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will be a better day-근대소설

윤정미展 / YOONJEONGMEE / 尹丁美 / photography   2013_1216 ▶︎ 2013_1224

윤정미_B사감과 러브레터_라이트 젯 프린트_79×100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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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미 홈페이지_www.jeongmeeyoon.com

초대일시 / 2013_1216_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요일_12:00pm~05:00pm

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안국동 7-2번지) Tel. +82.2.738.2745 www.gallerydam.com cafe.daum.net/gallerydam

사진으로 다시 쓴 근대소설 ● 2008년 시작된 윤정미의 새로운 시리즈는 근대소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다. 기존의 다른 시리즈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품이 들어가서 중간 중간 쉬었다가 다시 제작된 16점의 작품 중에서 11점이 걸린 이번전시 『It will be a better day _ 근대 소설』은 소설의 한 장면을 설정한 사진들로, 문학적 서사와 사진과의 관계를 보여준다. 순간의 장면을 응결시키는 사진이라는 매체와 보다 긴 시간의 흐름을 타고 전개되는 문학적 서사가 어떻게 만나는지가 흥미로운 지점이다. 시간, 또는 서사의 단면으로서의 사진은 다른 장르의 언어로 번역된 작품으로, 순간과 지속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학 텍스트가 잘 알려진 문맥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윤정미가 다룬 1920년대에서 1970년대의 한국 근대 단편소설은 꼭 문학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교과서 등을 통해 보편적으로 접할 수 있는 소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 그것들은 교과서 뿐 아니라 중고등학교 '필독도서'로 지정된 것들로, 작가가 이 책들을 다시 접하게 된 계기도 아이들을 위한 책을 우연히 본 것에서 왔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대상이 된 소설들이 국어시험을 위해 외우긴 했어도 원본을 찬찬히 음미해 본 기억은 없다. 『핑크 & 블루 프로젝트』 같은 젠더 문제를 비롯하여, 우리 삶의 여러 방면에서 작동되는 시각적 이데올로기를 천착해 온 작가는 기계적 교과 과정으로 지나쳐 온 것들을 재발견했다. 윤정미가 학창 시절 이후, 이번 전시를 위해 다시 그것들을 읽어본 바로는, 이야기의 전개나 세부 사항 모두에서 현재에도 그 울림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보편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차이와 반복을 통해 되풀이되는 이야기에는 자연과 역사라는 두 가지 굵은 선으로 엮여지는 인간의 필연적 운명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이 전시는 근대소설에 담겨진 성적, 계급적 이데올로기, 욕망과 무의식, 해학과 풍자를 사진의 언어로 재해석 한다. ● 서사를 이끄는 사건과 인물들은 전형성을 가진다. 전시부제의 또 다른 키워드인 『It will be a better day』는 확실한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신화나 전설, 종교적 설화 같은 옛날 이야기와 달리,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는 문제들임을 강조한다. 근대의 주인공에게 시작된 고난들은 현대의 우리도 겪는 문제들이고, 이에 대한 정답은 없기에 단지 더 나아지기를 기복신앙처럼 바랄 뿐이다. 지나간 시대의 소설이 현대 사진으로 연출될 때 그 간격은 최대한 줄일 수도 있겠지만, 윤정미의 사진에는 재현의 간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시대적, 장르적 간극에서 발생하는 틈은 봉합되지 않는다. 근대소설을 연출한 사진에 끼어든 현대적 요소는 제거되지 않았고, 소설에 나오는 문장대로가 아니라 지금 시대의 감성으로 재해석 한 장면도 발견된다. 허구적 연속성이 아니라, 차이와 간격을 통해서 그 시대가 이 시대와 통하는 틈을 마련한다. 이러한 이물감은 관객으로 하여금 신파조의 감정이입을 차단하고, 풍자적 속성을 강화한다. ● 윤정미가 선택한 근대소설에는 계급적, 성적 차이에 따른 갈등이 많이 발견된다. 작품「배따라기 1, 2」는 시동생과 부인의 관계를 의심한 남편 때문에 죽음에 이르는 여성을, 오해가 일어난 극적인 사건과 오필리아를 연상시키는 구도로 떠 있는 시체를 보여준다. 작품 「산」은 머슴이 주인의 첩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의심을 받아 산으로 쫒겨가 자연에 귀의한다는 이야기인데, 낙엽을 덮고 별을 바라보는 장면은 잘 다듬어진 현대적 공원을 배경으로 한다. 그것은 인간사회의 갈등을 피해 회귀할 원초적 자연--자궁, 무덤을 동시에 생각하게 하는 봉긋한 이미지에 선명하듯—이 남아 있는가를 묻는 듯하다. 윤정미가 선택한 근대소설에서 여성들은 남존여비 사상의 희생자로 나타나며, 잔존해 있는 가부장제 또한 근대의 남자를 편치 못하게 한다. 작품 「술 권하는 사회」는 동경 유학 출신의 남편이 술로 세월을 지새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평창동의 한 술집에서 찍은 이 사진은 다른 작품과 달리 시대의 간극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 예술 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력 인플레 현상은 현재에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그야 말로 지금에 와서 보편화 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작품 「날개」에 나오는 인물 역시 고학력 백수 남편이 일본식 실내에 일 나간 부인이 머리맡에 놓고 간 은전과 그녀가 세탁해주었을 하얀 시트 위에서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채 빈둥거리는 모습이다. 계급을 가로지르는 비극적 사랑이야기는 TV 연속극의 단골주제이지만, 각 시대만의 판본이 있다. 작품 「벙어리 삼룡이」는 머슴과 주인 아들의 새색시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 불타버린 현대적 재해의 현장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비극의 현장에서 포착된 한복 차림의 두 남녀는 피에타처럼 연출되어 있다. 작품 「백치 아다다」는 돈 때문에 첫 결혼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여주인공이 두 번째 남편 몰래 돈을 버리는 장면이다. 원작에서는 돈을 몰래 버리지만, 각색된 작품에서는 시원하게 흩뿌리는 장면이다. ● 돈에 얽히고설킨 사랑과 결혼 문제는 너무나 고질적이어서 해방과 죽음을 구별할 수 없는 파국적 결말에 기댈 뿐이다.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이 장면은 축제같은 분위기로 연출되었고, 이 과감한 행동을 취할 때 벌어진 치마폭과 날리는 돈, 그리고 자유로운 갈매기는 근대 여성의 해방에 대한 욕망을 표현한다. 작품 「B사감과 러브레터」는 성적으로 억압된 노처녀의 히스테리가 코믹하다. 흰 블라우스에 검은 치마를 입은 고풍스런 패션의 주인공이 학생의 연서를 자기 편지 인양 들고서 달콤한 환상에 빠진 곳은 현대의 교무실이다. 결혼을 거부하는 고학력 여성이 날로 늘어가는 시대, 그녀의 히스테리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작품 「김강사와 T교수」는 돈을 건네며 교수직을 구하는, 아직도 완전히 사라졌다 할 수 없는 타락한 관행을 풍자한다. 현재와 많은 연결고리를 가지는 보편적 문제 중의 하나가 가족관계에 얽힌 사건들이다. 하지만 가족 간의 유대는 이전 같지 않고, 그 차이 또한 작품의 메시지가 된다. ● 작품「화수분」은 가난 때문에 죽은 사이좋은 부부와 그 사이를 돌아다니는 아이가 발견된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다. 아이는 원작과 달리 혼혈아로 나타난다. '다문화' 가정 이라 불리 우는 새로운 가족 형태는 빈곤가족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작품「메밀꽃 필 무렵」에서 부자가 극적으로 만나는 메밀꽃밭은 소설에 나오는 봉평이 아니라, 반포 한강시민 공원인데, 한강주변의 현대 도시 풍경이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방치된다. 가장 끈끈한 혈연관계는 시대를 초월한다. 양공주 여동생, 깡패 남동생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 「오발탄」은 시대를 축약하는 인물들로 구성된 가족의 갈등을 배경으로 한다. 비극적 장면인데도, 쌍코피를 흘리는 코믹한 인물과 세트장의 분위기와 역력한 이 작품은 이전 시대의 가족적 연대가 풍자 대상이 된다. 작품 「운수 좋은 날」은 유난히 장사가 잘된 날 부인을 저세상으로 보낸 가난한 인력거꾼의 비극을 현대의 허름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촬영했다. 상대적일 뿐 아니라, 절대적인 가난 때문에 발생되는 불행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 작품 「독짓는 늙은이」는 젊은 조수와 도망친 아내에 대해 분노하지만, 조수만도 못한 독을 짓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여기에는 재능은 물론 젊음마저도 지나가 버린 피폐한 예술가상이 중첩된다. 작가는 상심한 늙은이의 포즈에서, 다게르에게 모든 영광을 빼앗긴 사진계의 선구자 이뽈리뜨 바야르의 『비탄에 젖은 자화상』(1840년)을 떠올린다. 윤정미의 작품 곳곳에서 발견되는 외국의 선례와도 중첩될 수 있는 보편성은 앞으로 한국 뿐 아니라, 세계 단편문학으로도 뻗어나갈 작품의 방향성을 가늠해준다. 근대사 역시 선명하다. 작품 「학」은 어릴 때 함께 학을 잡던 단짝 친구를 적대하게 한 생경한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다룬다. 작품 「수난이대」는 일제의 강제 징용으로 끌려가 왼팔을 잃은 아버지와 6.25 전쟁에서 오른쪽 다리를 잃어버린 아들이 외나무 다리를 함께 건너는 장면을 통해, 개인에게 닥치는 거시 역사의 문제가 자본의 모순이 더욱 격화되는 현대에 편재함을 암시한다.

윤정미_독짓는 늙은이_라이트 젯 프린트_2013
윤정미_오발탄_라이트 젯 프린트_79×116cm_2008

이번 전시의 사진에서 소설은 내용과 형식면에서 처음과 끝을 관통한다. 그러나 윤정미의 사진이 소설을 그대로 재현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작가는 양 장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새로운 이야기가 담긴 새로운 사진을 목표로 했다. 소설가가 사진을 볼 수 있고, 조형예술가도 소설을 읽을 수는 있으나, 각 매체가 분업 식으로 진화한 현재, 각 매체의 언어가 구사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서로가 문맹에 가깝다. 그래서 장르의 넘나듦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최소한 한 개 이상의 언어는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 대학에서 먼저 회화를 전공했으나, 이후 사진으로 더 많은 작품 이력을 쌓아온 작가에게 경계 넘나들기는 새로움을 위한 실험이 되었다. 먼저 우리는 작품의 출발이 된 소설에 대해 알아 볼 필요가 있다. ● 소설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작가가 열정과 풍속의 묘사에 의해서 혹은 모험들의 특이성에 의해서 흥미를 불러일으키려고 노력하는, 산문으로 씌여진 꾸며낸 이야기'(리트레 사전)이다. 또한 소설이란 '상당히 긴 산문으로 된 상상력의 작품으로서 실제처럼 주어진 작중인물들을 제시하고, 하나의 환경 속에서 살게 하고 우리에게 그들의 심리, 운명, 모험을 알게 하는 것'(로베르 사전)이다. 마르트 로베르는 『기원의 소설, 소설의 기원』에서 소설의 존재를 '마치-처럼'에서 끌어낸다. 소설을 바탕으로 한 윤정미의 작품 역시 '마치-처럼'의 방식을 통해서 현실에서 출발하였지만, 상상력으로 완성된 주인공들이 다시금 현실을 재발견하는데 활용된다. 마르트 로베르에 의하면 소설적인 것이란 필수적인 내용과 결정되지 않는 형식을 갖는다. 소설의 원작이 사실과 자유의 상보작용을 통해 완성되었듯이, 그것의 사진적 연출가 및 관객 역시 주어진 사실 외에 자유 해석의 여지가 있다. ● 윤정미는 '창조자'라는 신학적이고 낭만주의적 예술가상에 기대지 않고, 기성의 텍스트를 다시 짜는 역할을 받아들인다. 사진이 자기 고유의 인덱스를 벗어나 그림처럼 자유자재로 만들어질 수 있는 시대가 도래 했어도, 사진이 가지는 실증적 속성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작가는 작품의 원래 텍스트를 충분히 밝히고 구체적 인물과 장소를 섭렵하면서 현재의 자원을 활용하여 최대한 그럴듯하게 장면을 재구성하는데, 그것은 사진이 가지는 실증적 힘을 보편적 메시지의 전달에 활용하는 전략이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것에서 새로운 창조가 발생할 수 있는 간격과 틈을 남겨둔다. 그것은 우선 시대적 간극이고 다음으로는 소설과 사진이라는 장르적 차이에서 오는 틈이지만, 보다 넓게는 새로운 해석과 쓰기가 가능한 여지로 다가온다. 작가는 관객(독자)에게 단지 읽기를 통한 소비가 아니라, 쓰기를 통한 생산을 요구한다. 작품 제목들을 통해 명료히 밝힌 전거에 의해 최초의 의미의 방향타는 제시되지만, 사진으로 완성된 각 부분을 또 다른 전체로 조직하고 종합하는 것은 관객에게 맡겨진다. ● 그 관객은 지금 여기를 그때 거기만큼이나 온몸으로 살고 있는 보편적 인간이다. 이 전시에서 근대의 가장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두 예술인 소설과 사진의 결합 이상의 내용적 공통점을 가진다. 소설 뿐 아니라 사진이 다룰 수 있는 것도 무궁무진하다는 점도 두 장르의 매개 고리가 된다. 「기원의 소설, 소설의 기원」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소설이란 과거의 위대한 서사시 형식의 후예로 간주되지만,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의미로서의 소설은 비교적 최근의 장르로서, 그것을 생겨나게 한 전통과는 대단히 느슨한 관계가 있을 뿐이다. 근대 소설가는 관찰하고 비교하고 측정하고, 간단히 말해서 믿음을 비판정신으로 대체하고, 영원성을 그 시대의 혼란한 현실로 대체하게 된다. 근대소설과 현대 사진을 잇는 윤정미의 작품 역시 근대에 의해 개막된 혼란한 현실에 대한 비판이다. ● 작품 속에 나타난 근대 소설 역시 지어낸 이야기, 즉 허구이기는 하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점, 그리고 그 일은 얼마 전 과거 뿐 아니라 현재에도 그리고 상당기간 동안 지속될 만한 일이라는 점이다. 여기에서 현실과 허구, 보편과 특수는 매우 근접해 있다. A.A 멘딜로우는 『시간과 소설』에서 소설을 나누는 기준도 될 수 있는 인생에 대한 진실의 관계를 네 가지로 나눈 바 있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것(impossible), 참 말 같지 않은 것(improbable), 있을 수 있는 것(possible), 참 말 같은 것(probable)이다. 멘딜로우에 의하면 소설은 이 중 처음 두 가지를 초창기부터 그 영역에서 제외했다. 위대한 소설가들은 자신들이 네 번째 것의 한계 내에서만 소설을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설은 날마다 우리 눈앞을 스쳐 지나가거나 우리의 친구나 자신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의 관계를 제시해준다는 것이다.

윤정미_벙어리 삼룡이_라이트 젯 프린트_79×94.6cm_2013

윤정미의 작품들은 소재가 된 근대소설들이 당대의 역사를 상당히 반영하고 있다는 점, 계급이나 성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근대사라는 격동기에 발현되면서 더 극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점, 굳어져 변화 불가능해 보이는 현대의 모순이 발생기로 소급되면서 더 원초적인 모양새를 취한다는 점을 보여주며, 그것이 현재진행형의 문제라는 메시지 또한 분명히 밝힌다. 그때와 지금이 이루는 공명은 작품 제작의 주요 동기가 되었다. 작품의 주인공으로 호출된 이들은 아직 미지의 가치로 실험중인 민주주의의 구성원들이라 할 수 있는 서민들이다. 멘딜로우는 초기 로망스에서 세상은 온통 왕족으로 차 있고 나중에는 귀족으로 바뀌지만, 중산층이나 천민의 주인공은 18세기 이전의 진지한 픽션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윤정미의 작품에 많이 등장하는 박복한 사람들 중에는 상류층도 있지만, 그들은 대개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며, 원래의 입지를 누리지 못하고 쇠락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근대에 와서야 소설의 독자와 사진의 관객 역시 보편화되었다는 점에서, 보편성의 문제는 윤정미의 작품 여러 차원에서 울려 퍼진다. 역사상 최초로 대규모의 전통은 붕괴되었지만 새로운 질서는 확립되지 않는 시대와 그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서민들의 보편적인 삶은 혼란과 생동감으로 동시에 다가온다. 이러한 이중성은 비극적일 뿐만 아니라 희극적인 양상으로도 나타난다. 가난함이 뚝뚝 묻어나는 시절에 일어난 대부분의 사건들은 비극적이지만, 그것이 한 장의 사진으로 압축 될 때 연극적--원작 소설은 사진에 의해 꾸며진 무대장치(mis-en-scene)로 들어서는데, 서사라는 시간의 요소를 적극 도입하는 윤정미의 작품에는 마찬가지의 선택으로 근대 미술을 넘어선 현대미술의 연극(theatre)적 요소가 있다--으로 나타나면서 양면성이 공존하는 것이다. 이러한 양면성은 또한 현실과 허구의 문제를 제기한다. ● 윤정미의 작품에서 제거되지 않은 간격과 틈은 현실과는 다른 허구의 몫 내지 여지를 위한 것이다. 이야기를 믿게 하기 위해서 현실을 모방하는 방식은 원작 소설 뿐 아니라 사진이 걸치고 있는 두 차원(현실과 허구)이다. 마르트 로베르는 소설이란 결코 사실도 아니고 거짓도 아니라는 것, 소설의 진실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환상의 힘의 증가 외에는 다른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의 「소설의 기원, 기원의 소설」에 의하면 '한 편의 소설을 만든다'는 표현에 대해, 그것은 '소설에서 보는 것처럼 보다 좋은 조건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사물을 일어난 것과는 달리 이야기한다는 것'이라는 「리트레 사전」을 인용하면서, 현혹시키기 위해서 특별히 고안된 거짓말은 소설에서 하나의 결점이 아니며, 그것을 고치는 것은 소설의 자유에 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비록 현실이 소설에게는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현실을 바꾸려는 현실적 욕망을 상징적으로 나타냄으로서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 현실과 접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 작가는 거짓을 진실과 결합시키며 현실적인 것을 상상적인 것과 결합시킨다. 소설의 능력은 현실을 재현하는 능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삶에 끊임없이 새로운 조건들을 재창조하기 위해, 삶의 요소들을 재분배하기 위하여 삶을 자세히 검토하는 능력에 의한 것이다. 꾸며낸 세계이지만 사실적인 그럴듯함을 가지는 윤정미의 작품은 소설에서 허구와 현실 간에 설정된 관계가 사진에도 마찬가지임을 보여준다. 허구적 속성을 애써 감추지 않는 그녀의 작품은 현실 또는 소설을 반영하면서도 그것과 유희한다. 꾸며진 행위를 통해 독자와 관객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두 예술의 힘은 놀랍다. 그 힘은 서사 뿐 아니라, 형식적 관례의 힘에서 나온다. 멘딜로우는 소설의 관례에 의하여 작가는 기초적인 가설을 만들 수 있고, 또 그러기를 원하는 독자들이 마음속에 환상을 창조해 주는데 성공한다고 본다. 소설은 작가와 독자 간의 긴밀한 협조의 산물인 것이다. ● 예술에 있어 현실성이란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다시 만들어진다. 『시간과 소설』은 '사실주의는 가장 면밀한 관찰이라는 과일로부터 증류된 인공성'(토마스 하디)임을, 그리고 '소설이 전적으로 모방을 하는 것인 한, 그것은 인생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모방한다. 인간의 숙명적 사실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배우가 그 사실을 이야기할 때에 행하는 강조와 억제를 모방한다'(스티븐슨)는 말을 인용하면서, 현실성만큼이나 예술적 관례의 문제를 부각시킨다. 문학은 기껏해야 반 토막 진실이기 때문에, 그러면서도 완전한 진실의 환상을 전해 주려고 하기 때문에, 소설은 작자와 독자 사이에 맺어진 '척하기'의 약정을 지키는 데에 완전히 의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믿는 만큼 속고, 속는 만큼 믿는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그것은 작품이 효과를 내기 위해 소설가의 정밀한 문체만큼이나 사진가의 완벽한 형식적 장치가 요구됨을 알려준다. 이를 통해 비언어적 경험은 언어화되고, 언어적 경험은 비언어적 형식으로 재해석 될 수 있다. ■ 이선영

윤정미_메밀꽃 필 무렵_라이트 젯 프린트_79×98cm_2013
윤정미_산_라이트 젯 프린트_79×98cm_2013

갤러리 담에서는 윤정미의 『It will be a better day _ 근대 소설』라는 주제의 사진전이 열린다. 『 핑크 & 블루 프로젝트』에서는 아이들에게 강요되는 젠더에 문제제기를 해온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는 근대소설에 등장하는 장면을 연출하여 찍은 사진이다. 1920년대에서 70년대까지의 한국단편소설에 나오는 어떤 장면들을 작가가 재해석한 연출 사진이 보여질 예정이다. 김동인의 『배따라기』,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등 고등학교 시절에 읽었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아득히 그 줄거리만이 기억날 뿐이지만 작가는 지금 다시금 근대소설을 읽으면서 그 시대의 상황이 다시금 배경만 바뀐 채 되풀이 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소설 속 여러 상황들 속에서 현재의 나와 우리 사회의 모습들 – 인간사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 물질만능의 세태에 대한 이야기, 빈곤에 관한 문제, 민족적 차별, 또 그런 속에서의 해학,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 자연의 아름다움에로의 회귀, 종교적 갈등, 전쟁, 사랑, 인간들의 근본적인 욕망, 오해, 의심, 질투 등 - 을 보며, 동서고금과 빈부를 떠나 우리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인간사회의 문제점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윤정미가 보여주는 연출된 상황들은 재현을 위한 재현이 아니라, 그 상황들이 결국은 현재 이 시대, 이 사회에서도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또한 그 안에서 우리 자신들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윤정미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사진을 미국 School of Visual Art에서 사진과 비디오를 전공했으며, 이번이 열 네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배따라기」, 「백치 아다다」, 「오발탄」, 「화수분」, 「B사감과 러브레터」등의 작품들이 10여 점 선보일 예정이다. ■ 갤러리 담

윤정미_백치 아다다_라이트 젯 프린트_79×100cm_2008

The starting point of the work I am presenting came when I casually picked up a collection of Korean short stories (1920s to 70s) that I had bought for my son, an 8th grader, and began to read it. ● It was concerned with human issues such as fundamental desires, misunderstandings, suspicions, jealousy and poverty, stories about the material civilization, discrimination based on nationality, humor in spite of everything, Koreans' group unconsciousness, return to the beauty of nature, religious conflicts, etc. I was given the opportunity to think about the problems of human society, regardless of age, country or economic status, and in so doing, to reflect upon myself today, and the situation of our society. ● I composed the images that came to my mind while reading the book, into a series of photographs. Even things that are represented 100% in movies or historical dramas are ultimately just representations. The situations I produce are not simply representations, but attempts to show that such situations are still fundamental problems in our society today. ■ GALLERY DAM

Vol.20131216a | 윤정미展 / YOONJEONGMEE / 尹丁美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