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하展 / ANSUNGHA / 安誠河 / painting   2014_0123 ▶︎ 2014_0216

안성하_Cigarettes_캔버스에 유채_182×259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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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123_목요일_05:00pm

관람료 / 3,000원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센터 Gan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평창동 97번지 Tel. +82.2.720.1020 www.ganaart.com

누군가가 피웠던 담배들이 비벼 끈 듯 까만 재와 함께 투명한 유리그릇 안에 수북하게 쌓여있다. 무심하게 지나치기 쉬운 풍경이지만, 실물보다 수십 배 확대되어 그려진 담배꽁초들이 우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평범함 속에 감춰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듯한 인상에 이끌려 그림 앞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본다. 그 순간 우리는 형태의 윤곽선과 색채의 경계가 모호해진 추상적인 화면을 보게 되지만,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커다란 담배 이미지는 여전히 머리 속에 아련히 남아있다.

안성하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182×259cm_2013
안성하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145.5×227.3cm_2013
안성하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194×130.3cm_2013

안성하(b. 1977-)는 2000년부터 작업실 곳곳에서 마주치는 피우다 만, 혹은 다 태우고 버려진 담배를 사실적인 기법으로 그려왔다. 이를 위해 작가는 그릴 대상을 찾아내고, 다소간의 연출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이미지를 가까이에서 촬영한 후, 그것을 다시 캔버스에 옮기는 과정을 거친다. 클로즈업된 화면을 통해 우리는 제멋대로 구부러져서 쌓여있거나 거무스름한 잿물 속에 짓눌러져 담겨있는 담배꽁초의 표정을 비로소 자세히 보게 된다. "클로즈업은 부분적인 것들을 인격화 시킨다."는 페르낭 레제(Fernand Leger, 1881-1955)의 말처럼, 여기에서 우리는 고단한 삶 속에 던져진 현대인의 일그러진 초상을 발견하게 된다.

안성하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130×162cm_2012~3
안성하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194×112cm_2013

이처럼 안성하의 작품은 마치 그려진 대상을 실제로 바라보고 있는 듯한 사실적 표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떠한 정서적 호소력을 갖고 있다. 이는 소위 일반적인 극사실회화(Hyper-Realism)가 기계적이며 치밀한 묘사로 인해 그려진 대상 외에 다른 어떠한 생각도 할 수 없는 차가운 화면을 보여주는 것과 분명히 다른 점이다. 입에는 쓰고 몸에는 해로운 담배이지만 그 담배연기 한 모금이 가져다 주는 정신적 위안은 달콤하듯, 안성하에게 '담배'라는 소재는 현대사회의 상징물로서 양면성을 갖는다. 이는 2004년 경부터 등장한 사탕이나 최근에 선보이는 코르크 마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 또한 특유의 향과 맛을 지닌 담배와 술, 사탕은 먹는 순간, 달콤한 환각과 함께 복잡한 일상으로부터의 해방감을 선사해주듯, 안성하의 작품은 사소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일시적인 감각에의 탐닉, 현실의 긴장으로부터의 도피와 같은 탈일상적인 영역을 환기시킨다.

안성하_Cigarettes_캔버스에 유채_230×97cm_2011~3

지난 2010년 개인전 이후의 신작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안성하는 코르크 마개를 통해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모색하고 있다. 담배와 사탕이 소비되는 순간 버려지거나 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면, 코르크 마개는 그것을 따는 순간 허무하게 날라가는 술과 다르게, 시간이 흐를수록 빈티지한 멋을 더하기도 한다. 이는 마치 술의 맛보다도 술을 마신 날의 추억이 더 소중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기에 안성하 작품에서 차갑고 매끄러운 유리 표면 위로 반사되는 것은 어쩌면 현실의 흔적을 뛰어넘는 삶의 추상적 인상들, 그리고 기억들일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녀의 캔버스를 떠나는 순간에도 진공 속에 떠도는 옅은 담배의 향과 사탕의 달콤함을 느끼며, 그로부터 묘한 위안을 얻는 듯한 잔상을 경험하게 된다. ■ 김현경

Vol.20140123d | 안성하展 / ANSUNGHA / 安誠河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