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장소 Remaining Place

황선숙展 / HWANGSUNSOOK / 黃鮮淑 / painting.photography   2014_0319 ▶ 2014_0325

황선숙_Untitled_한지캐스팅, 디지털 프린트_70×93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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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 / 2014_0324_월요일_05:00pm

기획 / 갤러리 도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_12:00p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 7길 37(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www.gallerydos.com

흔적으로부터의 시작 ● 황선숙의 작품에서 보이는 오래된 흑백영화의 필름이나 옛날 사진같은 장면은 시간이 멈춘 찰나의 순간처럼 보인다. 기묘한 감성의 작품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수묵화라고 정의하기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결국은 그 안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작가의 작업에는 전통적인 동양화가 갖고 있는 속성이나 재료 같은 면에서 적지 않은 공통점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시간에 속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하나의 결과에만 만족하여 머무르지 않고 새로움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시행착오마저도 작품의 일부가 되어 수묵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변이의 형태들을 만들어낸다.

황선숙_Untitled_디지털 프린트_106×90cm_2014

한지와 먹이 만들어내는 농담과 그로 인해 생성되는 우연적 형상과 여백이 보여주는 상대적인 관계는 동양 회화에서 오랜 시간 동안 특징이자 강점으로 자리잡아왔다. 다만 황선숙의 작품세계에서 이 매체들이 만들어내는 전통의 근본은 기존의 형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 다른 종류의 시작을 보여준다. 동양화에서 영상미디어로 전공을 옮긴 작가의 약력은 영상 작품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 작품들 안에서도 수묵화의 흔적들은 남아 있다. 물의 농담이 갖고 있는 예측할 수 없는 자율성, 그와는 대조적인 평온함은 서로 공존을 이루며 그 안에서 작가 스스로에 대한 자문을 담을 공백을 제공한다. 이는 문인화의 사색과 같다.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상황의 변주로부터 생겨난 이미지의 변화이다.

황선숙_남겨진 장소展_갤러리 도스_2014

회화에서 영상으로, 전통 회화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을 시도하며 그 기반을 잃지 않는 작가만의 변환은 전통 문인화의 기본 정신을 상기시키면서도 예상할 수 없는 이미지의 무한한 생성을 불러온다. 앞서 언급한 기반의 또 다른 모습으로는 수묵화가 갖고 있는 생동(生動)에 관한점을 들 수 있다. 평소에 보는 그림은 이미 모든 작업 과정이 끝난 뒤의 결과물이지만 실은 그곳에 이르기까지의 움직임이 전부 옮겨진 기록이기도 하다. 그 흐름이 남기는 모든 흔적까지도 흐름 그 자체로 여기면서 담아내는 것, 그 과정을 황선숙은 전통회화에서 현대미술로서의경계를 뛰어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번『남겨진 장소』展 전시에서 작가는 이전의 애니메이션 작업들보다는 한지를 사용한 사진과 회화 작업에 좀 더 많은 중점을 둔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또 다른 가능성의 시험이 한지 위에서 이뤄진다. 컴퓨터 그래픽의 이용, 그리고 반복되는 스캐닝과 프린팅 작업은 어찌 보면 몇 분여의 영상을 위해 수천 장의 그림을 그려야 했던 영상 작업과도 유사한 맥락을 공유한다. 삭제하거나 수정해야하는 오류도 흔적 중 하나로의미를 부여하고 남겨지는 기록들은 한지 위에 프린트되며 사진과 회화 장르의 경계의 변형을시도한다. 이런 다매체적인 시도의 또 다른 형태로 황선숙은 한지를 이용한 캐스팅 역시 이번전시에서 선보인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플라스틱, 일회용, 기성 사물들의 표피를 본떠그 속에 담긴 공(空)을 조명하게 되는 장면들이 연출된다. 그 안에서 작가는 상(狀)과 여백, 그리고 빈 껍질 속 흔적에서 느낄 수 있는 심연을 표현하고자 한다. 그만큼 작가에게 한지와 먹은 다루면 다룰수록 끝이 없는 연구 대상이다. 어떤 장르에서 어떤 방식을 취하든 작가가 이둘을 쉽사리 떠날 수 없는 이유는 그런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황선숙_Untitled_디지털 프린트_120×90cm_2014

수묵 애니메이션에서 시작된 작가의 변주는 디지털 작품을 담는 매체로서의 한지, 원본의 흔적을 담아내는 캐스팅으로서의 한지 등 이번 전시에서 한층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경계를 무너뜨린다. 메시지를 담아낼 그릇의 선택은 어디까지나 작가의 몫이다. 황선숙은 작가로서의 의식을 담는 매체로 택한 수(水)와 묵(墨)을 표현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형태와 장르의 모습으로 탈바꿈을 하든 그 안에 담겨있는 작가의 성찰은 처음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런 도전 내지는 실험이 다음 전시에서는 또 변화를 불러올지 기다려진다. ■ 윤채원

Vol.20140319f | 황선숙展 / HWANGSUNSOOK / 黃鮮淑 / painting.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