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미술

이상수展 / LEESANGSOO / 李相守 / sculpture   2014_0212 ▶ 2014_0217

이상수_나의 얼굴_레진에 크레파스_70×55×50cm_2013 이상수_나의 얼굴_도화지에 크레파스, 수채_25×25cm_1989

초대일시 / 2014_0212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GANA 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Tel. +82.2.734.1333 www.ganaartspace.com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어릴 적 내 꿈은 화가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그 후 중학교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장 좋았고 즐거운 시간 또한 미술시간이었다. 미대진학을 꿈꾸며 미술학원을 다녔고,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전공으로 하는 학교로 편입하면서 그 꿈을 이어 나갔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너무나도 당연히 미대에 입학했다. 물론 미대를 다니는 것도 즐거웠다. 무언가를 만들고, 그리는 일련의 일들을 통해서 말이다. ● 그런데 공부를 더 할수록 그게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일들이 깊이를 가지게 되면 재미없어지고 직업이 되면 더 재미없어지듯 대학원을 진학하면서부터 나는 미술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 왔을지도 모른다. 뭔가 새로운 작품을 보여줘야 하고, 공부도 더 많이 해야 하는 그런 것들 때문에 말이다. 배움을 더 할수록 미술은 나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대학원을 졸업 하고 학문으로서의 미술에서 벗어나면 조금은 수월해질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더 힘들어만 졌다. 내가 이걸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그런 더 큰 현실의 중압감 같은게 생겼다.

이상수_사자_레진에 크레파스_120×180×80cm_2013 이상수_동물원 中_도화지에 크레파스, 수채_10×15cm_1989
이상수_화분_레진에 크레파스_60×35×28cm, 50×27×20cm_2013 이상수_어머니 아버지 中_도화지에 크레파스, 수채_9×8cm_1989
이상수_초록색우의를 입은 여자_레진에 크레파스_185×125×50cm_2013 이상수_비 오는 날 中_도화지에 크레파스, 수채_11×8cm_1989

일단 졸업과 동시에 하던 작업을 정리했다. 그리고 새로운 뭔가를 해야겠단 생각에 아이디어를 짜보는데 그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뚜렷하게 내가 하고 싶은 게 없는데 무슨 작업이 진행되겠는가. 그렇게 고민, 또 고민만 하다가 육체와 정신건강이 동시에 약해지면서 이 짓도 이제 그만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이걸로 먹고 살아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배워왔던 것들로 비겁하지만 열심히 작업했다. 뭐랄까? 어떤 식으로 작업하면 사람들이 내 작품을 좋아할 수 있을까? 어떻게 만들면 사람들이 내 작품을 사갈까? 하고 말이다.

이상수_기린과 코끼리_레진에 크레파스_95×75×25cm, 60×60×20cm_2013 이상수_동물농장 中_도화지에 크레파스, 수채_15×25cm_1989
이상수_빨간 자동차_레진에 크레파스_35×90×35cm_2013 이상수_비 오는 날 中_도화지에 크레파스, 수채_6×11cm_1989

그러다 우연히 일곱 살 적 내 그림들을 보게 됐다. (사실 당시에 하던 작업에 내 어릴 적 그림이 필요했다) 내가 유치원대신 미술학원을 다녔었는데, 아무튼 분명 내가 그린 그림인데 정말 신선했고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이런 형태와 구성으로 그림을 그리고 이런 색을 사용했을까 싶었다. 지금 나는 절대 그렇게 그림을 그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때 이런 생각에 미치게 됐다.'1989년 나는 과연 무슨 생각으로 그림을 그렸을까?'서른 한 살의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순수미술 한답시고, 석사학위까지 딴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냥 순수하게 그리고 싶어서 그린 것뿐이었다. ● 어릴 적 내 그림을 보고 나서 동시에 '나는 지금까지 왜 작업을 해왔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출세? 허세? 그리고 천천히 인정하게 됐다. 지금 나는 그때의 나, 일곱 살이던 때의 나보다 더 순수하거나 신선하게 작업할 수 없다고 말이다. 오랫동안 순수미술바닥에 있으면서 미술세계와 시장을 보는 눈은 넓어졌을지 모르지만 그와 반비례하듯 순수함을 잃어 왔단 걸 깨닳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충분히 순수한 작업을 할 수는 있게 됐다. 지금까지 미술바닥에서 배워온 일련의 작업방법들로 어릴 때의 나와 함께 작업을 하는거다. 지금의 나는 1989년의 이상수와 만날 것이다. 순수한 일곱 살의 이상수와 대학원까지 다니면서 어줍잖은 순수미술을 배워온 이상수, 한쪽은 너무 모르고 또 다른 한쪽은 너무 많이 알고 있다. 그런데 둘의 관계는 역설적으로 순수미술로 통하고 있다. 그렇게 순수미술을 하는거다.

이상수_웃고있는 구름_레진에 크레파스_30×70×30cm, 30×90×30cm_2013 이상수_동물원 中_도화지에 크레파스, 수채_5×18cm_1989

나는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면서 즐기던 그때가. 그리고 지금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잘 살기 위해서 작업 하는 것 보다, 꾸미거나 멋 내지 않고 내 이야기를 잘 할 수 있으니 말이다. ■ 이상수

Vol.20140212b | 이상수展 / LEESANGSOO / 李相守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