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오브 뷰 Paint of View

갤러리 스케이프 기획展   2014_0122 ▶︎ 2014_0309 / 월요일 휴관

이혜승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13

초대일시 / 2014_0122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이혜승_히데아츠 시바 Hideastu Shiba 에테르_제니 조 Jenny Cho_최수정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스케이프 GALLERY skape 서울 종로구 삼청로 58-4 Tel. +82.2.747.4675 www.skape.co.kr

화가들의 시점으로부터 ●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망막을 스쳐 지나가며 흐릿한 유령의 상이 된다. 언뜻 뒤돌아보면, 그곳엔 지나간 풍경들이 겹겹이 있으나 수없이 스쳐 지나가버린 흐릿한 잔상들은 어느새 기억과 뒤섞여 현실감에서 더욱이 멀어진다. 아득해진 이 마음의 풍경은 도무지 드러날 길이 없다. 시선을 잃은 자는 마치 눈 뜬 맹인과 같다. 회화는 그 잃어버린 시선을 정지된 화면에 붙든다. 그리고는, 이를 화가의 시선이 붓질로 층층이 드러난 풍경 속으로 깊숙이 이끈다.

히데아츠 시바_Hikers_캔버스에 유채_285×185cm_2012

시점의 발생, 회화 ● 시선이 맺힌 그 자리에서 시점 혹은 관점이 발생한다. 시점을 영어로 살피면, 포인트오브뷰(point of view)로 말 그대로 보는 점, 보는 곳으로 해석된다. 이때 포인트(point)는 단순한 지점보다는 보는 위치, 위상이라는 장소적 상황으로부터 시선의 주관적 견해와 의미를 발생시킨다. 전시에 모인 이혜승, 히데아츠 시바(Hideastu Shiba), 에테르, 제니 조, 최수정 이 다섯 명의 화가들에게는 사실상 회화적 주제나 견해가 거의 중첩되지 않는다. 오히려 회화적 주관은 제 각각이 펼쳐진다. 이들의 그림에 대한 시선은 현실과 가상, 내면과 외면, 형식과 해체 사이를 가로지르며, 자신만의 새로운 관점을 생산해낸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의 제목은 기존의 문맥을 언어 유희하여 페인트오브뷰(Paint of View)라 하였다.

제니 조_Study of a Visual Perception on a Stage_캔버스에 유채_178×178cm_2009

실풍경과 비풍경 사이 ● 물성화되지 않은 이미지는 기억의 창고 속으로 더 깊숙이 침잠한다. 이혜승과 히데아츠 시바의 작업은 묻혀있던 기억의 풍광을 현재의 시간 앞에 멈춰 서게 한다. 이혜승이 노르웨이 여행길에서, 그녀가 자라난 제주도의 풍경 앞에서 포착한 시선은 자연의 광활함과 생동감을 직관적인 필치로 그려낸다. 바람의 세기, 물의 속도, 빛의 흐름, 대기의 부피 등 미세한 자연의 동태는 큰 묘사 없이도 인상적으로 화면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러하기에 그녀의 회화는 아스라히 시선에 남을 수 있으나, 이러한 정서적 표식은 피부 끝을 어루만지듯 촉각적이다. 히데아츠 시바의 회화는 3m 가까이 되는 화폭에 구현된 수직적 원근감으로 인해, 마치 숲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시각적 경험을 일으킨다. 이때 공간의 스케일감을 더하는 인물의 등장은 공허, 고독과 같은 개인의 소외된 심리적 정황을 더한다. 그의 풍경은 옛 실경산수화와 구도적으로 닮아 있지만, 자연에 대한 경외심보다는 불가능한 자연에 도달하고자 한 인간의 욕망과 역사를 은유 한다. 이는 도심 속 마천루를 향한 현대인의 시선과도 다르지 않다. 그가 그린 미완의 건축물(The Tower)은 인간의 과도한 욕망으로 완성될 수 없었던 바벨의 신화를 연상시킨다. 끝없는 욕망이 생산해낸 정신적 잔해물과 같은 이 마천루는 인간의 시지프스적 숙명과 이 세계에 대한 실풍경일 것이다.

에테르_우리의 기억은 저편에 있지만 난 고답스러운 형태로 누워 있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혼합재료_2013
최수정_Mineral Painting_캔버스에 혼합재료, 자수_130×130cm_2013

회화적 충동과 연극적 재구성 ● 실존감과 시대성에 대한 관찰은 에테르의 회화에서 집요하게 물성의 실험으로 이어진다. 6개월간 수행의 길을 걷듯(작가가 말에 의하면) 그려낸 싯맨(SITMEN) 시리즈는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자세의 인물들로 구성된 100여점의 작품이다. 어느 것 하나 같지 않은 이 변주된 인물들은 자아변형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논리보다는, 서로 다른 존재를 배열한 백과사전식 병렬 구조를 따른다. 그의 회화에는 언어화하지 못한, 맥락화할 수 없는 충동, 그리고 외면된 시선의 나체들이 폭로된다. 이러한 회화적 충동은 제니조와 최수정의 작품에서 연극적 상황 설정을 통해 다시 회화적 어법을 구축해 보인다. 제니 조는 사진부조(photo relief) 작업으로 원근법에 가려진 다차원적 공간감을 실험한 다음, 이를 다시 하나의 회화적 장면으로 시도해 왔다. 이때 공간을 구성한 창, 커튼, 문, 사물 등의 요소들은 각각이 지닌 차원의 레이어로 미묘하게 틀어지며 연극적 공간감을 증폭시킨다. 자아의 시점과 타자의 시점을 서로 전환, 통합시키는 작가의 시도는 회화의 역사, 즉 시점의 역사로 보는 이의 시선을 인도한다. 최수정의 회화는 사물과 사건들이 화면에 산발적으로 몽타주 된 듯 하나 빅뱅,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무한한 차원의 구조와 수열적 배열방식을 통해 우주적 공간감을 구현해 낸다. 근작 광물회화 시리즈는 가운데 광물의 구조를 두고, 이 공간에 기생하는 여러 존재들이 화면의 차원과 한바탕 씨름을 벌인다. 개연적 내러티브를 거부한 사물의 조직, 율동, 발생된 사건 등의 요소는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며, 실험극과 같이 공감적으로 펼쳐진다. 이 연극적 상황에서 사물들은 응시된 시선을 피해 도망치듯 화면 밖으로 탈주를 감행한다. 하지만, 소란스런 탈주극은 작가에 의해 정교히 직조된 회화의 구조 속으로 재수렴되며, 오히려 회화의 공간감을 진동해 낸다.

페인트 오브 뷰 Paint of View展_갤러리 스케이프_2014

물감으로 재현된 화가들의 이미지너리는 그 색과 형, 구조, 그리고 시선의 살점 같은 물성 때문에 실재하는 풍경보다도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들의 붓터치를 따라가다 화면에서 마주친 어떤 시선(화가 혹은 자아나 타자)은 방금 전까지도 지리멸렬했던 의식을 잊고, 마치 새로운 세계가 눈 앞에 다시 펼쳐지는 듯한 환영, 이에 더하여 교감을 나누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이 평평한 화면에서 시선과 시선, 눈동자와 눈동자의 마주침은 둘 사이에서만이 공유된 은밀한 세계를 일으킨다. 보는 이의 시선이 맹점에 가까울수록 은밀함은 서로를 공명시킨다. 이렇게 마주친 시선은 보고자 하는 욕망을 애걸하듯, 손 끝의 자국에 더 단단히 맺힌다. 그러하기에, 회화는 여전히 매혹적이다. ■ 심소미

페인트 오브 뷰 Paint of View展_갤러리 스케이프_2014

From a Painter's Point of View ● There's a moment when nothing comes into sight. The scenes unwind before your eyes are somehow afterimages, that of phantoms. You look back and there they are, the scenes from your past in layers, running away from you into memory, out of reality. The visions in your mind are residual and vestigial. And you feel blinded. The canvas holds that sight which holds nothing. Then it leads onto the scenery in which the artist's point of view reveals layer by layer with each stroke. The Genesis of Point of View, Painting ● Point of view is born where seeing starts. Take care to the word "point" in it because it means the spot in which seeing is being done, thus holding subjectivity rather than objectivity. You will detect no common theme or view in the works of the five artists this exhibition brought together; Hyeseung Lee, Hideastu Shiba, Ether, Jenny Cho, and Soojung Choi. Their pictorial arts are on their own, completely independent from the others. Their views criss-cross across reality and fantasy, inside and outside, formality and informality, creating new points of view. In light of this phenomenon, the title of the exhibition is a word-play, "Paint of View." Real-scenes and Unreal-scenes ● The images yet to materialize are sinking down deep into memory. Hyeseung Lee and Hideastu Shiba's pictorial arts bring those images to the present and to a standstill. Hyeseung Lee's view in Norway on her trip, in Jeju Island where she grew up captures the vast and vibrant nature and puts on canvas with intuitive strokes. Intensity of wind, speed of water, flow of light, and size of earth form impressive atmosphere of the pictures without overt description. That is why her paintings lingers in sight but such emotional indicators are tactile. ● With vertical perspective implemented on enormous 3-meters-high canvas, Hideastu Shiba's paintings make viewers feel visual experience of being pulled into a forest. The human figures drawn in the space of enormity symbolize emptiness and loneliness, the symptoms of human alienation. The frame of his scenery resembles that of traditional landscape scenery but rather than reverence to nature, it has the metaphor for longing to reach unreachable nature. This is not unlike the eyes of modern men fixed on towering skyscrapers. The Tower, his incomplete work, reminds us of the Tower of Babel, the desire of men rendered incomplete for its excessiveness. This skyscraper of men's unending desire captures the Sisyphean destiny and this world. The Pictorial Impulse and Theatrical Reconstruction ● The observation of existence and zeitgeist is reflected in stubborn experiments of materials in Ether's paintings. After six months of self-cultivation(according to the artist), SITMEN series is about a hundred human figures caught in mid-pose neither sitting nor standing. Every single piece unlike the other is enumerated in encyclopedic juxtaposition, not with psychoanalytic logic of metamorphosis of ego. These paintings demonstrate impulses that cannot put into words or contexts and naked bodies of ignored sights. ● Such pictorial impulse construct its phraseology in the works of Jenny Cho and Soojung Choi with theatrical set-up situation. Using photo relief technique, Jenny Cho toys with multi-dimensionality hidden behind perspective and then paints it on canvas. Here windows, curtains, doors, and all the other objects constituting the space hold onto their own dimensions, thus maximizing theatrical spatial sense. The point of view of Self and that of the Other intertwining and merging lead viewers to history of paintings and point of view. The sporadic montage of objects and incidents in Soojung Choi's paintings create cosmic sensation with frames of infinity and numerical sequence such as Big Bang and Mobius Strip. Latest series of Minerals let all beings in space wrestle with multiple dimensions over structure of minerals. The structures, movements, and events of objects defying causal narrative play out simultaneously like experimental theatre. In these theatrical situation, the objects duck out of gazing viewers and try to escape out of canvas. In the end of this loud escape, objects converge into meticulously weaved frame of paintings, vibrating the spatial sense of paintings. ● The recreated images are more surreal than scenes in real life for they too have colors, forms, structures, and even flesh of eye line. Eye line(artist or Self or the Other) you encounter following their brushstrokes opens new world, shattering muggy consciousness, almost makes you feel in communion. Flat canvas is where clandestine world begins between eyes. The more blurry the sight, the more resonating the secrecy. And the desire to see engraves eye line with hands. Thus, pictures are still mesmerizing. ■ SIMSOMI

Vol.20140122e | 페인트 오브 뷰 Paint of View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