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OCI Cre8tive Report

창작스튜디오 2013 입주작가展   2014_0123 ▶︎ 2014_0223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4_0123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권오신_김유정_김희연_박미경 박종호_이주은_조문희_허용성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OCI 미술관 OCI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수송동 46-15번지 Tel. +82.2.734.0440 www.ocimuseum.org

OCI 미술관은 시각예술작가들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지원하고자 2011년 4월부터 인천광역시 학익동 소재에 창작스튜디오를 운영해오고 있다. 매년 여덟 명의 작가들이 선정되어 일 년의 기간 동안 입주하게 된다. ● 3기 선정 작가인 권오신, 김유정, 김희연, 박미경, 박종호, 이주은, 조문희, 허용성은 입주기간동안 창작에 매진하여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 실험적인 변화를 모색하였다.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주제와 매체의 작가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지속적인 교류를 쌓았고, 외부적으로는 일대일 비평 매칭 프로그램, 전문가 토론과 초청, 작가 프로모션 등을 경험하여 작품에 대한 보다 폭넓은 피드백을 시도해왔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10월에는 '오픈스튜디오' 행사를 통해 미술관계자, 관람객들과 깊이 있는 소통의 시간을 가진 바 있다. ● 이번『2013 OCI Cre8tive Report』는 그동안의 노력을 한 자리에서 살펴보기 위해 마련되었다.『OCI Cre8tive Report』는 입주작가 보고전의 새로운 타이틀이다. 이는 OCI 미술관 창작스튜디오가 가장 중요한 목표로 추구하고 있는 작가 8인의 창의적 작품 활동과, 긍정적 네트워크를 위한 공간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치열한 고심의 공간에서 만들어진 회화, 판화, 입체, 미디어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임으로써 창의적인 담론과 새로운 소통의 장을 형성하기를 기대한다.

권오신_Time no.130123_석판화에 혼합재료_70×50cm×3_2013

권오신은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기억에서 작품을 시작한다. 작가는 기억 속 할머니의 기와집을 배경으로 특정 소재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색조의 연작에 집중한다. 석판화를 베이스로 하여, 레진을 붓고 그 위에 석판화를 오려낸 콜라주를 부착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어린 시절 기와집에서 어렴풋이 느꼈던 따듯한 존재는 이후 새로운 경험으로 각인된 원숭이로 형상화 하였는데, 이 원숭이는 또 다른 시간에서 얻어진 풍선을 들고 과거와 현재 사이의 여러 층의 시간을 부유하고 있다. 여러 단계의 제작 과정을 비롯하여, 망각을 상기시키는 검은 연기는 경험의 오브제들과 뒤얽혀서 기억의 중층성을 나타낸다. 권오신의 작품에서 기억은 존재, 생성, 소멸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시·공간을 형성한다. 이를 통해 단순히 특정 기억이 재구성되는 것을 넘어, '우리의 기억'으로 공유될 수 있는 생명력을 가진다.

김유정_Dream of the Green_프레스코_74.5×114.5cm_2013

김유정은 관상식물을 소재로 '생명을 길들인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에 관하여 성찰한다. 화분과 같은 관상식물은 누군가의 손길로 생명을 유지하는데, 작가는 이러한 수동적인 생육 방식을 인간의 삶에 비춰 사유한다. 전통 프레스코 기법을 차용하여 회벽이 마르기 전에 뾰족한 것으로 긁어 형상을 표현하며 주로 단색조의 화면을 구성한다. 잿빛으로 묘사된 화분들은 뚜렷한 주체성과 동력을 상실한 상처받은 자아를 상기시킨다. 화분 뿐 아니라 야생식물처럼 보이는 형상들도 실제로는 거대한 식물원 안에 갇혀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임을 나타낸다. 식물원은 정해진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야하는 사회구조를 암시한다. 작가는 보호와 통제가 주는 안락함과 개인적 욕망 사이의 미묘한 갈등을 수동적인 관상식물들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다. 그러나 체념하지 않고 끊임없이 긁어내어 생명을 불어넣는 능동적인 행위를 통해 자아의 주체성 회복과 상처의 치유를 모색한다.

김희연_숨죽인 그늘_리넨에 아크릴채색_193.9×260.6cm_2013

김희연은 일상적인 도시의 풍경에서 기이한 느낌을 자아내는 공간들에 주목한다. 주로 사라져가는 건물, 공사장 귀퉁이 등을 배경으로, 자연물들이 공존하는 풍경을 회화로 표현한다. 사람의 부재, 빛과 그림자의 대비와 선명한 형태감, 차분한 붓질은 적막하고 차가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풍경은 주변에서 포착한 실제 풍경이지만 작가의 시각에 따라 변형하여, 공간의 성격이 모호해지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드러낸다. 사람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지만 한때 분명 '있었다'는 흔적으로, 마치 유령처럼 화면 어디엔가 존재한다. 이를 통해 생기발랄했던 과거의 순간과 현재의 장소사이의 시간이 암시된다. 이 공간에 포위되어 질긴 생명을 유지하는 나무들의 모습은 묘한 긴장관계를 한층 강조한다. 김희연의 작품은 풍경화이지만 그가 집중하려 한 것은 심미적 풍경이 아닌 인간의 행위와 시간, 자연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지점에 맞닿아 있는 내면의 표현이다.

박미경_An obsure islan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0cm_2013

박미경은 기억의 심연이 지닌 다층성을 회화로 표현한다. 무수한 붓질을 통해 실루엣을 여러 방향으로 중첩시키는데, 주로 어두운 색조를 활용한다. 깊은 바다의 물결처럼 고동치는 붓 자국은 폐허의 공간 또는 무언가 꿈틀대며 살아나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풍경은 작가의 아픈 기억에 기반 한 것이지만, 특정 사건이나 형상에 머물러있지 않고 현재의 여러 경험들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됨을 보인다. 하나의 기억의 끈에서 시작된 붓질은 그 시작과 끝이 모호할 정도로 끈끈히 얽혀있지만, 화면 안에 희미한 빛이나 길을 둠으로써 시선이 다다를 수 있는 지점을 마련한다. 이로 인해 산, 풍경화를 연상시키지만, 작가는 풍경을 재현하기 보다는 비정형의 자연물들로 기억의 유동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박미경의 작품에서 기억은 깊은 무의식과 맞물려서 생성과 소멸이 끝없이 이어지며 질긴 생명력으로 캔버스위에서 자라난다.

박종호_그림 감상_리넨에 아크릴채색_130.3×194cm_2014

박종호는 '무엇을, 왜 그려야 하는가?'라는 회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오랜 기간 고민해왔는데, 그림을 그리는 손과 거울, 빈 캔버스의 반복 등 실재와 재현의 경계를 혼란시키는 요소들로 이를 표현해왔다. 이러한 시도들은 이미지를 생산해 내는 작가로서의 의미 있고 진지한 고찰이지만, 한편으로는 사고를 구속하는 하나의 틀로써 작용하게 되었다. 작가는 작업실 창밖의 하늘과 노을 풍경을 통해 자유롭게 그리고 싶은 열망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또한 전시실에서 회화를 감상하고 있는 관객의 시선과 손짓 등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여 캔버스에 집중되었던 시각을 확장하는데, 회화 안의 회화, 시선의 교란 등을 통해 재현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이어간다. 최근에는 회화 뿐 아니라 입체, 영상에 이르는 새로운 매체를 시도하고 있으며, 작가의 삶, 정치적 이슈, 언어와 회화의 관계 등 다양한 영역을 성찰하면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주은_겹&결_캔버스에 사진, 레진, 아크릴채색, 목탄_50×50cm_2013

이주은은 익숙한 주변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탐구한다. 작가는 마음을 끌어당긴 사물의 부분을 천으로 연출한 공간에 배치하는 것으로 작품을 시작하는데, 이를 사진으로 찍어 투명 레진을 붓고 드로잉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주로 평면으로 구성하지만 입체로도 제작하여 사물의 형상과 연출된 무대 분위기를 더욱 강조한다. 의자, 문고리와 같은 친숙한 사물들은 작가의 손을 통해 전혀 새로운 형태로 구성된다. 작가는 천의 다양한 주름, 나무의 결 등 사물의 형태가 지닌 잠재성에 관심이 있지만, 사물 자체에 천착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사물에 담긴 사람의 흔적과 일상, 시간에 더욱 집중한다. 여러 단계의 제작과정은 그 자체로 시간의 겹과 사람의 살결을 암시한다. 또한 얼기설기한 드로잉, 레진의 중첩과 우연적 효과들은 우리 삶의 모습들을 상기시킨다. 사람을 닮은 이주은의 사물들은 일상의 소박한 단면들이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조문희_Works_피그먼트 프린트_70×110cm_2013

조문희는 현실세계를 둘러싼 요소들의 실재와 허구에 관한 문제를 사진과 영상을 통해 탐구한다. 이전까지는 대중매체의 이미지가 내포한 여성적 판타지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작업에 집중해왔는데, 현재는 일상적 삶과 현실의 보다 넓은 영역에 주목한다. 주로 주변의 건물, 도시 풍경을 사진 촬영한 후 이정표, 로고 등을 모두 삭제하거나 흐리게 하여 정체성이 불분명한 공간으로 변형한다. 맥락을 잃은 장소에는 건조한 건물들만이 남아있는데, 이는 현실과 허구 사이에 있는 중간 공간, 경계의 공간을 형성한다. 작가는 대상을 꾸며내는 모든 언어적 기호들을 지움으로써 의미를 해체하고 오히려 그 존재를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한다. 또한 숨이 막힐 듯 정갈하고 무미건조한 요소들을 통해 피상적인 공간에서 이방인처럼 살아가는 현대인의 소외감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모든 형식이 지워진 이 모호한 지점에 내밀한 작가의 사유가 투영된다.

허용성_White woman_한지에 채색_136×120cm_2013

허용성은 인물 표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 전통 한국화의 깊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가운데, 젊은 세대가 겪는 정체성의 방황, 사회적 경쟁에서 오는 불안에 관한 주제를 꾸준히 연구해오고 있다. 한지에 채색을 여려 번 덧입히는 섬세한 과정을 반복하여 인물을 완성하는데, 주로 한 작품에 한 인물만을 표현한다. 핏기 없는 하얀 피부, 무표정하게 응시하는 불안한 눈빛을 지닌 인물을 통해 길을 잃은 젊은 세대들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표현한다. 인물들은 텅 비거나 수풀과 같은 배경에 부유하듯 자리하여 판타지적 느낌을 자아낸다. 최근에는 얼굴만을 강조하던 방식에서 반신과 전신으로 확대되고, 배경과 조금씩 호흡하는 작품들로 변화되고 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동기 입주작가들의 초상을 선보이는데, 작가로서의 삶과 사유에 대한 깊은 공감을 표현한다. 공허한 사각 프레임 속 초상들은 조금씩 세상과 소통하고자 한 발짝씩 내 딛고 있다. ● 여덟 명의 입주작가들은 1년여의 시간동안 최선을 다해 작품에 집중해왔다. 이 시간을 통해 이후 작가로서의 삶과 작업세계가 더욱 단단해지고 깊어지기를 기대한다. OCI 미술관 창작스튜디오는 단순히 1년의 작업과 생활을 하기 위한 공간이 아닌, 작가의 잠재성과 내밀한 사유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공간으로 기능하고자한다. 이를 위해 단기적이고 형식적인 지원이 아닌 작가 중심의 프로그램과 지속적인 교류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OCI 미술관 창작스튜디오는 앞으로도 작가들과 함께 호흡하는 시각 예술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 김지예

Vol.20140123c | 2013 OCI Cre8tive Report-창작스튜디오 2013 입주작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