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idue

최경화展 / CHOIKYUNGHWA / 崔卿華 / painting   2013_1218 ▶︎ 2013_1227

최경화_Bridge_캔버스에 유채_180×260.6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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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www.gallerydos.com

연착되는 잔여의 중첩 ● 그림을 그리는 행위의 이유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태고적으로 시간을 되돌려본다면 사람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자신이 보고 들었던, 기억하고 싶었던 경험인 무엇인가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다. 물론 그 뒤로 수천 년의 엄청난 시간이 흘렀고, 현대의 미술은 끝없이 많은 변화와 함께 보다 더 새로운 것들로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이 '기록'이라는 오래된 이유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사람들 안에서는 여전히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기록에 자신만의 색과 생명을 부여하는 것, 그리고 기록할 내용(context)의 선택은 창작자만의 고유 권한이다. 그것이 작품이 특별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최경화의 작품도 그러한 생명을 조금씩 그림 속에서 보여주기 시작하고 있다.

최경화_Hover_캔버스에 유채_130.3×163cm_2013
최경화_Depart_캔버스에 유채_130.3×163cm_2013

흔히 우리가 무엇인가를 의식하고 바라보면,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그것을 보고난 이후에 잠시 동안 우리가 보았던 형상이 눈 안에 남아 어른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눈을 몇 번 깜박이면 없어지지만 그래도 쉽게 사라지지만은 않는 이것은 우리가 잔상(殘像, after-image)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실제로 마주친 순간은 찰나에 불과하지만 바로 떠나지 않고 시각 기관에 머무르고, 그게 머릿속까지 남겨지게 되는 이 현상은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는 그림자를 조금 닮았다. 작가는 여기서 구현에 대한 힌트를 얻고 작업을 시작했다. 멈출 수도 없고 멈춰 세울 수도 없는 짧은 시선의 교차 뒤에 남는 잔상은 대상을 그대로 담아내는 사진처럼 정확한 것도 아니고, 그림처럼 확고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아닌 중의적 존재이자 개념이다. 어찌 보면 진행 중의 흔적에 불과하지만 그러한 어느 한 곳에 속하지 않은 특질 덕분에 더욱 소재로서의 주목을 끈 것이 아닐까 싶다. 어딘지 불안한 느낌의 선은 그러나 화려하거나 선명한 색으로 빛을 내며 군집하고, 이렇게 모인 기억의 잔여들은 헨젤과 그레텔의 빵부스러기처럼 흔적을 남기며 캔버스 속 어딘가로 관람자를 인도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작가의 시선을 붙들었던 풍경의 잔상과 그것을 바라보던 시선의 시작과 끝, 그 틈새로 엿보이는 불완전한 움직임까지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에 집중한 것이다. 그 소재와 표현기법의 무게는 가벼운 것이었지만 그것들이 전부 축적된 결과물은 무수한 시공간과 시선, 심지어 상념까지도 포함하며 모종의 생명체로 변이하며 숨쉬기 시작한다. 쉽게 얕볼 수 없는 무게감이 시간차로 중첩되며 비중을 갖기 시작하게 된 셈이다. 이는 또한 일상의 어떤 하찮은 것이든 그것에 작업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 순간 개념이 되어 캔버스를 차지하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이번 『Residue』 전시에서 최경화는 자신이 잠깐이나마 보았던 잔상들의 연착화를 통해 풍경과 그것을 보고 몸에 새기는 작가 자신의 시각, 그리고 그로 인해 생성, 반영되는 작가로서의 정서와 메시지의 상호관계에 대해 고찰하고, 기록한다. 좀처럼 붙잡을 수 없는 것이 일으키는 거리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에 남는 기억으로서의 잔상은 미련 비슷한 감정까지 자아낸다. 어쩌면 그것이 작가가 세계를 경험하는 과정의 시작점인지도 모른다.

최경화_Platform 02_캔버스에 유채_91×117cm_2012
최경화_S.Station_캔버스에 유채_91×117cm_2012
최경화_Still there_캔버스에 유채_80.3×100cm_2012

보고, 경험하고, 기록하는 단계 안에서 짜인 비정형적인 시공간의 그물은 일상적 풍경에서 그녀가 놓쳤던 것들의 투명한 그림자들로 겹쳐진다. 자칫 난해하거나 지나치게 해체되어 보인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분열성은 역으로 선묘의 세계를 보여주면서 예술이 반드시 하나의 형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거부한다. 잔상들의 모임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풍경을 보면서, 이번에는 이 역(逆)풍경이 어떤 잔상으로 남을지 시험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람방법이 될 것이다. ■ 윤채원

Vol.20131221h | 최경화展 / CHOIKYUNGHWA / 崔卿華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