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E DMZ

권혁展 / KWONHYUK / 權赫 / drawing.painting.installation   2014_0109 ▶︎ 2014_0130 / 월요일 휴관

권혁_Nature DMZ展_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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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111_토요일_04:00pm

박수근미술관 창작스튜디오 8기 입주작가展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Park Soo Keun Museum in Yanggu County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박수근로 265-15(정림리 131-1번지) Tel. +82.33.480.2655 www.parksookeun.or.kr

보는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볕景과 바람風 ● 권혁은 2008년까지 자기 본성의 고유 언어를 찾기 위한 스스로의 선택과 실험(내면의 자아로부터 시작한 프로젝트, 드로잉, 영상, 퍼포먼스, 스티치, 회화 등의 작업으로 경계의 위치 확인)을 통해 경험을 얻고, 궁극적으로 미술 프레임의 밖에서 언어를 찾는다. 크게는 우주, 작게는 점에서 시작하는 기본적인 작업개념은 에너지(氣 : 공기, 숨)이다. 그가 수년간 자기검증을 통해 깨달은 것은 모든 만물이 경계 지워지지 않고 유기체로서 연결 지어진다는 자연의 생성과 소멸의 순환적인 이치와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다. ● 그는 만물의 근원인 물에 대한 화두를 끊임없이 가져오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관찰하며 사유의 체계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2013년 7월에 박수근 미술관의 레지던스로 들어가게 되었다. 작가에게는 평소 자연과의 일체감을 느끼고 싶은 절실함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렇게 6개월 동안 일기처럼 그림을 그려나갔다. ● 작가는 자연 속에서 매일 산책하며 보고, 듣고, 느끼며 점점 자연과 내면의 세계가 하나가 되는 호흡을 한다. 자연과의 일체감, 도시 생활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꿈꾸는 삶을 몸으로 실천하며, 그토록 꿈꿔 왔던 氣의 근원적 물음에 답하는, 가장 원초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작업을 행하고 있다. ● 그 시작의 표현은 '물(생명)'이었으며, 여기서는 물에서 꽃으로, 나무로, 숲으로, 새들로, 산으로, 구름으로, 하늘로 옮겨가며 다 다른 형상을 그려왔다. 하지만 그 형상들은 타인들에게 다르게 읽혀지겠지만, 작가에게는 하나의 에너지 풍경으로서 다가갔다. 그러니까 나무 숲, 하늘, 물, 땅, 구름, 바다가 작가의 인식이나 관념 속에서는 보여 지지 않는 공기로 치환되는 현상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권혁_Nature DMZ展_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_2013
권혁_EnergyscapeDMZ_캔버스에 스티치, 아크릴채색_262×916cm_2012~3
권혁_Energyscape tree_종이에 목탄_235.5×1308cm_2013

흥미로운 현상은 불혹 끝자락에 접어든 나이에 자신의 내면의 성찰을 바깥세상과 교우하며, 매우 간단하고 기본적인 '그린다'라는 것에 원론적인 의문을 품고 다시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의 일기에 작성된 "모든 것은 풍경화로 통한다."라고 독일의 낭만주의 화가 필립 오토 룽게(Philipp Otto Runge : 1777-1810)가 던진 의미도, 미국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만 레이(Man Ray : 1890-1976)의 자서전에서 '더 이상 사생화는 그리고 싶지 않았다.'며 "내가 자연의 일부이고, 내가 자연 그 자체이다."라고 쓴 의미도 그에게는 자연 속에서 자신만의 언어로 육화된다. 아무리 좋은 의미의 텍스트라도 찰나의 타이밍이 중요하듯 절실했던 순간에 언어가 이입(移入)되는 현상이다. ● 그 순간에 '자연과 그림'을, 자연을 그림처럼, 그림을 자연처럼 그린다는 것이 표면상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서로의 관계를 그대로 재현의 논리로서만 대입시켜 사실화처럼 판단하기보다는 작가 개인의 자아에서 출발한 본능적/감성적 언어로부터 감정적 표현을 한다면 어느 누가 부정하겠는가? 이곳에서 그린 풍경화와 그림 표현의 논제를 놓고 판단하기보다는 그의 자연에 대한 태도에서, 찬찬히 인식해보자는 것이다. ● 현대사회는 도시와 자연이 분리되어 있다. 도시 욕망의 이기로부터 자연은 이타적세계로 밀려나며, 현대인들은 편리위주의 패턴대로 자연을 제거하고 삶을 영위한다. 순간의 욕망으로부터 취한 폐쇄회로처럼 답답한 진공 사회의 전형을 만들어놓고 병들어간다. 현대인은 자연 친화를 외치며 가고오지만 자연의 순연성(純然性)만큼 몸이나 생각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도시환경과는 달리 자연은 매일, 매시간 아니 순간이 지속될 때마다 변한다. 그 무한하고 예측 불가능한 자연의 일상을 잠시지만 작가는 살아온 인생의 여정 이상으로 체감을 빠르게 느낀다. 하지만 자연을 느린 감성의 태도로 들여다보며 주체적 관점에서 느끼려고 애쓴다.

권혁_Nature DMZ展_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_2014

그래서 그는 자연을 그림으로 되새김질하며,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려나갔다. 작은 미물에서부터 나무, 하늘까지 자연을 경외하며 겸손까지 배워나간다. 그리고 그는 볕과 바람을 쐬며 "구름은 산위에서 정신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형태를 이리저리 바꾸는 모습, 바람은 뜨거운 바람과 찬바람이 뒤섞여 온몸에 감기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듯 자유롭게 자연을 벗 삼아 노니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 작가는 노는 관점에서 무엇을 득하고 깨달았을까? 문득 인식적 프레임이 생각났다. 프레임의 안(미술 조형)과 밖(삶, 우주)의 관계에서 어느 쪽에 치우쳐서 바라보는 가에 따라 인식하는 대상이 달라진다. 이 관점에서 권혁은 삶과 우주의 프레임을 통해 미술 프레임을 들여다보는 과정에 있다. 다시 말하면, 그는 자연의 삶 생태계를 들여다보고 노니는 즉, 곤충과 동물들, 나무와 꽃들, 산과 숲, 구름과 하늘 그리고 땅 등 말없는 자연들과의 냄새와 소리를 맡고 들으며 거의 몰아지경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권혁_Energyscape still lif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5cm_2013 권혁_Energyscape 201310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5cm_2013

실제의 감흥은 작가만이 알겠지만, 어떻게든 그렇게 권혁이란 몸은 온통 자연에 물들은 느낌을 자아낸다. 그것을 증명한 것이 박수근을 연상시키는 나무위주의 풍경들 연작(2013. 7. 20 - 12. 30, 총 72점)이다. 목탄위주로 그린 이 풍경들은 시간과 순간의 추억들을 간직하게 한다. 있는 그대로에 충실한 이 작품들은 소박함과 겸손이 묻어나며 나날이 느낀 감정을 솔직히 드러냈다. 한 장, 한 장 나무 한 그루를 심는 마음으로 정성을 쏟아내어 그림 자체의 미감을 떠나 자연 그 자체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미술 프레임 밖에서 건져 올린 삶의 진정성이 일기형식으로 그려진 그림들이다. ● 실제의 풍경을 바라본 풍경그림과는 대조를 이룬 것이 상상력으로 재현한 하늘과 바다 풍경이다. 이 풍경들은 에너지 풍경(Energy scape)으로서 앞서 인용한 '모든 것은 풍경으로 통한다.'과 같이 경계 없는 풍경의 전형을 보여준다. 점 하나로 시작하여 어떤 형태를 이루고 다시 이 형태는 모였다 해체되었다한다. 작가는 이렇게 다양한 변수를 가능케 하는 여러 시점을 자유로운 상상으로 수많은 경우의 풍경을 던져놓고 한 이미지로서의 완결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다만, 이 에너지 풍경 속에서 자신의 직관으로 상징적의미로서의 무수한 점(點: 흩어져 있는 낱개의 이미지 언어로서 원형의 본질이며 생명을 의미한다.)들을 바다와 하늘같은 무한 공간으로 응시하며 오래시간의 사유체계를 거쳐 자신의 언어로 가져갔다.

권혁_Energyscape-FLOW140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81.8×256.8cm_2013

시선의 풍경, 즉 어떤 프레임으로 인식하는 가에 따라 풍경의 모습은 주체에 따라 달라진다. 그 주체는 오래전의 기억과 더불어 삶으로부터 겪은 사건과 현상들을 목격하며 만들어지는 정체성으로서, 시간성과 장소성에 따라 언어가 변해간다. 계속 변화를 시도하는 작가는 강원도, 박수근 미술관 스튜디오와 부근에 위치한 특수지역인 한반도의 군사분계선인 DMZ의 환경을 접목하며, 그 장소의 특수성에 맞게 기존의 언어를 새로운 환기로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 ● 풍경은 항상 '거기'서 존재하지만, 매일 조금씩 환경에 따라, 주어진 삶의 여정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도 그 풍경 속의 하나로서 함께 변해가지만, 풍경은 의연하다. 풍경들은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재현되어 다다른 풍경으로 가져갔다. 작가에게는 자연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대상을 넘어 그의 몸이 노는 관점의 태도로 더듬고, 살피고, 보듬었다. 이상적이었던 자연이 현실로 돌아와 태초의 기억의 잔영을 불러오는 대상이 되어 에너지 풍경으로 치환되었다. 결과적으로 『Nature DMZ』전시에서 그의 회화는, 자연은 눈으로 인식하는 재현의 대상에서 밀려나 깊은 열정의 샘물에서 퍼 올려 무의식이 추구하는 환영체임을 증명해야했으며, 무형의 공간에서 유형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인식의 프레임을 구현하는 존재임을 부각시켰다. ■ 이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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