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세계 혹은 그 너머 Two Worlds, or Beyond

정문경展 / JUNGMOONKYUNG / 鄭文卿 / painting   2014_0223 ▶ 2014_0309

정문경_memory of BM_실크에 혼합재료_48×33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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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301_토요일_01:00pm

관람시간 / 화~토요일_11:00am~06:00pm / 일,월요일_예약시 관람 가능

제이앤에이 갤러리 JNA Gallery Bergamot Station Art Center, 2525 Michigan Ave. bldg. D4, Santa Monica, CA 90404 U.S.A Tel. 1.310.315.9502 www.jnagallery.com

두 개의 세계, 혹은 그 너머-정문경 신작에 관한 짧은 메모 ● 1. "나는 그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우리는 멋진 여행을 함께하고 있지만 결국 각자의 궤도를 그리는 고독한 금속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멀리서 보면 그것은 유성처럼 아름답게 보이지만 실제로 우리는 각자 그 틀 안에 갇힌 채 그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죄수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거죠. 두 개의 위성이 그리는 궤도가 우연히 겹칠 때 우리는 이렇게 얼굴을 마주볼 수 있고 어쩌면 마음을 풀어 합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잠깐의 일이고 다음 순간에는 다시 절대적인 고독 속에 있게 되는 거에요. 언젠가 완전히 타버려 제로가 될 때까지 말이에요." (무라카미 하루키 『스푸트니크의 연인들』 중에서)

정문경_dance with me_실크에 혼합재료_45×45cm_2014

2. 중첩된 콜라주의 층들이 만들어내는 두툼한 마띠에르와 검은 그림, 밝은 그림, 그리고 레드 시리즈처럼 강렬한 색채의 무게를 떠올리던 나의 상상은 정문경 작업실의 문을 열자마자 증발해버렸다. 작업실 안의 공기는 가벼웠고 빛은 따뜻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물리적인 공기와 빛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모호함의 온기는 신작들이 펼쳐진 작업대 위에서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것을 향해 다가서는 나를(혹은 타인을) 반기면서도 자신의 얼굴은 보여주지 않는 기묘한 환대(hospitality)에 가까웠다. 가지런히 놓여있는 캔버스들은 캔버스 천 대신 견을 사용해 틀을 짜고, 그 틀 아래에 나무 밑판을 대어 그 위에 또 다른 그림을 배치함으로써 그 둘은 쌍을 이루어 하나의 작품이 된다. 견 캔버스 위에 그려진 견화(绢畫), 견 캔버스 틀 밑의 콜라주와 드로잉 등을 이용한 바탕 그림, 그리고 그 사이의 공간이 만들어내는 조합은 일상적이면서도 우연적이다.

정문경_shyness_실크에 혼합재료_37×29cm_2014

3. 정문경은 2013년 11월부터 1달간 미국 버몬트에 있는 국제 레지던시, 버몬트 스튜디오 센터(The Vermont Studio Center)에 머무르며 이번 신작들을 본격적으로 작업했다. 집과 강의로 꽉 짜여진 일상을 떠나 외국의 적막한 시골마을 스튜디오에로의 완전한 고립, 동료 작가들이나 방문 예술가들(visiting artists)과 교류 프로그램을 통한 활발한 소통이 조화를 이뤘던 버몬트에서의 시간은, 비록 한달 이었지만, 구상만하고 있던 신작을 구체화하고 실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고 한다. 2012년 전통 한국 무용에 관한 책의 삽화로 견화 작업을 하면서 다가가기 시작한 견이라는 소재는 한지, 마대 등의 한국의 전통 재료를 사용해왔던 그녀의 작업과 연장선에 있지만 분명한 차별성을 가진다. 견은 투명하면서 불투명하고, 연약해 보이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지니며, 전통적이지만 현대적인 재료다. 한국과 외국, 작업과 가정, 동양화와 서양화라는 대립된 항들 속에서 자신의 길에 대한 질문을 이어온 정문경이 작업이 그 끝없이 갈라지고 모아지는 길들을 통과해 온 것처럼, 견이 만들어내는 섬세하고도 정교한 겹겹의 층들(layers)은 그녀의 여정을 은유하는 동시에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은밀한 열림을 품고 있는 공간을 상징한다.

정문경_space in between_실크에 혼합재료_45×45cm_2014

4. 자신의 대립된 정체성들을 사이의 충돌과 그 충돌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생성의 지점들을 형상해내기 위한 전략으로써 콜라주는 정문경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번 신작에서 그녀의 콜라주가 어떻게 변형되고 반복되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지점이다. 바탕그림은 신문지나 색지 등을 오려 붙인 후 여고생 때 입었던 교복, 사생대회장이 열렸던 고궁의 처마 등 자신의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불완전한 기억의 편린들에 대한 무작위적인 드로잉을 결합한 콜라주로 구성된다. 견 캔버스 틀 위에 그려진 견화는 이러한 과거의 무의식이 현재의 자아에 의해 편집되고 정돈된 흔적들을 보여준다. 나아가 시간에 의해 망각되고 은폐되는 기억 기제 자체를 보여주는 일종의 자동기술법(automatism)적 콜라주가 바탕그림과 견화 사이가 만들어내는 공간 속을 가로지른다.

정문경_spilling open_실크에 혼합재료_37×29cm_2014

5. 이제 누구도 쉽게 순수한 예술의 진정성을 믿기는 어렵다. 예술은 그리 거창하거나 강력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예술이라는 신화를 위한 신화들의 겹겹을 벗겨내고 난 그 속살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한없는 비루함에 대한 고백, 거대한 세상의 불투명함 앞에 너무나 취약한 예술의 무력함일 것이다. 아직도 예술이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면, 불투명한 세상과 투명한 자신 사이를 끊임없이 공전하고 그 과정을 기록하는 처연한 노력에 있다. 정문경은 자신의 여정을 멈추지 않는다. 두 개의 세계의 조합, 그리고 끊임없는 불일치의 과정 속에서도 길을 찾고 여전히 미지를 향한 자신의 궤도를 멈추지 않는다. '언젠가 완전히 타버려 제로가 될 때까지' 그러할 것이다. ■ 여경환

정문경_three different realities_실크에 혼합재료_45×45cm_2014
정문경_two worlds, or beyond_실크에 혼합재료_45×45cm_2014

Two Worlds, or Beyond-Short note on Moon Kyung Jung's new works ● 1. "I understand at that moment. We are having a wonderful journey together but we are mere masses of metal destined to respective orbits in solitude. From far, it looks beautiful, like shooting stars, but in reality we are only beings like prisoners who are respectively locked up in one's own cell and can go nowhere. When the orbits of two satellites coincidentally being overlapped, we can face each other and may open our minds, be of one mind. Nonetheless, it occurs in the twinkling of an eye and the next moment, we are in absolute isolation. Until one burns oneself and becomes zero." (in Sputnik Sweetheart by Haruki Murakami) ● 2. My imaging of the thick matière created by overlapped layers of collages and the gravity of the intense color like 'Black' pictures, 'Light' pictures and 'Red' Series soon disappeared as I opened the door of the Artist Moon Kyung Jung's studio. The air in the atelier was light and its light was warm. It was, however, not only because of its physical condition, air or light. The unidentifiable warmth of ambiguity was vibrating from the new works on a worktable and it was close to the queer hospitality of the artist who welcomed me (or the other)—while I was approaching towards the works—but hesitated to show her face. Aligned one another, the canvases are made out of frames woven from silk, instead of canvas, and supported by wood panels underneath them; a single piece is comprised of a silk-woven canvas and another picture arranged onto the wood panel. A picture on a silk canvas called Gyeon-hwa and a background picture of collages and drawings, together with the space between them, create a combination that is ordinary but coincidental. ● 3. For one month from November 2013 on, Moon Kyung Jung stayed in the International Residency at the Vermont Studio Center, Vermont, U.S. and it was the time that she initiated this new series in full-scale. Leaving behind daily life packed with lectures and home, the artist was inspired by harmony between the complete solitude at the countryside studio abroad and the vigorous communication with colleagues and visiting artists in Vermont; despite of its short term, she had an invaluable chance to reify and experiment with the new concept that she had conceived for new works. First used in her career in 2012 for the illustrations of a book about the traditional Korean dance, Gyeon-hwa(paintings on silk) practices are the same line of works with her use of traditional Korean materials—Hanji, traditional Korean paper made from mulberry trees, Madae, burlap-woven bag but also differentiated from her previous ones. Gyeon(silk) is transparent but semitransparent(translucent) simultaneously, fragile but strongly present, traditional but modern material. The artist has inquired about her own way in the midst of polarities surrounding her—home and abroad, home and work life, Eastern and Western painting as her practices are in flux along the diverging and converging passages. Thus, the sophisticated and intricate layers of Gyeon become a metaphor for her journey and a symbol, at the same time, of the space that is inwardly open so as to step towards another world. 4. Collage is Moon Kyung Jung's trademark, a strategy of imagery for conflicts between different identities in herself and points of creations emerged by these conflicts. It is another interesting point to observe how collages are transformed and repeated. On a background picture, pasting fragments cut from newspapers or colored papers, the artist combines collages with drawings at random—drawings about very mundane but fragmented memories—such as the uniform worn when she was a high school student or the cornice of the old palace where the drawing contest was held. Gyeon-hwa reveals the traces that such past unconsciousness is edited and reconstructed by the present self. The space between the background picture and Gyeon-hwa embodies a kind of automatism collage underlying her oeuvres, which unveils the very mechanism of memory being consigned to oblivion and concealment through time. 5. It is difficult that any one readily believes in truthness of pure art. Art may not be grandiose nor powerful. When myths around art being peeled off, what is left would be a confession about endless abjection on the existence of human beings and the incapability of art which becomes vulnerable to non-transparency of the enormous world. If still art can convey meanings, it is upon the endeavors to revolve without a halt around the space between the non-transparent world and the transparent self and record this process. The artist Moon Kyung Jung never stops the journey. In the process of harmonizing the two worlds and facing incessant discordances, she still finds her road and never stops her orbit to the unknown. It will be: 'Until one burns oneself and becomes zero.' ■ YEOKYUNGHWAN

Vol.20140223c | 정문경展 / JUNGMOONKYUNG / 鄭文卿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