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팔자(家具八字) hidden track

장민승展 / JANGMINSEUNG / 張民承 / mixed media   2014_0314 ▶︎ 2014_0403 / 월요일 휴관

장민승_가구팔자(家具八字)_가변크기_혼합재료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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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314_금요일_06:00pm

아티스트 토크 / 2014_0403_목요일_07:00pm 패널_최미경(roomscape 대표)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화~금_02:00pm~08:00pm / 토~일_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SPACE WILLING N DEALING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 225-67번지 B1 Tel. +82.2.797.7893 www.willingndealing.com

장민승 개인전에 부쳐 ● 전시 관람차 윌링앤딜링에 들리곤 했던 장민승 작가의 개인전이 잡혔다. 회의를 위해 처음으로 사무실 공간에 들어와본 작가는 그의 핸드폰 사진기로 우리가 책꽂이로 쓰고 있는 재활용센터에서 구해왔던 싸구려 책장을 담아갔다. 그리고 얼마 후 열린 금호미술관에서의 전시에 진열된 작가가 찍어온 수 많은 사진들 사이에서 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장민승_가구팔자(家具八字)_가변크기_혼합재료_2013
장민승_가구팔자(家具八字)_가변크기_혼합재료_2013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도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주변에서 버려진 판넬들이나 가구들을 열심히 찍었던 모양이다. 그가 내 놓은 사진들은 프린트로서 혹은 파일 형식으로서 전시장 속에 비치되어 있는 각종 가구 더미들 사이 여기 저기에 놓여지고 상영되고 있다. 마치 동네 구석 구석 던져진 판넬 조각들처럼. 그가 요즘 몰두하고 있는 관심사는 사진 속에 담아온 버려진 가구들이 거쳐온 구조, 용도, 위치 등을 통해서 이들이 겪어온 시간의 흐름을 통하여 들여다 볼 수 있는 가구들의 팔자인 듯 하다. 그는 전시 오픈 후 말하곤 하였다. "여기 이 가구들은 누구 손에 들어가서 팔자가 바뀔지 궁금하네요." 이번 전시에서 실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나 어쨌든 이들 작업들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음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제목 탓인지 작가가 이런 말을 해서인지 아무튼 전시장에 놓여진 쓰다 남은 재료들과 이전에 만들어진 가구들 및 사진 등 이 공간 속의 모든 것들이 다시 태어난 듯 보이고 있다.

장민승_가구팔자(家具八字)展_스페이스 윌링앤딜링_2014 / 사진_이우헌
장민승_가구팔자(家具八字)展_스페이스 윌링앤딜링_2014 / 사진_이우헌

2014년도 3월, 윌링앤딜링에서 가지게 된 이번 개인전은 장민승 작가의 가구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2005년 처음 T1시리즈를 작업했을 때 그는 가구 형식을 빌은 조각 작업에 가까운 것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테이블로서 기능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공간을 압도하는 미적 아우라를 뿜어냈던 오브제 작업으로서 읽혀진다. 처음으로 이 가구를 제작했을 때 장민승 작가는 최상급의 좋은 재료, 세련된 색감과 디자인 감각, 가구 장인의 기술 등을 도입하여 꽤 묵직하고 진지한 과정의 작품으로서의 가구를 만들었었다. 당연한 결과였겠지만, 이 가구들은 가격이 일반 가구에 비해 꽤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구매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렸다. 어느 날 작가는 이 테이블들이 전시장을 떠나서 평범한 가정집 안에 들어가 있는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그리고 이들이 일상의 문화를 구성할 수 있는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일반적인 가구로서의 성격은 아니라는 것을 상기했다. 오브제적인 기능이 강한 이 가구 시리즈가 어떤 환경에든 어울리거나 누구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점차 가구를 그 고유의 기능으로 바라보기 시작하였고, 가구가 특정 환경 속에서 그 존재감과 위용을 내뿜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환경 자체가 되는 문화적 측면에 대한 탐색을 시작하였다. 그는 당분간 가구 자체의 기능성이나 외관보다 가구를 둘러싼 환경을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가구가 놓이는 장소, 가구를 구성하는 재료, 가구라는 구조와 환경의 관계 등의 컨텐츠가 사진으로 기록되고 장소는 문화와 연관되었다. 가구는 인간이 사용하는 구조적 오브제이고 이를 사용하는 인간은 가구의 기능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이를 활용함에 있어서 공통된 인간의 행동 양식을 반영한다. 장민승은 이들 가구와 공간의 관계에서 사진을 매개체로서 사용한다. 이 사진은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가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모아진 이미지 인벤토리이다. 주로 자연의 풍경 속에 놓여진 각종 자재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주로 사용된 이후 버려진 구조들이 대부분이다. 최대한의 활용이 마쳐진 이들의 구조는 어쨌든 가구의 혹은 일정 구조물의 모양을 유지하고 있고 버려진 재료들의 날것인 상태는 이 도시의 공간을 어떤 방식으로든 채우고 있다. 이번 전시의 대표 이미지로 사용된 '가져가지 마시오'라는 문장이 적힌 문구의 판넬은 다시 재사용될 희망이 있는 상태인 듯 보인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저 판넬을 사용하고자 하는지 눈에 보이는 몇 가지의 단서 이외에도 이 판넬의 잠재력은 사실 무한하다. 그것이 종이의 재료가 되기 위하여 갈려질 운명에 놓여 있을 수도, 고물상에 방치되어 썩어갈 수도, 혹은 누군가 재능 있는 이의 손을 거쳐 새로운 타입의 가구로 재탄생할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이러한 자재들을 눈여겨보며, 그것의 놓여진 상태를 가구가 가지고 있는 역사의 한 단면으로 의식하고 있다. 지금 이 판넬이 놓인 전봇대의 옆자리가 바로 그 역사의 흐름 속에 등장하는 수 많은 무대 중 하나이다.

장민승_가구팔자(家具八字)展_스페이스 윌링앤딜링_2014 / 사진_이우헌

가구에 대한 다각적인 고찰은 그의 두 번째 가구 시리즈인 T2를 제작함에 있어서 "고민은 더 많이, 표현은 더 단순하게 (be more, seem less)"의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경험이 된다. 이 시리즈를 들여다 보면 재료는 보다 저렴하면서 실용성을 더욱 고려하게 되고 보다 단순화 된 형식의 모델을 만들어내면서 공간 속에서 그 존재감의 균형이 조절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재료 날것의 합판을 좌대로 삼아 가구 4점이 서로 포개진 채로 진열되어 오브제와 가구, 그리고 재료에 대한 인식을 순환시키고 있다. 즉 가구가 오브제 자체로 제시되고 재료가 기능적 가구가 되는 동시에 가구 하나하나는 오브제의 재료가 된다.

장민승_가구팔자(家具八字)展_스페이스 윌링앤딜링_2014 / 사진_이우헌

작가가 찍어 온 사진들은 색다른 방식으로 공간 속에 옮겨진다. 일부 사진은 바닥에 '놓인다'. 일부 사진은 가구의 옆면에 '부착된다'. 데이터 형태로 '재생되는' 이미지들 역시 벽이 아닌 가구 표면을 그 제현의 무대로 삼는다. 우리는 이 전시 공간 속에서 재료라고 여기고 있는 날것의 상태가 완성된 기능을 하고 있고, 완성된 장르로서의 이미지로 읽어 왔던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구의 한 부분으로서 재구성되고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완성된 가구의 기능은 단지 사람의 몸에 맞추어 사용되는 용도 이상의 기능을 보여주면서 오브제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가구 속에 들어간 불규칙한 형태의 오브제 역시 가구의 일부분으로 보이되 가구는 그것의 프레임으로는 작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혼란스럽게 확장된 관계의 설정은 작가의 의도 속에서 우연한 기능을 또한 보여주게 된다. 그리고 한결 유연해진 공간 속에서 작가는 재료와 가구, 오브제의 혼용을 자유 자재로 다루며 필요한대로 사용하고 하고픈 대로 해석하고 있다. ● 이 전시에서 우리는 예술가의 역할을 상기해 볼 수 있겠다. 장민승 작가는 예술의 흐름 속에서 규정된 여러 가지 관례와 규칙들에 대항하는 사유를 유도하는 듯 보인다. 교육에 의해 규정되어 온 시각 예술가로서의 역할을 탈피하고 다양한 활동 경로를 보여준다. 조각을 전공하였으나 음악 작업에 심취하고, 가구 제작에 열정을 쏟으며 사진에 집중하기도 하면서 그는 시각 예술의 전통적 테두리를 벗어나 예술 자체를 즐기며 스스로의 역할을 세계의 구조 속에서 삶의 풍요로움을 획득해 나가는데 열중하는 존재로서의 예술가의 삶을 즐기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우리에게 불확실한 그 어떤 것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형식과 가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그리하여 지금 감각하고 있는 이 세계 보다 훨씬 더 잠재력 있는 세계를 꿈꾸게 하고 있다. ■ 김인선

Vol.20140314f | 장민승展 / JANGMINSEUNG / 張民承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