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조형 Architecture of the Wind

이타미 준(유동룡)展 / ITAMI JUN / mixed media   2014_0128 ▶︎ 2014_0727 / 월요일 휴관

이타미 준_맨해튼 시리즈_캔버스에 유채_199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화~금,일요일_10:00am~06:00pm(~2월28일_10:00am~05:00pm) 토,마지막 주 수요일_10:00am~09:00pm / 월요일 휴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5전시실(건축상설전시실)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경기도 과천시 광명로 313(막계동 산58-4번지) Tel. +82.2.2188.6000 www.mmca.go.kr

근원 ● 이타미 준의 청년 시절은 당대 예술가들과의 교유로 점철된다. 일본 경제가 활황이었던 당시 풍부한 기술로 무장해 첨단 건축을 선보였던 다른 젊은 건축가들과 달리, 이타미 준은 존재의 근원을 질문하며 특히 모노하(物派)를 이끌었던 예술가들과 의식을 공유하였다. "사물 본래의 입장에 서서 자연을 한없이 동화시키는" 이러한 생각들은 이타미 준의 조형 의식의 기반을 이루며 건축뿐만 아니라 회화, 서예 등 여러 예술 작품으로 표출되었다. 재일동포라는 태생적 정체성 또한 이타미 준이 존재의 문제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일본과 한국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의 예술, 문화, 공간에 대한 문제를 탐구하였다. 1970년대~80년대 사이 한국을 직접 답사하며 저술한 책들과 그가 수집한 고미술품들은 눈과 손을 통해 한국성을 탐미한 이타미 준의 자취를 보여준다.

이타미 준이 디자인한 소품

전개 1: 소재의 탐색 1971 - 1988 ● 이타미 준의 초기 건축 작품은 모노하(物派)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청년시절부터 물질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소재 그 자체의 물성을 찾기 위한 이타미 준의 노력이 작품에 투영되어 있다. 그는 "의식적으로 흙, 돌, 금속, 유리, 나무 등의 소재를 콘크리트와 대비"시켜 서로 간의 조화와 대립을 꾀하였다. "유리를 통해 비쳐드는 빛으로 빛나는 금속"과 같은 소재의 배치로 아름다움을 발견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풍부한 재료의 언어를 구축해 가면서, 이타미 준은 건축에서 생생한 "사물의 감촉"을 조형적으로 구현해 냈다.

이타미 준_각인의 탑_종이에 연필_1988
이타미 준_석채의 교회_종이에 연필_1991

전개 2: 원시성의 추구 1988-1998 ● 1980년대 이후 일본 건축계는 유리와 철을 사용한 가벼운 건축이 주를 이루었다. 이타미 준은 이를 지적하며 "현대 건축에 본질적인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체온과 건축의 야성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돌을 중심으로 목재, 대나무 등 자연 소재를 사용하여 철저하게 '무거운 건축'을 추구하였다. 이타미 준은 "토착 재료를 사용해서 그 땅이 지닌 오래된 가치를 오늘날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라고 설명하며, "건축의 원시적인 형태"에 의미를 두고자 했다. 특히 돌을 사용한 「각인의 탑」, 「석채의 교회」, 「M 빌딩」은 자체의 물성만으로 그 존재를 힘 있게 드러낸다. 땅에 퇴적된 과거의 시간에 주목했던 이타미 준의 건축은 강렬한 모습으로 하나의 조각처럼 자리하고 있다.

이타미 준_서원 골프클럽하우스_복합매체_2009

전개 3: 매개의 건축 1998-2010 ●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이타미 준은 형태와 소재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건축이 매개하는 '관계'의 문제를 깊이 고민한다. 그는 건축이 "자연과 대립하면서도 조화를 추구해야 하며, 공간과 사람, 자신과 남을 잇는 소통과 관계의 촉매제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시기에 이타미 준은 재료의 날선 원시적 감각이 돋보였던 격렬한 건축에서 벗어나 온화하고 고요함이 드러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말년의 제주를 중심으로 한 한국에서의 작업은 이타미 준 건축의 원숙미를 보여주면서 건축이 매개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잘 드러낸다.

이타미 준_석 미술관 / 김용관 사진
이타미 준_포도호텔_종이에 연필_2001

바람의 조형: 제주 프로젝트 ● 바다를 동경했던 이타미 준에게 제주는 제2의 고향이었다. 시즈오카(靜岡)의 시미즈(清水)에서 바라보던 바다가 실재하는 유년의 고향이라면, 바닷바람이 여과 없이 불어오는 제주는 재일 동포인 그가 안착하고 싶었던 마음의 고향이었다. 이곳에서 그는 40여 년 간의 건축 여정에서 정점을 찍는 대표작들을 선보인다. 그가 총괄 설계를 맡았던 '비오토피아(Biotopia)' 단지 안에 1998년 「핀크스 클럽 하우스」를 시작으로 「포도호텔」, 「수·풍·석 미술관」, 「두손 미술관」, 「방주 교회」 등이 잇달아 완공된다. 이 작업들은 평단의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이타미 준에게 무라노 도고(村野藤吾) 건축상, 김수근 건축상 등 수상의 영예를 안겨 주기도 했다. 바람과 물, 돌이 풍부한 제주의 자연과 동화된 이 건축물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제주의 풍토를 담담히 반영하며 건축이 예술에 이르고자 하는 작가의 염원을 담고 있다. ■ 정다영

Vol.20140128c | 이타미 준(유동룡)展 / ITAMI JUN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