나 환상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인형의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형은 동시대의 머리 유행을 따르면서 과거의 의복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인형의 시간」은 현재의 시간을 벗어나 먼 옛날까지도 혹은 미래까지도 자신의 시간으로 삼을 수 있다. 「인형의 시간」은 그것이 제작된 시대와 관계없이 과거와 미래를 향하면서 영원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서타옥의 앤티크 인형들은 분명 19세기 후반 혹은 20세기 전반부의 유럽을 지시하지만, 그들의 패션은 그때와 무관한 시대와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을 벗어난 인형의 시간은 패션뿐이 아니다. 그들의 몸에도 깃들어 있다. 인형의 얼굴에는 삶의 고통에서 영원히 해방된 평온함이 있고, 뾰로통한 어릿광대의 입술에는 언제나 장난기가 서려 있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아기 인형의 눈은 영원히 감을 줄을 모른다. 더욱이 「인형의 시간」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도자기 인형과 비스크 인형은 플라스틱과 나무로 만든 인형과는 달리 움직이는 관절을 갖지 않는다. 처음의 자세와 제스처를 영원히 바꿀 수 없는(바꾸지 않는) 도기 인형은 영원한 「인형의 시간」을 육화하고야 마는 것이다. 그러나 하늘 아래 변치 않는 것은 없다. 따라서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인형은 없다. 먼 과거를 품은 인형은 그 시간의 길이만큼 변해 있는 법이다.

서타옥_The Timless Doll_잉크젯 아카이벌 프린트_20×18cm_2013

영원한 인형의 시간에 마법이 걸린 작가가 돌연히 시간의 덫에 사로잡힌 인형의 세부에 포커스를 맞추는 순간 노스탤지어는 우리를 엄습한다. 영원의 환상을 멎게 하는 데는 인형의 얼굴에 생긴 균열처럼 커다란 상흔이 필요 없다. 상실의 회한이 영원한 「인형의 시간」 을 몰아내는 데는 헝클어진 머리, 떨어져 나간 입술연지, 구멍이 난 드레스, 올이 풀린 레이스면 족하다. 이 하찮은 세부들이 영원을 사는 듯한 인형을 인간의 유한한 삶으로 전락시키고야 만다. 서타옥의 「인형의 시간」은 세월의 시련을 피할 수 없는 인형의 애상곡이기도 하다. [하략] ■ 최봉림

Vol.20131212f | 서타옥展 / SUHTAOK / 徐陀玉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