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언어, 자연을 꿈꾸다

이은비展 / LEEEUNBI / 李은비 / painting   2014_0319 ▶︎ 2014_0325

이은비_can-魚Ⅰ_장지에 혼합재료_100×501cm_2014

초대일시 / 2014_0319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동덕아트갤러리 DONGDUK ART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51-8번지 동덕빌딩 B1 Tel. +82.2.732.6458 www.gallerydongduk.com

물질의 고향은 자연, 거대한 폐허인 쓰레기속에서 ● 현대 문명은 인간에게 이전에 없던 물질적 풍요를 제공해 주었다. 그러나 물질을 통한 인간의 풍요는 자연에 있어서는 또 다른 재앙과도 같은 것이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사회에서 물질은 현란한 포장으로 소비를 유혹한다. 그것은 대단히 아름다운 것이지만 소비가 완료되면 그 수명 역시 다하게 마련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물질의 포장은 결국 쓰레기로 전락해 버리게 된다.

이은비_can-魚Ⅲ_장지에 혼합재료_116.8×91cm_2014
이은비_can-想像_장지에 혼합재료_130.3×162.2cm_2013

물질의 고향은 자연이다. 나는 물질문명의 거대한 폐허인 쓰레기 속에서 그것의 고향인 자연의 표정들을 찾아낸다. 소비를 유혹하던 온갖 화려한 물질의 포장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수명이 다한 후에 스스로 본연의 표정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 표정은 대단히 은밀할 뿐 아니라 구체적이기도 하다. 그것은 도시라는 문명의 공간 속에서 잃어버린 아득한 자연의 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또 아련한 동심의 기억을 되살리기도 한다.

이은비_can-自然_장지에 혼합재료_130.3×162.2cm_2014
이은비_can-自然Ⅰ_장지에 혼합재료_162.2×130.3cm_2014

인간의 욕망은 시간을 거스르고자 한다. 현대문명의 대표적 포장재인 캔(can)은 부패와 변질을 막는 효과적인 포장재이다. 자연은 늘 시간을 통해 온갖 것을 다시 거둬들인다. 문명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것은 느리고 완만하게 진행되지만 언제나 그침이 없다. 시간은 바로 자연의 언어인 것이며, 캔은 물질문명에 익숙한 인간들이 자연의 시간을 거스르고자 발명해낸 이기이다. 그것은 인간이 헤아릴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은 담보해 주지만 그 이상의 시간은 저장할 수 없다. 더욱이 목적을 다한 캔은 한낱 쓰레기일 따름이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문명의 무덤과도 같이 산을 이루지만, 자연은 또 어김없이 그것들을 시간을 통해 본연의 것으로 돌려놓는다.

이은비_can-想像_장지에 혼합재료_162.2×130.3cm_2013
이은비_can-想像_장지에 혼합재료_72.2×60.6cm_2013

내가 발견한 것은 바로 인간의 문명을 자연으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표정들이다. 그것은 날카롭고 차가운 금속의 속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 속에 내재된 본연의 표정은 정겹고 따뜻한 자연의 모습이다. 예술에 있어서 깊이의 유무, 고급과 저급의 기준 문제는 답이 없는 명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특정 분야의 예술만을 진정한 예술로 취급하는 것에 익숙하다. 자연 역시 특정한 사물과 내용으로 정의되기 마련이다. 나는 문명의 쓰레기 더미에서 찾아낸 자연의 표정을 통해 문명과 자연, 그리고 인간과 환경, 내용과 실질 등 다양한 사유를 확장하고자 한다. 그것은 내가 제시하는 규정된 내용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보는 감상자의 경험이나 관념에 의해서 그 의미가 또 새롭게 생성될 것이다. ■ 이은비

Vol.20140319e | 이은비展 / LEEEUNBI / 李은비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