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자 곽요한

곽요한展 / KWAKYOHAN / 郭耀翰 / drawing   2014_0319 ▶︎ 2014_0328 / 일요일 휴관

곽요한_숲의 어두운 그림자_종이에 펜_48×35.5cm_201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아트스페이드 이드 ART SPACE ID 충북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 115번길 41 Tel. +82.43.221.2199 www.artspaceid.com

관찰자 ; 끝으로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해 입안으로 삼켜야만 했던 이야기들 ● 화단에 심어진 꽃은 결실을 얻을 때가 돼서 꽃이 지고 열매를 맺을 때가 되면 파헤쳐진다. 나뭇가지들은 햇빛에 더 가까이 가려는 의지와 상관없이 잘려나가고 그루터기는 오랜 세월을 자리하고 있던 곳에서 뿌리째 뽑혀나간다. 자신의 삶에 대한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긴 시간동안 각자의 목적을 위해 많은 것을 쌓아 올려왔지만 누군가의 손짓 한 번에 그동안 이루어놓은 모든 것이 사라져버리고 만다. 해왔던 노력의 결실이나 일들의 이유는 당사자들에게만 중요한 일이 되는 것이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얼마나 남아있었는지, 어떤 이야기들이 남아있었는지는 누구도 관심가지지 않는다. 그들이 말하지 못했고 하지 못했던 일들은 그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되는 것이다. 오직 생과 사를 가르고 삶의 모양을 결정하는 선택권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위에서 내려다보는 자들에게 있다. 결국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 마지막의 편지를 꾹꾹 눌러 담는 일 뿐이다.

곽요한_표피의 폭발_종이에 펜_60.4×88.5cm_2014
곽요한_안부를 묻다_종이에 펜_49×28cm_2014
곽요한_흉터_종이에 펜_15×15cm_2013

그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 순간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고 조응하는 순간인 동시에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빼앗기는 순간이다. 이 과정에서 나무껍질은 벗겨지고 그 자리는 흉한 상처가 들어차고 이를 가리기위한 일그러진 옹이들이 덕지덕지 들어찬다. 파헤쳐지고 잘려진 부분을 채우기 위해 나무껍질은 안으로 말려들어가며 괴기한 형상을 드러낸다. 그 추하고 괴기한 겉모습들과 달리 본질은 삶에 대한 의지와 시련을 이겨내기 위한 눈물과 노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처로 인한 결핍들과 그를 채우려는 작지만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노력들은 어디까지나 우리에게 있어서 소중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지켜보는 나의 시선과 작업은 누군가에게 복수하고 상처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 처지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오직 그들을 지키고 남겨진 파편이나마 기록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나타나는 긍정성이고자 싶다. 죽음과 고독에 대한 이야기지만 어디까지나 삶에 대한 추억이고 기억인 것이다.

곽요한_Circle_2_종이에 펜_29×19.7cm_2014
곽요한_Circle_3_종이에 펜_21.5×38cm_2014
곽요한_Circle_4_종이에 펜_36×31cm_2014

본인의 작업은 모든 것을 그만두는 방법밖에 선택권이 없던 이들이 떠난 자리를 곱씹어보고 지켜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그 공간을 기억하고자 하는 매개체로서의 기록이 되고자 한다. 하얀 바탕의 종이에 펜으로 채워지는 모습은 텅 빈 그 자리를 아쉬움과 안타까움, 그리움으로 채우고 뒤늦게나마 내밀어보는 손길의 미안함일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이 결국 떠나가고 상처받은 그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위령제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 곽요한

Vol.20140320e | 곽요한展 / KWAKYOHAN / 郭耀翰 / 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