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없는 시간

박보영展 / PARKBOYOUNG / 朴寶英 / painting   2014_0103 ▶︎ 2014_0225 / 월요일 휴관

박보영_녹운탄2013_비단에 채색_26×32.8cm_201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아다마스253 갤러리 ADAMAS253 Gallery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253번지 헤이리예술인마을 Tel. +82.31.949.0269 www.adamas253.com

박보영 회화의 특수한 설정은 사실 일반적 카테고리에 의해서 기술된다. 과거의 산수를 등장시켜 한정된 의도와 해석을 유도하고, 현대의 인물을 노출시켜 화면 속 환경을 객관적으로 읽어낼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의도의 전말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방식으로 발견해낸 화면의 단서들을 통해 감상자가 자연스럽게 다른 시대의 예술과 사유를 관련짓도록 유도한다. 또한 매끄럽게 진행된 일차원적 인물 구성은 감상자의 섣부른 판단에 되려 브레이크를 걸고 박보영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기초해서 사유를 확장하도록 유혹하고 있다. ● 단순하지 않은 시간성의 공존에서 대상의 혼재와 혼합을 본다. 납득하기 어려운 풍경은 어쩌면 과거를 학습하고 익명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 매우 적나라한 우리들의 실재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확언할 수 있는 명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실재란 무엇인가? 우리들은 가까운 것과 먼 것, 눈에 뚜렷이 비치는 것과 숨겨진 것, 표면적인 것과 본질적인 것, 형이 있는 것과 없는 것, 그런 것들을 본다. 이것은 철학적 견해이며 또한 미학적으로는 스타일의 문제이다.(Rudolf Arnheim『예술심리학』)

박보영_압구정2013_비단에 채색_26×32.8cm_2013
박보영_경교명승첩_비단에 채색_각 26×32.8cm_2013

그러나 박보영이 말하고자하는 것은 보다 상위의 개념이다. 예술 작품 속에서 실재(실경:實境)는 형상 속에서 나타난다. 생각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경계로 드러나면, 모두가 실경이다. 그것은 모두 눈으로 볼 수 있듯이 감각 기관으로 인지할 수 있으니, 직관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그리지 않고 비워놓았으나 존재하는 공간, 심리적 공간, 형상 밖의 공간 등은 생각하여 얻게 되며 눈으로 보기 어려워서 반드시 정신으로 만나야 비로소 파악할 수가 있다. 오늘의 시각예술 감상은 창작자의 사유 흔적을 읽어내려 한다. 즉 형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고로 들어서는 경계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사물의 형상과 정신은 대부분 형상 속에서 느낄 수 있지만, 형상 속에 스며 있는 작가의 정감과 작가가 느낀 사물의 이치는 느껴질 수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형상과 정신, 뜻과 경계, 대상과 정감 등으로 실재적(實) 부분과 드러나지 않지만 존재하는 비어있는(虛) 부분을 분명하게 구분한다는 것은 인식상의 모호함으로 흐르기 쉽다. 하지만 형상 속과 형상 밖, 즉 그림 속에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경계와 생각하여 얻게 되는 경계를 갖고서 사유 그림의 감상 기준으로 삼는다면 상대적으로 더욱 명확하면서 파악하기 쉽다.(浦震元『의경-동아시아 미학의 거울』) ● 박보영의 그림 속 산수 표현은 실경(實境)인 동시에 허경(虛境)이다. 눈으로 관찰되지만 보이는 대로가 아닌 작가의 심리적 관찰과 생각 속에 존재하는 산수라는 것이다. 형상을 가지고 있는 형상 밖 풍경이다. ● "마음을 비우고 한 가지에 집중하여 고요해지는 것... 방 안에 앉아서도 천하를 볼 수 있고, 오늘날에 살면서도 아주 먼 옛날을 논할 수 있으며, 만물을 관찰하여 그것의 정을 알 수 있다.(虛一而靜…坐於室而見四海, 處於今而論久遠, 疏觀萬物而知其情.-荀子『解蔽』)" 박보영의 그림 속 인물 표현은 타자인 동시에 자아이다. 객관화된 인물들은 자연에서 오지 않은 색들로 차려입었다. 처음 그들은 작가에겐 그저 불편한 타자들에 불과했으며 관찰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나 궁극에 작가와 그들 모두 오래된 자연, 스스로 그러한 산과 물을 목격한다. 함께 보고, 느낀 것. 공감과 동감. 작가 역시 그들이 되어 산과 물을 노닌 것.

박보영_자연치유_비단에 채색_40×40cm_2012
박보영_기대어림_비단에채색_40×40cm_2012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면, 사물이 마음속으로 들어오고, 마음과 사물이 서로 통하면 사물은 언어가 된다. 강산에 마음이 가득하니, 그것이 모여 흥이 생긴다.(目睹其物, 卽入於心, 心通其物, 物通卽言. 江山滿懷, 合而生興.-遍照金剛『文鏡秘府論』)" ● 박보영의 사유 속에는 광활한 공간이 존재한다. 예술가의 상상과 진부한 법칙을 타파할 수 있는 힘, 몸으로 경험한 대상과 감정을 떠올릴 뿐 아니라 책과 옛그림을 통해 배우고 익힌 모든 것을 떠올려 작품에 임한다. "뜻을 하나로 하여, 귀가 아닌 마음으로 듣고, 마음이 아닌 기로 듣는 것. (若一志, 無聽之以耳而聽之以心, 無聽之以心而聽之以氣.-莊子『人間世』)" ●결국 내가 오늘 목격한 '경계 없는 시간'은 가장 예민한 사람의 미적 발견이며, 미의 자취를 수집한 통시적 안목일 것이다. 박보영의 새로운 시각 시도는 과거와 현재의 연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턱에 다다랐음을 말한다. 전통회화의 차용이라는 단순 도식적 해석에서 벗어나 실재와 실존, 사유와 만난 대상의 상징 등 필자보다 더 많은 해석이 필요할 것이다. ■ 김최은영

Vol.20140119a | 박보영展 / PARKBOYOUNG / 朴寶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