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으며, 말하는 것 Saying, Without Saying

문성윤展 / MOONSUNGYOON / 文盛玧 / painting   2014_0305 ▶︎ 2014_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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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305_수요일_05:00pm

2014 제3회 갤러리 이즈 신진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 선정작가展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 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詩的 회화, 밤의 항해-문성윤의 근작들 ● 문성윤의 근작들은 시적(詩的)이다. 이 작가의 작업을 詩的이라고 할 때 나는 프라하학파의 시적언어(poetic language)에 대한 논의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 작가의 회화 언어는 일견 일상의 시각언어를 닮았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이 작가의 작품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많은 이미지-모티프들을 확인할 수 있다. '과일 포장지', '붓', '방독면', '불', '나무뿌리'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들은 문성윤의 작업에서 일상에서와는 사뭇 다른 의미를 갖는다. 예컨대 그 '스티로폼 과일 포장지'는 문성윤의 작업에서 '꽃'처럼 제시되며 그 '붓'은 '꽃줄기'처럼 제시된다.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생긴 것은 종종 '파도'처럼 보인다. 그런가하면 '나무뿌리'처럼 생긴 것은 '뱀'처럼 또는 '호스(管)'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일상에서 대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것은 '과일 포장지'를 그린 것이로되 '과일포장지'는 아닌 어떤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들에는 다른 많은 시적언어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말한 것과는 다른 어떤 것이 나타나게" 된다.

문성윤_사라지는 꽃_종이에 파스텔_111×77cm_2013
문성윤_사라지는 꽃_종이에 파스텔_111×77cm_2013

문성윤 근작들의 시적인 성격은 이미지-모티프 수준뿐만 아니라 그것들의 구성, 또는 결합 수준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우리는 네 작품으로 구성된 어떤 연작에서 "소녀가 들고 있던 꽃다발이 흩어져 마침내 사라지는"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다. 그것은 '덧없음'을 노래하는 어떤 비가(悲歌)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꽃의 이미지가 '꽃'보다는 '스티로폼 과일 포장지'와 좀 더 유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그 이야기는 힘을 잃게 된다. 그러면 처음에는 음울하고 우울하게 보였던 그 소녀의 얼굴 역시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러면 좀 더 적절한 독해, 해석이 가능할까? 아마도 그것은 좀처럼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이 작가에 따르면 "매번 낮이 끝날 때, 다시 찾아오는 것은 오직 밤일뿐"(작가노트)인 것이다. 이러한 정황, 그러한 인식은 우리에게 어떤 허무함, 어떤 덧없음의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을 덧없음이 배반당하는 순간에 깃드는 덧없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문성윤_사라지는 꽃_장지에 파스텔, 주먹_206×141cm_2014
문성윤_장지에 파스텔, 주먹_206×135cm_2014

이렇게 본다면 문성윤의 시적인 작업은 화가-시인의 정서와 감정을 토로하는 주정적인 詩보다는 "詩란 무엇이며 시를 쓴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를 묻는 주지적인 詩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가의 지난 전시제목들 -「모호한 신호들」, 「불편한 침묵」, 그리고 「말하지 않으며, 말하는 것 Saying, Without Saying」- 모두가 특정 의미가 아닌 의미생산, 의미작용 자체를 문제 삼고 있음은 우연이 아니다. 앞에서 보았듯 그 소녀가 들고 있는 것은 '꽃'이 아니라 '붓'이다.

문성윤_밤의 항해_장지에 파스텔, 분채, 먹_138×206cm_2014

그러니 문성윤의 전시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은 자신의 과거, 자신의 이야기를 고통스럽게, 또는 즐겁게 이야기하는 가슴 뜨거운 화가가 아니라 붓을 들고 붓으로 그림 그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묻고 있는 냉정한 화가에 가깝다. 물론 그 해답이란 쉽게 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화판 속으로 여행을 가자"(작가노트) 이런 상황을 이 작가는 '밤의 항해'로 지칭한다. '밤의 항해'는 그 자체 대단히 낭만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지금 문성윤이 감행하는 밤의 항해에서는 (낭만주의자들과 같은 종류의) 밤에의 도취를 좀처럼 느낄 수가 없다. 이 여행에 두드러진 감정은 도취보다는 차라리 호기심이나 그리움일 것이다. ■ 홍지석

문성윤_49장 감내의 드로잉_종이에 펜_각 30.5×45.7cm_2013~14_부분

Poetic paintings, The Voyage of the Night – Latest works of Moon Sung Yoon ● Latest works of Moon Sung Yoon are poetic. When I say 'poetic', I am referring to the poetic language of the Prague School. The language in her paintings resemble everyday language that we use. For example, we can find many images that we see in normal life in her paintings: 'fruit wrappers', 'gas mask', 'brush', 'fire', 'tree roots'. However, these images take on new meanings through Moon's painting. For example, the Styrofoam fruit wrappers are presented as flowers and a brush is presented as the stem of a flower. The image of a burning fire seems like waves and the tree roots can sometimes be seen as a snake or a hose. Therefore, we can only treat these images differently than how we perceive them in everyday life. The image we see on the painting is a 'fruit wrapper' yet it is something other than a 'fruit wrapper'. In these works, like many other poetry, there are objects that are not exactly what they are portrayed as. ● The poetic characteristics of Moon's recent works become clearer in how the images and motifs are composed and merged together. For example, in a series of four paintings we can find a story of a bouquet of flowers scattering and disappearing in the end. It can be an elegy about the brevity of human life. However, when we find that the image of the flower is more like 'a fruit wrapper' than a real 'flower', the story loses its power. Then, the face of the little girl holding the flower also takes on a different meaning. Will there be another way to interpret the poetic painting? Probably not. According to the painter, Moon, "the only thing that comes after the day is the night" (from the Painter's notes). This situation, and such interpretations that we make, make us feel the brevity and futility of life. Could we call this brevity that comes when brevity is betrayed? ● In this context, we can say that Moon's poetic works are more intellectual, questioning what poetry is and what it is like when we write poems than emotional, expressing the emotions of the painter/poet. It is not a coincidence that the painter's past exhibitions and their titles - 「Vague Signs」, 「Uncomfortable Silence」, and 「Saying, Without Saying」 - are questioning the process of creating symbols rather than the symbols themselves. The object that the girl is holding in the paintings mentioned above is a 'brush' not a 'flower'. ● In Moon's exhibition we find a painter who is questioning herself what painting with a brush is, not someone who is joyfully or painfully expressing the emotions and stories of her past. Of course, the answer she is seeking is something that cannot be found easily. "A Journey into the Drawing Board" (from the painter's notes). The painter refers to this situation as the Voyage of the Night, a romantic expression. However, it is hard to find a romantic painter enraptured by night in Moon's Voyage of the Night. The predominant emotion of this voyage is more like longing or curiosity. ■ HONGJISUK

Vol.20140306b | 문성윤展 / MOONSUNGYOON / 文盛玧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