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여 있는 것은 슬프다 The Still Layers of Sadness

이강희展 / LEEGANGHEE / 李康姬 / painting   2014_0319 ▶︎ 2014_0406 / 금요일 휴관

이강희_수영장 2013_장지에 채색_130.5×194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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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319_수요일_05:00pm

2014 미추홀도서관 전시실 기획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 금요일 휴관

인천 미추홀 도서관 INCHEON MICHUHOL LIBRARY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610-4번지 1층 전시실 Tel. +82.32.440.6643 www.michuhollib.go.kr

슬픔의 결 고여 있는 것은 슬프다 ● "마술이 기다리고 있다 / 인생의 삼분의 일을 꿈속에서" (황병승의 시 『회전목마가 돌아간다』 중 일부 중에서) 우리는 꿈속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해 본 경험은 있지만 치유해 본 일은 거의 없다. 치유는 스스로에 대한 위로가 아니다. 치유는 감정의 대면이다. 그 감정 속에 자신을 가두고 어떠한 것으로부터 방해 되지 않은 채 가만히 그 감정이 자신의 몸을 통과하게 내버려 둔다. 그로 인해 일어나는 치유는 다른 어떠한 것들보다 강렬하다. 그런 과정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상징물들은 우리가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는 비밀을 함의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상징물들을 만나면 반갑기도 하다. 어떠한 대상을 만났을 때 '아 이건 꿈속에서 본 것과 똑같아' 하는 느낌을 받아본 경험은 누구라도 있을 것이다. ●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의 기억은 소멸되는 것이어서 대부분이 허공 속에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런 꿈을 꾸지 않은 채 일어난다. 조금이라도 꿈을 기억해 낼 수 있다면 어떨까? 현실에서 목격하지 못했던 사물들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다면 그러면 우리는 치유 될 수 있을까? 슬퍼하지 말자. 여기서 우리는 그 상징물들을 구현해 주는 작가를 만날 수 있다. 바로 그 비밀을 건드리는 작가를 말이다.

이강희_바라는 풍경 3, 4_장지에 채색_67.2×134cm×2_2013
이강희_바라는 풍경 5_장지에 채색_130.5×194cm_2014

이강희 작가가 그리는 자연물들은 대부분이 흔들거리는 것 같다. 그 자연물 속에 놓여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자신이 가야할 길을 모르거나 특정한 행위들을 반복한다. 우리도 꿈속에서 어디론가 끊임없이 헤엄치거나 도망치는 일들을 경험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런 순간들을 즐기기도 하는 무지함을 보인다. 앞으로 헤엄쳐 나가지만 또 다른 공간속에 갇히거나 길일 잃는다. 꽃무더기 속에서도 우리는 행복하지 않았다. 우리는 스스로의 치유를 하기 위해서 행위들을 반복하지만 어딘가에 고립되거나 또 다른 자연(물)에 갇히게 된다. 그런 실패들은 우리를 늘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강희_여기_장지에 채색_130.5×194cm_2014
이강희_해질녘_장지에 채색_55×55×15cm_2013

이강희 작가는 그런 우리의 슬픈 행위들을 쉽게 위로하지 않는다. 그녀가 그리는 자연물들은 사실 우리를 치유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치유 받지 못한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다. 치유는 방향성 같은 것이어서 하나의 소실점으로 끊임없이 나갈 뿐이다. ● 그녀는 섣불리 위로하지도 또한 이상향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그녀의 그림을 처음 감상했을 때는 화려한 색채와 섬세한 묘사에 주목하게 된다. 미적자극을 넘어서 그녀가 그리는 세상이 행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의 그림 앞에 오래 서 있다 보면 우리는 다른 감정을 목격할 수 있다. ● 그 속으로 들어가면 인간이 실패라는 경험을 했을 때 느끼는 처연함과 인간 근원의 고독을 주시 할 수 있는 것이다. 『해질녘』이라는 작품을 이야기 해 보자. 우리가 생각하는 해질녘의 의미는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해질녘에 자신의 생활을 마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늘 일은 지연되고 힘들어진다. 자연은 늘 아름답게 그 자리에 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주시하지 못한다. 그 속에 파묻힌 우리는 더 힘들고 외로워진다. 그 속에서 소리 없이 절규하는 우리들은 크게 울어보지도 못한다. 또 다른 일상을 살아가려면 스스로를 추스르는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강희_붉은 길_장지에 채색_55×55×15cm_2014

그녀는 우리네 삶의 다양한 슬픔의 결들을 차분하게 표현한다. 결이란 나무, 돌, 살갗 따위에서 조직의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를 일컫는 말이다. 세상에는 극단적인 슬픔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층위의 감정의 결들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고 이런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는 작가 또한 많지 않다. 이강희 작가의 작품에는 극단적인 표현은 없지만 늘 잠잠히 우리의 좌절과 방황을 그려낸다. 수영이라는 모티프는 그래서 참신하다. 아무런 구속도 없으며 우리는 최소한의 장비만을 가지고 홀로 '물'이라는 자연 속에 던져진다. 그 속에서 우리는 슬픔을 해소할 수도 또는 더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그녀는 그런 우리들을 조용히 지켜보며 이해하며 그려낼 뿐이다. '다 잘 될 거야. 너는 할 수 있어'라는 긍정의 위로가 진짜일까 아니면 아무런 말없이 손을 맞잡으며 우리가 보고 좌절한 것들을 이해하는 그녀의 시선이 진짜일까 당신은 아마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 김효진

Vol.20140319b | 이강희展 / LEEGANGHEE / 李康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