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끝났을때

When the future ended展   2014_0207 ▶ 2014_0510 / 일,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14_0206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강정석_김다움_김동규_김실비_로와정_서보경 이병수_이양정아_정승일_최윤_함정식

후원,협찬 / 하이트진로(주) 주최 / 하이트문화재단 기획 / 사무소 samuso: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하이트컬렉션 HITE Collection 서울 강남구 청담동 132-12번지 하이트진로주식회사 내 B1~2층 Tel. +82.2.3219.0271 hitecollection.wordpress.com

하이트컬렉션은 2014년의 첫 전시를 열 한명(팀)의 젊은 작가들의 전시로 시작한다. 이 작가들의 연령대는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포진해 있고, 국내외에서 다수의 전시나 레지던시에 참가한 경력을 가진 작가들도 있는 반면, 대학을 갓 졸업하여 단 몇 차례의 전시 경험밖에 없는 작가들도 있다. 이는 연령이나 경력을 우선시하거나 어떤 균일한 기준으로 작가들을 선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약 2년 전부터 젊은 작가들을 위한 전시를 구상해온 하이트컬렉션은 상당 시간을 전시방식과 작가 선정 방법에 대해서 고민했다. 한동안은 젊은 작가들과 젊은 큐레이터들을 함께 인큐베이팅하는 시스템을 구상해서 이들이 일련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전시를 만들어나가는 시스템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타 기관들의 지원 공모 프로그램과 큰 차이가 없기도 하거니와 회의를 거듭할수록 스스로에게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우리가 제시하는 선정 기준(예컨대 나이의 상한선, 경력의 범위)의 당위성은 무엇인지, 과연 '젊은' 예술가들이 누구인지 모호했다. 중요한 것은 상대적 용어인 '젊은'을 어떠한 프레임으로 규정하는가에 따라 전시의 방향성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고민 끝에 우리는 일정한 연령대와 비슷한 전시 횟수라는 경력으로 '젊은'작가에 대한 기준을 정하기 보다는 다음 세대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기로 했다. 그리고 기성세대인 선배작가들이 다음세대인 후배작가들을 추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경쟁에서 한 발 비껴난 방식이고, 세대 간의 이해와 소통이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강정석_야간행_HD, 16:9, stereo_00:44:38_2013
김다움_If someone hates u for no reason give that jerk a reason_ Engraved text on wall, dremel, carving knife, graver, wall putty, acrylic paint_가변크기_2014
김동규_탈출용 못걸이_Single channel HD_00:16:41_2013

그리하여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중견 작가들인 김홍석, 박찬경, 안규철, 오인환, 정서영, 정연두 이렇게 모두 여섯명의 선배작가들에게 주목해야할 후배작가들을 두명씩 추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 중견작가들은 지금까지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해왔을 뿐만 아니라, 평소 후배들의 작업도 관심을 갖고 꾸준히 지켜봐왔다. 하이트컬렉션은 여섯명의 작가들에게 전시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며 주목해야할 새로운 작가들을 추천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정도로만 제안을 했고 작가 선정은 전적으로 여섯명의 결정에 맡겼다. 이후 열 두명(팀)의 젊은 작가들의 리스트가 도착했을 때 거기에는 지난 몇 년 사이 여러 전시들을 통해서 나름 익숙한 이름들도 있었고, 갓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별다른 정보가 없는 작가들도 있었다. 우선 리스트는 다음과 같았다: 김홍석은 김실비와 정승일, 박찬경은 최윤과 박창현, 안규철은 김동규와 서보경, 오인환은 이병수와 이양정아, 정서영은 강정석과 함정식, 그리고 정연두는 로와정과 김다움을 추천했다(박창현은 개인사정으로 최종적으로는 전시에 참여하지 못했다).

김실비_M을 위한 노래_Single channel HD, 9:16, color, sound_00:13:55_2013
로와정_시그니처_Brush, carved dustpan, dust_50×50×10cm_2013
서보경_여름휴가_Single channel video, color, sound_00:15:00_2013

작가들은 제각기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작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이들에게서는 이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시대적 특성과 감수성이 확실하게 보인다. 현재 대한민국은 경쟁과 효율을 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의 한복판에 있고, 우리는 모두 여기서 야기된 사회 경제 정치적 문제들의 끊임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이곤 한다. 이 상황에서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젊은 세대들을 정의, 규정하는 어휘들이 등장했는데, 88만원 세대, 이태백, 삼포족, 캥거루족 등과 같은 용어들이다. 이 표현들은 사회 경제적 원인들로 인해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들이 떠안게 된 불안정함, 무기력, 패배감, 잉여로움과 같은 심리적 속성을 함축한다. 그러나 이는 대체로 기성세대들에 의한 진단과 규정인 탓에 젊은세대들은 기성세대들의 이러한 시선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열 한명(팀)의 작가들 역시 기성세대들의 일방적인 시각에 의해 자신들이 재단되는 것을 거부한다. 대신 이들은 자신들의 감수성으로 세계를 바라보고자 하며, 자신들의 세대에 대해서 자신들의 목소리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들이 다루는 소재들은 실제 주변에서 보고 느끼고 발견한 것들이고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개인의 경험치로 머물지 않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병수_희망 2010 서울 여름_Single channel video on GPS navigation_00:08:42_2010
이양정아_300/20 프로젝트, 캐스팅 서울_시멘트_가변크기_2011~2
정승일_당신은 어디에 있나요_Mirror, wood, set of 3_ 82×200×173cm, 147×180×156cm, 287×156×135cm_2014

동시에 이들은 예술가로서의 자기 인식이 현실에 밀착되어 이뤄지고 있다. 이들에게 예술은 하나의 직업이자 생활이다. 작업이 생활과 분리하여 이뤄질 수 없기에 작업은 생활 한가운데서 시작, 발견된다. 그러나 여타의 직업군들처럼 작업에 들인 시간과 노동이 경제적 댓가로 바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젊은 예술가로서 경제적 자립이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나의 유용한 방법은 국내외 많은 기관들이 운영하고 있는 전시 초청, 레지던시, 그 밖에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에 응하는 것이다. 사실 경쟁과 스펙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은 예술계도 예외가 아닌데, 근래 예술계는 국내외 전시 경력과 수상 경력, 레지던시 이력이 잘 나가는 또는 잘 나가기 위한 예술가로서 스펙이 되어버렸다. 해마다 연말의 전시 지원 공모는 상당수의 작가들과 큐레이터들이 공통적으로 치르는 일종의 계절병이다. 굳이 연말이 아니더라도 작가들, 큐레이터들은 각 기관의 지원 프로그램이 공표되는 시기와 방식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지난 이십 여 년간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기관의 지원 프로그램들은 이제 차별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포화 상태이지만, 이 프로그램들이 작가들의 여정을 만들고, 작업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에 종속되지 않으려고 비판적 시각으로 기관/제도를 바라보는 작가들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최윤_국민 매니페스토_Slide show with voice, video installation_00:01:23_2012
함정식_터벅터벅_Video_00:01:13_2010

한편, 하이트컬렉션은 이 전시가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보여주는 전시이지만 선후배 간의 소통을 통해서 더욱 풍성해지기를 바랐는데, 이 부분은 후배 작가들의 작업에 대한 선배작가들의 글과 선후배 간의 인터뷰를 통해서 이뤄졌다. 그 결과 전시 카탈로그에 수록된 일련의 글과 인터뷰는 젊은작가들의 작업에 대한 선배들의 해석이자 설명, 그리고 대화들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들은 젊은 작가들의 예술관, 세계관, 그리고 기성 세대들과의 관점의 차이를 알 수있다. ● 전시의 제목인 『미래가 끝났을 때』는 프랑코 베라르디 비포의 『프레카리아트를 위한 랩소디』(프랑코 베라르디 비포 저, 정유리 역, 서울: 도서출판 난장, 2013)의 제1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비포는 영국의 펑크 밴드 섹스 피스톨즈가 "no future, no future for you"를 외친 1977년의 상황을 살펴보는데, 그는 이 때가 오늘날 자본주의가 경제의 힘과 기술의 잠재력을 활용하면서 민주주의를 무력화한 전조가 된 해라고 주장한다. 당시 세계 경제는 가속화된 산업화로 인해 자본과 노동자 간의 갈등이 첨예했으며, 동시에 기술 문화적으로는 정보기술이라고 하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로의 도약이 시작되고 있었다. 비포는 이 해를 기점으로 근대의 종말과 함께 낭만주의적 세계관의 종말이 도래했으며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전개됐다고 본다. 이로부터 37년이 지난 2014년의 우리의 상황은 당시와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다. 무한경쟁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한번 도태되거나 낙오하면 희생하기가 힘든 세상으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끝없는 불안정성에 대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정보산업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과 그 이면의 어두움을 동시에 조망하고 있다. ● 2014년의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미래는 없는 것일까? 37년 전 젊은이들은 이제 기성세대가 되었고 어떤 식으로든 과거가 되었다. 『미래가 끝났을 때』전에 참여한 작가들은 기성세대가 축적해놓은 시간 위에서 오늘을 살고있는 젊은세대로서 개인과 사회 그리고 시대에 대한 자신들의 시선과 생각을 보여준다. 이들은 불안정하고 모호한 현재에 침잠 중이다. 그 현재는 끊임없이 미래로부터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 이성휘

Vol.20140207f | 미래가 끝났을때 When the future ended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