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속의 허虛

박찬미展 / PARKCHANMI / 朴讚美 / painting   2014_0205 ▶ 2014_0211

박찬미_실상속의 虛 14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먹, 연필, 목탄, 콘테, 파스텔_162.2×130.3cm_2011

초대일시 / 2014_0205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화봉 갤러리 HWABONG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7길 12(관훈동 197-28번지) 백상빌딩 B1 Tel. +82.2.737.0057,1159 gallery.hwabong.com

박찬미 작가의 인물초상화는 보이는 대로의 모델을 묘사하는 인물화가 아닌 인간의 보이지 않는 내면과 숨겨진 이면을 담아낸다. 작가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불편한 진실들, 이를테면 가식과 위선, 의미 없는 웃음, 인사치레와 허례허식 등의 허상에 주목하고 외면과 내면, 사실과 진실의 미묘한 경계를 오가며 무제의 캐릭터들을 창조한다. 남성인 듯 여성인 듯, 아이인 듯 어른인 듯 작품 속 무채색의 인격들은 소름끼치게 기괴한 듯하면서도 한편으로 공허한 안쓰러움 속에 조용하고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 조화와 균형의 고전적인 얼굴만이 아름다움은 아닐 것이다. 내면적 부조화속의 감각이야말로 예술미일 것이고, 미(美, 아름다움)는 고통과 아픔을 앓는 과정을 견뎌낸 '앓음다움'일 수도, 오스카 베커가 말한 대로 숙명적 덧없음(Hinfälligkeit) 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이번 전시는 캔버스, 아크릴, 목탄, 콘테와 한지, 광목천, 먹 등 동양적 미디엄을 더해 독특한 작가적 감성으로 재창조된 인격화 연작인「실상속의 허虛」외에도 다양한 각도의 인물시리즈와 드로잉 등 총 30여점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실상과 허상에 대한 10년간의 1막을 정리하고 2막으로 도약하는 박찬미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이 될 것이다. ■ 윤승연

박찬미_실상속의 虛 1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먹, 연필, 목탄, 파스텔_162.2×130.3cm_2011
박찬미_실상속의 虛 15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먹, 연필, 목탄, 파스텔_80×60cm_2011

박찬미 회화의 장르를 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인물 초상화에 속한다. 그러나 그녀의 그림은 인물들의 잔뜩 일그러진 얼굴 때문에 우리가 그동안 익숙하게 알고 있던 인물 초상화라고 보기엔 매우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박찬미 작가는 감추어진 혹은 물적 증거가 쉽사리 보이지 않는 인격의 다양한 모습들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그려내는 초상화 속의 인물들은 왜곡되고 일그러진, 심지어는 조화롭지 못하고 추하게 생겨서 기이하기까지 한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인물 속에 보이지 않는 이면의 모습을 시각화하여 인격 내면의 '비어있음'을 드러내고자 한다. 인간의 겉모습을 대표하는 얼굴의 형태와 표정을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변형하고 왜곡시켜 표현함으로써, 작가는 그들의 내면과 외면의 이중성을 대조시키는 것이다. (중략) 그녀의 작업세계를 이해하는 데에는 몇 가지의 이중 구조, 혹은 대비 구조들이 편리한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실상 속의 虛」라는 제목처럼, "실재와 허구(허상/허영/허무/허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주체와 기표", "사실과 진실(fact and truth)", "미(美)와 추(醜)" 등의 대비 구조들이 박찬미 작업의 의미를 담고 있다. ● 우리의 얼굴은 표정을 통해 다양한 감정의 상태, 즉 속내를 드러낸다. 표정을 통한 감정의 표현은 사람만이 갖고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반대로 감정을 숨기는 표정은 사람만이 지닌 능력일 것이다. 즉 인간은 얼굴 표정을 통해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지만, 이러한 감정과 생각이 반드시 표정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박찬미 작가가 자신의 회화를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표정 이면에 보이지 않는 인격의 시각화라고 말한다. 작가는 자신의 신체 일부분이지만 다른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유일한 겉모습이 얼굴이라고 믿는다. 이것은 (우리가 신체에서 육안으로는 스스로 볼 수 없는 부분이 보이는 부분보다 오히려 많기 때문에) 사실과 거리가 멀지만, 인간이 타인과의 만남 속에서 서로를 파악하고 대하는 것은 얼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대면(對面)이라고 표현하는 이러한 만남이 박찬미가 그려내는 인물 초상의 기본 전제가 되고 있으며, 미장센과 타블로 비방을 벗어난 인물의 포토몽타주(photomontage), 더 엄밀히 말하자면 콜라주(collage)적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사진으로 찍고 글로 기록하고 드로잉으로 남겨둔 인물들의 다양한 인적 사항을 토대로 해서 종이인형 놀이를 하듯, 혹은 온라인 아바타의 캐릭터를 창조하듯이 자신이 생각하는 인물의 캐릭터를 설정하고 창조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모든 종류의 인물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지만, 그래픽 디자인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받은 인상과 예술적 감각만으로 작업한다. 즉 인간의 심층적 내면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적합한 이미지를 조합하여 손으로 그려내는 콜라주인 것이다.

박찬미_실상속의 虛 16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먹, 연필, 목탄, 파스텔_116.7×80.3cm_2011
박찬미_실상속의 虛 17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먹, 연필, 목탄, 파스텔_145.5×97cm_2012

박찬미의 인물 초상에 있어서 내면은 분장이나 치장 등으로 포장될 수 없고 감출 수도 없다는 점을 강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즉 주체와 기표를 동일하게 여겼지만 그 사이에는 항상 틈이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가득 채워졌다고 믿었던 내면은 텅 비어있을 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내면의 허상, 허무, 허점, 허영 등을 주저 없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박찬미의 작업을 허무주의적 관점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래서 작가는 연예인들의 '화려한 스타적 면모' 뒤에 존재하는 허망함이나 이중성을 포착하려고 했고, 이것을 포비아(phobia)와 언캐니(uncanny)의 개념으로 정리하고 있다. 두려움의 정도가 실제 상황과 맞지 않음으로써 갖게 되는 공포증인 포비아에서는 "비례가 맞지 않는다는 불균형적이고 가식적인 인간의 모습"을 착안했고, 언캐니의 개념에서는 불안과 함께 "익숙한 것에서 느끼는 어색함과 소외"라는 부조화와 이중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얻어냈다. 즉 불안한 얼굴과 기괴한 낯설음의 감정을 유발하는 신체와 의상의 부조화를 언캐니한 관점으로 풀어낸 것이다.「실상 속의 虛 16」은 포비아의 개념에서 끌어낸 불균형의 모습을 내면의 허영 혹은 허상과 외면의 화려한 치장의 대비로 표현한 것이고,「실상 속의 虛 15」는 언캐니의 개념에서 낯익음으로부터 더욱 극대화된 불안 즉, 섬뜩함이나 두려움의 이중적 '진실'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그러한 점을 강조하기 위해 기존의 작업과 달리 인물의 오른쪽 팔 한쪽이 몸 뒤쪽에서 불쑥 튀어나오도록 연출했는데, 이와 같은 신체의 파편화는 보다 최근 작업인「기억의 편린」시리즈에서 적극적으로 구체화된다. 부분을 통해 전체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던 유럽의 중세 회화들 중에서 특히「그리스도의 수난」에 관한 작품들을 강하게 연상시키는 이 작품들은, 콜라주적 작업의 근본 요소들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조형적 변화에 기대를 갖게 한다. ■ 장원

박찬미_실상속의 虛 20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먹, 연필, 목탄, 파스텔_145.5×97cm_2012
박찬미_실상속의 虛 1_순지에 혼합재료_145×75cm_2006

나는 현대인을 소재로 한 인물초상화를 그린다. 나는 너무 바쁜 삶을 사는 현대인이기에 그냥 스쳐 지나치기 쉬운, 통제할 수 없는 내면의 소리들을 그린다. 특히 인물 속 보이지 않는 인격을 가시화하고 시각화하는 것은 나에게 있어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나는 내면의 불편한 진실들에 주목한다. 완전하고 완벽하며 풍요와 안정 그리고 아름다움을 추구해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지만 인간에게 완전함이란 것은 없기에 우리는 그 안에서 괴로워하고 무너져버리고 황폐되어져가는 내면을 바라보게 된다. 그 속에는 일그러지고 찌그러진 '허'(허점, 허실, 허상)만 있을 뿐이다. 인물의 순간적인 어떤 인상이나 표정, 의미 없는 웃음, 쳐다보는 눈빛, 위풍당당한 자세 등 그것을 재료로 삼아 인물의 인격을 불어넣는다. 나의 인물초상화가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소통을 넘어선 새로운 발견의 시작이 되길 기대한다. ■ 박찬미

Vol.20140204h | 박찬미展 / PARKCHANMI / 朴讚美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