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derline

전상화展 / JEONSANGHWA / 全相和 / sculpture   2014_0218 ▶ 2014_0223

전상화_Borderline-그때 우리_합성수지_67.5×49cm_2014

초대일시 / 2014_0218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_10:00am~05:00pm

숲속갤러리 SUPSOK GALLERY 청주시 상당구 대성로 122번길 67 Tel. +82.43.223.4100 cbcc.or.kr

Borderline-유리 구두를 꿈꾸며... ●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난 어렸을 적부터 유독 예쁜 걸 좋아했던 것 같다. 예쁜 인형, 예쁜 필통, 예쁜 원피스, 예쁜 구두, 예쁜 강아지, 예쁜 향기... ● 어느 날 엄마를 조르고 졸라 얻은 좋은 향기가 나는 빈 비누상자. 나는 무슨 보물이나 얻은 것처럼 뛸 듯이 기뻤다. 행여 구겨질세라 그 안에 가지런히 줄을 맞춰 넣어 두었던 종이인형과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오려서 만든 인형 옷. 코를 대어보면 함께 넣어둔 종이인형에서조차 그 기분 좋은 비누냄새가 나곤했는데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꾸만 꺼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코를 대보며 행복해 했던 기억... ● 엄마의 뾰족구두를 신어본 적이 있다. 너무 커서 한발자국 내딛기도 힘들 정도로 위태로웠지만 그 뾰족한 굽 속에 내 작은 발을 쏘옥 넣는 순간 마치 어른이 된 것 같은 몽롱한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마치 비누상자의 향기와도 같은 설렘. ●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 소중히 간직해온 나의 꿈, 내가 예뻐했던 것들, 좋아했던 것들, 생각하면 기분 좋아지는 것들, 살아가며 느끼는 기쁨, 슬픔, 외로움, 그리움... 이런 것들을 내 작품에 담고 싶었다.

전상화_Borderline-고백_합성수지_38×66cm_2013
전상화_Borderline-냉정과 열정 사이_합성수지_40×125cm_2013
전상화_Borderline-사랑일까_합성수지_50×109cm_2013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의 모티브가 되는 다리와 구두는 여자의 내밀한 꿈을 나타낸다. 여자의 몸 중에서도 다리는 가장 매력적인 신체 부위 가운데 하나이며 본능의 상징이다. 자주 드러내어지는 손과 달리 두 발은 은밀하고 직관적이다. ● 구두는 발을 더 아름다워 보이게 하는 액자 같은 것이다. 또한 발의 매력을 강조해주는 포인트가 된다. 그녀가 드러내고 말하기를 꺼려하는 감정과 태도를 대변해주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섹슈얼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인류 역사상 구두만큼 강한 상징성을 지닌 사물도 드물다. 수많은 영화와 책, TV 시리즈 속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구두는 사실 어린 시절 읽던 동화 속에서부터 여자들을 매혹시켜 왔다. 왕자님이 신겨주는 유리 구두에 발을 넣는 순간 모든 슬픔이 사라지며 행복하게 된 신데렐라, 빨간 구두를 신은 소녀가 평생 춤을 멈출 수 없는 마법에 걸리게 된다는 이야기, 톡톡 두드리기만 하면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는 루비 구두를 신은 도로시의 이야기 등은 모두 구두가 여자의 욕망과 꿈을 실현시키는 상징적인 오브제임을 보여준다.

전상화_Borderline-못다한 이야기_합성수지_45×57cm_2014
전상화_Borderline-분홍신_합성수지_50×87cm_2014

여자에게는 누구나 꿈이 있다. 지루한 일상, 반복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화려한 또 다른 세계로의 외출을 동경한다. 그럴 때 구두는 여자의 욕망을 가장 섹시하게 표출시켜줄 대표적인 아이콘이 된다. 내 작품에 등장하는 구두는 단순히 신을 수 있는 대량생산된 사물을 넘어서서 신분상승과 허영심, 성적 코드를 완결시켜주는 발칙한 욕망의 상징인 것이다. 이러한 매혹적이며 은유적이고 낭만적인 느낌을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나는 부조(Relief)라는 방법을 택하게 되었다. 작업공간의 제한에서 비롯된 편이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2차원적인 동시에 3차원의 특징을 지닌 부조는 이중적인 매력을 가진 작업이란 생각이다. 표면의 도드라진 면에 반사되는 빛과 그림자의 효과, 평면에 조각된 형상과 배경 사이에 가상공간을 형성하여 때로는 회화에서 사용되는 환영적 거리감이 연출되기도 한다. 과도하게 드러나지 않고, 그렇다고 모두 감추어진 것도 아닌....... 입체라고 하기엔 함축되어 있고, 그렇다고 평면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걸 짐작하게 하는...

전상화_Temptation-first love_합성수지_68×50cm_2012

나에게 말을 건다. 나를 알게 되고, 나를 달래고, 나를 위로하는 시간 내게 있어 작업이란 일기와도 같다. 차마 겉으로는 드러낼 수 없는 내 안에 숨겨진 무언가를 끊임없이 깎고 붙임으로써 스스로를 성찰하고 치유하는 것. ● 새 구두를 마주한 나는 시선을 내리고 거울을 통해 나의 다리와 발목과 발을 본다. 발레리나처럼 뒤꿈치를 들고는 앞과 옆과 뒤의 맵시를 본다. 내 인생에 드라마틱한 마법을 가져다 줄 유리 구두를 꿈꾸며. ● 신데렐라, 오즈의 마법사, 빨간 구두, 섹스 앤 더 시티... 여자의 욕망은 동화나 영화, 역사 속에만 숨어있는 게 아니다. ■ 전상화

Vol.20140218b | 전상화展 / JEONSANGHWA / 全相和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