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새기다

김성미展 / KIMSEONG / 金星美 / sculpture   2014_0108 ▶︎ 2014_0114

김성미_스스로 그러하다_로열보드_가변설치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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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108_수요일_06:00pm

'고(高)리(理) : 물질과 감각의 경계' 2014년 상반기 갤러리도스 기획공모 선정 작가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 7길 37(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www.gallerydos.com

종이에 새겨진 자연의 기억 ● 기억이란 인간에게 있어서 다양한 관념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정신기능이다. 감각을 통한 경험들을 저장했다가 나중에 재생하는 일련의 과정은 김성미에게 작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작가가 지난 십여 년간 야외설치그룹과의 활동을 통해 공유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자연의 에너지가 만들어낸 기억은 작업의 모티브가 된다. 모든 예술의 표현활동에는 재료와 기법이 전제되기 마련이며 작가는 자신의 유연한 감정을 대변할 수 있는 종이를 선택한다. 자연이 보여주는 나약하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예찬은 종이를 오려내고 붙이는 수작업으로 옮겨져 입체로 형상화된다.

김성미_스스로 그러하다_로열보드_가변설치_2012_부분

종이는 오랜 시간 인간의 삶에 스며들어 있는 접하기 쉬운 재료이며 변형이 자유롭고 가볍다는 이점을 갖는다. 평면에서 입체로의 다채로운 제작방법으로 인해 현대에 이르러서는 실용적인 목적에서 벗어나 순수조형예술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아왔다. 이제 종이는 예술적 영감을 자극하는 적극적인 표현재료로 인식이 새로이 변화한 것이다. 종이로 보여줄 수 있는 형태의 무궁무진함은 김성미에게 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가능하게 하였다. 작가는 자연이 주었던 기억 속에 일상을 통해 얻은 사물의 이미지를 더해 종이만이 표현할 수 있는 보드라운 형상을 만들어 나간다. 베란다에 놓여있는 화분 속 식물, 책상 위 무심히 펼쳐진 책 혹은 엄마와 아내 그리고 작가의 역할이 교묘히 짜여진 집이라는 공간이 소재가 되기도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들에 종이파편들이 달라붙어 그 형상들을 드러내듯이 그 안에는 작가가 느낀 자연스러움에 대한 감정이 내재되어 있다. 이렇듯 그 때의 시간이 주었던 기억은 작품을 통해 공간 안에서 새로이 형성된다.

김성미_불일비이_오려진 로열보드_90×200×8cm_2013

하나였던 종이는 오려내는 순간 두 가지로 분류된다. 원래의 종이와 같이 남겨진 것, 그리고 종이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와 버려진 것이다. 이들은 이제 '하나'도 아니지만 완전히 '다른 둘'도 아니다. 이처럼 '불일비이(不一非二)'라는 모순된 단어는 작가가 작품을 통해 이 세상에 던지고자 하는 커다란 화두이다. 무엇이든지 분류하고 분석하려는 합리주의적 잣대가 만들어내는 흑백논리보다는 구별 없이 모든 것을 품고 아우르는 중도의 자세를 갖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의 시선은 대다수에게 소외되는 잔해에 머물러있다. 버려지고 남겨진 것들에 대한 관심을 통해 세상의 조화와 균형을 찾는 것은 작가의 오래된 주제였다. 오늘날 소재와 표현재료만 바뀌었을 뿐 신작 역시 이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김성미_바람이 머물고 간 자리-삶의 흔적_철, 에나멜 도색_가변설치_2013
김성미_바람이 머물고 간 자리-삶의 흔적_철, 에나멜 도색_가변설치_2013_부분
어떠한 특정 형태를 위해 종이를 오려내고 난 나머지로써 버려지는 부스러기에 대해 작가는 애잔함을 갖는다. 아주 작은 한 조각이라도 잃어버리지 않도록 남김없이 주워 모아서 일일이 다시 붙이는 고된 작업을 이어나간다.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것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과정은 사실 고되기보다는 즐거움이 더 앞선다. 이처럼 소외되었던 종잇조각들이 반복되도록 재조립함으로써 얻는 조형적 특징은 크기, 형태, 간격 등에 따라 명암과 재질의 유기적인 변화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공간적 깊이를 가진 부조의 형식 안에서 방향성을 가지고 흘러가면서 만들어내는 독특한 표면은 자연스러운 시선의 흐름을 유도한다.

김성미_바람이 분다_오려진 로열보드, 와이어, 액자_40×20×15cm_2012

자연은 삶의 안식처로써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고 다양한 경험을 선사한다. 예술 활동에 있어서도 수많은 작가들이 자연으로부터 무한한 가능성을 얻고 이를 작품으로 표현해왔다. 김성미는 자연을 통해 느꼈던 감정을 기억을 통해 끄집어내어 손끝에서 그리고 다시 종이로 옮겨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에 대한 동경을 보여준다. 하지만 자연의 단순한 재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내적 질서를 탐구하고 이를 통해 느낀 감동된 기억을 표현하고 있다. 그 안에는 모든 사물에 동등하게 가치를 부여하고 삶의 균형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철학이 섬세하게 녹아들어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종이에 새겨진 자연이 주었던 기억들이 현대인들의 내면에 스며들어 사고를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김미향

김성미_씨앗을 품다_오려진 로열보드_가변설치_2013

종이를 오리고 있으면 가끔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오려낸 것을 쓸 것인지 오려진 남은 부분을 쓸 것인지... 그럼 나는 그들에게 되묻는다. 무엇이 더 좋겠느냐고, 내가 어느 것을 사용할 것 같냐고...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꽃, 나뭇잎, 그릇 등 오려낸 형상을 선택하고 오려진 수많은 조각들은 쓰레기통으로 버려질 거라 예상한다. 사람들에게는 하나가 선택되면 선택되지 못한 나머지 하나는 버려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전제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드러나는 부분의 중요성은 당연한데 그 이면의 '탄생의 배경'이 되었던 나머지가 없었더라면 선택을 받는 주인공 또한 존재하지 못했을 텐데 우린 너무 그 이면의 것들을 냉정하게 버리곤 한다. ■ 김성미

Vol.20140108d | 김성미展 / KIMSEONG / 金星美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