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와 탈경계

Borders and Border Crossings展   2014_0116 ▶︎ 2014_0323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4_0116_목요일_04:00pm

참여작가 오인환_이완_이태희_임민욱_전준호_하원식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포항시립미술관 POHANG MUSEUM OF STEEL ART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길 10 2전시실 Tel. +82.54.250.6000 www.poma.kr

우리는 오늘날 국내외적으로 지정학, 사회문화, 심리학 등 다양한 차원에서 가시적 또는 비가시적 경계들이 붕괴되고 재편되는 복잡한 상황 속에 살고 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국가의 경계, 문화의 경계, 지역의 경계 등이 최근 급격히 무너지거나 흐려지는 현상은 낯선 것이 아니다. 다문화주의, 글로벌리즘, 웹(web) 등의 시사용어들이 바로 이러한 탈경계 현상을 추동한 요인들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러한 탈경계 현상이 표면적으로 경계의 사라짐을 시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경계의 재구축을 의미했다는 것을 또한 직시하고 있다. ● 동시대 철학자들은 '어떻게 타자의 도래가 주체의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타자의 출현이 환대의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어떻게 타자의 문제가 내부와 외부를 갈라놓는 동시에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지'를 논의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동시대 미술가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의 경계, 탈경계, 재경계의 문제를 다양한 매체와 조형언어로서 다뤄오고 있다. ● 1990년 이후 새롭게 등장한 동시대미술(contemporary art)은 그 주요매체를 비디오와 설치로 하며, '동시대성(contemporaneity)'과 '현재(the present)'를 주요 개념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서 '동시대성'과 '현재'라는 것은 바로 우리의 삶과 관련한 것으로, '현재'가 바로 미술의 이슈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동시대 미술가들은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 동시대의 문제들을 예술적 언어로 다룸으로써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려 한다.『경계와 탈경계』展에 참여한 작가들은 모두 40대 전후의 국내 작가들로 한국뿐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다양한 경계 및 탈경계 현상에 주목하며, 각각의 독특한 예술적 안식(眼識)을 통해 우리에게 낯선 주제를 끌어내고 익숙하지 않는 방식으로 다루기 때문에 다소 난감함을 줄 수 있지만 또한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깨달음을 주게 될 것이다.『경계와 탈경계』展은 동시대의 문제를 특히 컨템퍼러리 아트의 다양한 조형방식을 통해 다룸으로써 관람객에게 동시대 미술의 흐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게 될 것이다.

오인환_진짜 사나이 The Real Man_사운드 영상설치_가변설치, 00:07:25_2009

오인환은 작가의 정체성으로부터 촉발된 다양한 문화적인 관심들과 제도 비판적인 입장을 결합하여 기존의 관습과 기준들을 재해석하고 해체하는 시도들을 한다. 프로젝트「진짜 사나이(The Real Man」(2009)는 군가 "진짜 사나이"를 반복하기-뒤집기-전환하기의 과정들을 통해 해체시킴으로써 남성성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교란시킨다. 해체의 방식은 가사를 보여주는 영상에서 시각화되고, 음절을 만들지 못하고 낱개로 부유하는 글자들 사이에서는 어떠한 관계도 찾을 수 없다. 가사의 재구성과 더불어 전통적인 행진곡의 박자 대신 다소 멜랑콜리한 템포로 등장하는 음악은 우리의 습관적인 기대를 교란시키며 새로운 지각방식을 유도한다.

이완_How to Make Sugar(Made in Taiwan)_3채널 영상설치, 오브제_00:15:00_2013

이완은 현재, 한국을 중심으로 근대 역사와 산업, 그리고 아시아 전체의 역사와 국가들 간의 관계, 그 국가들 안에서의 개인의 삶에 대한 방대한 이야기를 엮는 프로젝트「Made in 시리즈」를 제작 중이다.「Made in 시리즈」는 일본, 대만,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중국, 베트남 등 근대화 과정을 한국과 함께 했던 아시아 국가들의 역사들 속에서 현재에 이르게 된 증거들을 산업의 잔재들을 통해 되돌아보는 프로젝트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How to make sugar」는「Made in 시리즈」의 대만 편으로, 작가가 대만 현지에서 사탕수수를 직접 재배하고 수확하여 전통기법으로 설탕을 만드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한 작업이다. 이완의 작품을 동시대적 측면에서 말하자면, 작가는 전통적인 설탕제조 방법을 보여줌으로써 대만 사람들에게 과거 자급자족의 삶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제국주의 식민정책과 그것의 현대적 변형인 글로벌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이태희_Dear Border #1, 2_2채널 영상설치_가변크기, 00:05:59_2013

이태희의 작품「Dear Border」는 국가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서로 마주하는 양쪽 벽면에 두 개의 영상이미지가 투사된다. 하나는 만국기가 서서히 내리는 눈에 의해 덮이는 과정을 보이며 결국 하얗게 사라지는 장면을 보여주고, 다른 하나는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였던 만국기가 총성에 의해 조금씩 단계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을 보여준다. 경계 짓기, 구분 짓기는 서구가 세계를 자신들의 편의적 관점에 의해 명명한 기호체계에 불과하다. 국가와 민족이라는 것 역시 특정한 시간대에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적인 구성물, 역사적인 개념이고 인위적인 제도이다. 그것은 차이와 구별을 특징으로 하면서 무한한 경쟁구조 속으로 끊임없이 몰고 가며, 결국 그로인해 파생된 민족주의, 국가주의, 파시즘 그리고 민족우월주의, 특정 종교와 신화, 문화에 대한 국가 간의 경쟁을 부추긴다.

임민욱_국제호출주파수_사운드 영상설치_00:10:55_2011

임민욱의 작품「국제호출주파수」는 2011년 8월 7일 일요일 저녁 6시, 지역 재개발에 따른 강제 철거에 맞선 명동의 카페 '마리'에 모인 사람들이 음악가 무키무키만만수에게 먼저 노래를 배우고, 다시 거리로 나서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작품의 노래는 특정국가의 언어로 된 가사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사라지는 것, 추방되는 사람들을 기리고 위로하는 마음으로 세상에 호출 주파수를 보낸다. 우리는 작가가 보내는 이 주파수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작가는 "파괴와 폭력의 현장에서 버텨 줄 수 없었던 미안한 마음이 이 멜로디를 흥얼거리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슬픔을 알아주고 주저앉지 않는 용기를 불러내는 것과 같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누구나 개발과 이윤을 찬양할 때, 세계 모든 곳의 쫓겨나는 소수들과 사라지는 장소들에 대한 또 다른 연대 형식이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멜로디는 진리의 '흔적'을 우리에게 남기고 그 흔적을 통해 우리는 진리의 충실한 주체가 되어야 한다.

전준호_하이퍼리얼리즘-형제의 상_단채널 영상 애니메이션_00:00:53_2007

전준호의「하이퍼리얼리즘-형제의 상」(2007)은 경쾌한 왈츠선율에 따라 군인의 모형들이 서로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스치면서 춤을 추는 듯 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 군인 모형은 현재 용산 전쟁기념관에 있는「형제의 상」을 차용한 것으로, 이「형제의 상」을 똑같이 만들되,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형태를 따로 떼어 내어 플라스틱 모델 모습인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한국전쟁 당시 각각 남한군과 북한군의 신분이 되어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어야 했던 형제가 뜨겁게 포옹하는 극적인 장면은 전준호의 작품에서 뜨거운 포옹을 원하지만, 누구를 또 무엇을 껴안아야 하는지를 잊어버린 상황으로 재설정되었다.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로 오랫동안 민족의 숙원이었던 '통일'은 본래의 의미와 목적이 외면된 채 경제적 잣대와 손익의 관점에서만 비춰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며, 작가는 국토의 분단보다 "감정적 분단의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허공을 껴안고 있는' 모형의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하원식_잃어버린 목소리_사운드 영상설치_00:08:30_2013

하원식의「잃어버린 목소리」은 한 개의 영상과 두 채널의 소리로 이루어졌다. 영상에서는 말하는 사람의 입이 확대되어 보인다. 두 채널 중 하나는 영상에서 보이는 사람이 말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목소리가 들린다. 나머지 하나의 채널에서는 미디어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느 방송의 토론프로그램인데 토론이라기엔 어색하게 출연자의 의견은 일치된 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영상에서 말하는 사람의 입모양은 시간이 지날수록 목소리와의 불일치를 보여주면서 도대체 누구의 목소리인지 의문을 남긴다. 미디어는 우리의 눈과 귀를 대신하며 공식화(公式化)된다. 이 공식화는 매체의 말이 우리의 감각, 기억, 경험이 매체의 말로 대체되고 우리의 입장과 감각에 충실한 나의 목소리를 잃어버리게 한다.「잃어버린 목소리」는 내가 하는 말이 누구의 말인지 나아가 나의 것으로 여기는 감각, 기억, 경험이 어떻게 구성된 것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 박소영

Vol.20140117e | 경계와 탈경계 Borders and Border Crossings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