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 宗婦 Jongbu_First daughter in law in head lineage family

백지순展 / BEKJISOON / 白智舜 / photography   2014_0114 ▶︎ 2014_0330

백지순_지촌종택이순희종부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0×150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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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114_화요일_05:00pm_류가헌

2014_0114 ▶︎ 2014_0126 후원 /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관람시간 / 10:30am~06:30pm

류가헌 ryugaheon 서울 종로구 통의동 7-10번지 Tel. +82.2.720.2010 www.ryugaheon.com

2014_0301 ▶︎ 2014_0330 관람시간 / 목~일요일_10:30am~06:30pm

서학동사진관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학로 16-17

성불평등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사진 작업을 해 온 사진가 백지순의 세번째 주제인 '종부' 전이 2014년 1월 14일~26일까지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2003년 '아시아의 모계사회'展에서 여자로서의 이상사회에 관한 기록을 보여주었고 2008년에는 한국에서의 독립적 감성을 가진 싱글우먼의 생활기록부를 보여주었다. 이번 2014년에 새롭게 보여줄 대상은 종가집 맏며느리인 종부에 관한 사진과 동영상이다. 이 전시에서는 인고의 세월 속에서도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며 전통의 줄기를 잊지 않는, 부계사회 속에서도 주체적으로 실천적 삶을 살아온 종부를 들여다 본다. ● 백지순은 마음 한켠에 넘어서야 할 것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리 가정에 여전히 저며 있는 남존여비 사상으로 인한 딸과 아들의 차별, 며느리와 아들의 불평등 대우 등에 대한 문제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가정문제를 미시적 세계문제라는 관점에서 모계사회를 그 대안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2003년에 '아시아의 모계사회'로 개인전을 열었다. 주요 일간지에 기사가 났고 유수의 주간지와 월간지에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이후 한국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여자들에 주목하여 2008년에는 '싱글우먼_Woman in the Big League'라는 제목의 개인전을 가졌다. 싱글 우먼은 자아실현을 위해 공부나 일을 선택한 여자들이다. 인생이 매 순간의 크고 작은 선택으로 이어져 있다면 그녀들은 결혼을 위한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을 뿐이다. 결국 사회적 결혼 적령기에 자아를 구현하는 방법을 선택한 셈이다. '아시아의 모계사회'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사진계의 주목을 받았다. 기록 위주의 다큐멘타리 작업을 하는 동료 사진가들은 나의 작업을 두고 화인다큐라 불렀다. '싱글우먼'에 관한 작업을 하면서 한편 결혼에 의해서만 사회적 존립이 가능했던 시대의 여자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 때는 봉건 시대였고 사회구성체인 가정은 종부에 의해 통솔되었다. 그러자 사라져가는 종부를 기록해야겠다는 의무감이 찾아왔다. 부계사회에서 맏며느리로, 수십 년을 자신을 이루기보다는 한 가정과 가문의 그늘막이 되어준 존재가 종부가 아닌가. 요즘 대부분 종손은 집안의 얼굴로 잘 교육받고, 잘 교육된 여자를 만나, 괜찮은 연봉의 직업을 얻어 도시에서 거주한다. 그러니 젊은 종부는 그 명맥은 잇겠지만 그 역할에 있어서 어머니 대의 것과는 같을 수 없다. ● 종부란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하는 전통적인 대가족제도에서 종손을 기반으로 하는 문중의 대표적인 대가족인 종가의 안주인을 의미한다. 종부의 덕목은 봉제사접빈객으로 4대조의 기제사와 불천위제사를 모시며 불시에 찾아온 친인척에게 밥상을 차려내는 것이다. 비단 친인척뿐만이 아니라 먹고 살길이 없는 걸인에게까지 밥한술 봉양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종부는 하루가 빠듯한 현대사회에서 제례로써 조상을 받드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실천하는 살아있는 무형문화재이기도 하다. 종부로 인하여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는 살아 숨쉬고 계승되고 있는 것이다. 백지순은 전통의 맥의 한 축을 현대사회에서도 꿋꿋하게 지켜나가고 있는 이러한 종부의 모습을 지난 2007부터 2013년에 걸쳐 심도 있게 담아내고 있다. 밀도 있고 신중한 그녀의 작업은 이미 2008년에 강원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비디오작업으로까지 작업의 영역을 확대시켜나갔다. 스틸사진에서는 종부와 종택인 공간의 조화롭고 적절한 배치를 통하여 종부의 삶을 은유적진 표현을 추구하였으며, 동영상작업에서는 종부의 의연한 모습과 고된 일상을 생생하게 담아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

백지순_학봉종택이점숙종부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0×150cm_2012
백지순_석계종택조귀분종부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0×150cm_2013
백지순_갈암종택김호진종부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52×78cm_2013

종부(宗婦): 우리시대 마지막 숭고한 초상 ● 백지순 작가는 현대 여성들의 당당한 삶과 정체성을 다큐멘터리로 작업해 왔다. 『아시아의 모계사회』(2003)는 순수하지만 강인한 모계사회의 부족을, 『싱글 우먼』(2008)에서는 성공한 '골드 미스'들의 삶에 내면화된 사회적인 편견과 잠재적으로 지속되는 가부장적 질서를 독신녀들의 애매한 표정과 불안한 시선으로 포착하였다. 반면에 무형문화재 기록화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작가의 우리시대의 『종부』연작은 부계중심의 전통적인 대가족 공동체의 유대와 친화를 위해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여러 문중의 종부들을 기념사진의 맥락으로 기록한 것이다. 작가는 종부들을 페미니스트의 저항적인 시선으로 남녀 성(性)차로 차별 받은 가부장제의 희생양으로 기록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점점 사라져가는 전통적인 미풍양속을 지키며 종손과는 또 다른 문중의 중심축으로서 박식한 생활지식, 당당한 리더십, 후덕한 포용력을 겸비한 전문직을 실천하는 종부의 '경계지울 수 없는 또 다른 모습'을 기록한 것이다. ● 이상사회 구현을 위해 조선왕조의 통치체제였던 유교의 조상숭배, 남녀유별, 장유유서와 같은 도덕규범들은 한국 근대사회의 가부장제 원리가 되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와 산업구조의 변화, 부부중심의 핵가족 이념의 수용, 페미니즘 운동에 따라 남성 중심의 부계가족 원리가 약화되고 가부장적 성별 분업의 명확한 경계도 해체되었다. 탈근대사회에서 '가족'이란 핵가족, 일인가족, 다민족가족처럼 점차 다원화, 다양화되어 가고 있어 더 이상 획일적으로 규정될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가사와 자녀 교육은 여성의 책임 비율이 높다. 특히 유교를 이념으로 한 가부장적 대가족 제도에서 종부는 숙명적으로 조상 제례를 비롯한 문중의 접객처럼 가족 공동체를 위한 의무와 책임을 갖는다. 그렇지만 작가는 종부들의 책임감 있는 행동이 '단순한 가사 노동 너머 하나의 '직업'이 될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즉 아내, 며느리, 어머니와 같은 다중적인 모습으로 구조화 되어가는 종부의 정체성 외에 문중을 위한 과중한 업무가 단순한 가사노동이 아니라 가족공동체 간의 화목을 위한 사회적 행위로 기록한 것이다. 작가는 엄정한 기념사진의 방식으로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의 미풍양속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온 종부의 무형문화재적 가치를 種宅의 안채, 사당채, 안마당, 뒷마당을 배경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기품으로 가시화 하였다. ● 우리사회에서 근대가족의 형상은 서구와는 달리 근대적 요소와 전통적 요소가 공존하기 때문에 핵가족화의 이상화보다는 가부장적 전통이 잔존한다. 종부는 전통적인 미덕을 살려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재생산되는 성별 위계를 간과하거나 은폐하는 것을 지연시킨다. 근대사회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여성의 가사노동을 무가치하고 사적인 것으로 치부하여 왔기 때문에 여성운동가들은 헌신적인 모성신화를 상품화한 이미지의 허구성을 해체하고 여성들의 주체적 경험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작가가 더 나아가 종부들이 실천하는 기제사, 봉제사(奉祭祀)를 자기희생적인 가사노동으로 보지 않고, 자기주도적인 또 다른 사회활동임에 주목하게 해준다. ● 가계의 혈통만큼이나 오래된 역사를 입증하는 고색창연한 種宅에서 정갈하게 정돈된 가재도구, 식재료와 함께 당당하고 여유 있는 모습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종부들의 모습에서 남성적인 기백과 단호함은 물론 여성적인 단아함이 잘 조화되어 경계지울 수 없는 초상과 마주하게 된다. 다시 말해 백지순은 종부들에게서 남성의 사회적인 노동에 비해 차별받았던 여성의 주변적인 역할 넘어 전통적인 대가족제도의 사회적 가치를 발견하게 해준다. 따라서 우리시대의 『종부』는 유교의 가부장적 규율로 구조화된 모습이라기보다는 '우리시대 마지막 숭고한 초상'이라 할 수 있다. 강인하고 당당한 풍채에 내재화된 '명확히 규정하고 한계지울 수 없는 힘'은 오랜 시간 기제사의 책임에 따른 노고, 대가족과의 갈등과 긴장을 지혜롭게 극복해온 결과물일 것이다. ● 작가는 우리시대의 『종부』 작업을 통해 탈근대사회가 주장해 온 다원주의의 외침 속에서 점점 해체되어 가는 가족 공동체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와 기능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해준다. 아울러 조상숭배, 대가족의 연대와 화목을 위해 부단히 실천해 온 '종부'의 대내외적인 활동이 지닌 미풍양속의 의미를 되새기며 새롭게 인식되고 보존해야 할 전통문화의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하게 해준다. ■ 김화자

백지순_춘우재종택조동임종부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52×78cm_2013
백지순_김윤기가옥심순옥종부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52×78cm_2008
백지순_병곡종택박규임종부_아카이벌피 그먼트 프린트_52×78cm_2012

나는 왜 종부를 기록하게 되었는가? 어렸을 적 외할머니께서는 식구들의 밥을 다 푸시고는 한 켠에 또 한 무리의 밥을 재워두셨다. 그것은 언제 찾아올지 모를 손님과 걸인에게 줄 밥이었다. 어렸을 적엔 집집마다 할머니들은 다 그렇게 하시는 줄로 알았는데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외할머니는 소종가의 종부셨기 때문에 그리하셨던 것이다. ● 종부의 덕목 중의 하나가 접빈객 接賓客으로 일가친척이 언제 어느 때 예고없이 찾아와도 기쁜 마음으로 따뜻한 밥상을 차려내어야 했으며 거기서 더 나아가 연고도 없는 걸인이 걸식을 원할 때도 밥과 반찬을 내어 주었다. 그러면 종부는 부잣집 맏며느리라서 그리한 것인가? 물론 부잣집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중류층 정도의 외갓집에 시집오신 외할머니는 "먹을 것 다 먹고 언제 남을 도와주겠느냐?" 하시며 항상 밥을 한 쪽에 남겨 두셨다. ● 종부의 덕목 중의 또 다른 하나는 봉제사 奉祭祀 이다.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우리 집에는 항상 약과나 강정과 같은 전통과자 등이 끊이질 않았다. 우리집엔 기제사만 일년에 아홉번이었다. 그런데 안동을 중심으로 경북지역의 종부들을 만나보았더니 기제사만 열두번 이상이다. 이쯤되면 종부는 직업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다. ● 종부는 산업자본주의시대의 해체된 가족제도 속에서도 여전히 신앙처럼 받들어지고 있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 제례로써 조상을 받드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실천하는 살아있는 무형문화재라고 할 수 있다. 가족 공동화 속에서도 우리가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전통을 잘 가꾸며 꿋꿋하게 종부의 덕목을 실천해 나가는 강인한 여성의 또 다른 이름, 종부를 소중히 기록하여 후손이 본받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 백지순

Vol.20140114a | 백지순展 / BEKJISOON / 白智舜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