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감정

박솔아展 / PARKSOLAH / 朴率娥 / drawing.installation   2014_0328 ▶︎ 2014_0408

박솔아_업둥이 개_종이에 먹_78.5×107cm_201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통의동 보안여관 기획 / 창파(통의동 보안여관)

관람시간 / 11:00am~06:00pm

통의동 보안여관 윈도우 갤러리 ARTSPACE BOAN 1942 서울 종로구 통의동 2-1번지 Tel. +82.2.720.8409 cafe.naver.com/boaninn www.facebook.com/artspaceboan

내가 모르는 감정이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태도로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지금의 나의 평화는 내가 뭘 원하는지, 내가 어떤 시선의 지점에 있는지도 볼 수 없는 불편한 상황이다. 그래서 이번 빈 감정 프로젝트를 통해 그동안 야만적이고, 비합리적이고, 무책임하고, 단순하다는 수식어들이 붙어서 무시되고 억눌렸던 감각들, 즉흥적인 솔직한 감각들을 더듬더듬 찾아서 잃어버린 감정들에 집중해 보려고 했다.

박솔아_개드로잉1_종이에 먹_50×70cm_2014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집에는 항상 개가 있었다. 아빠가 키우는 개였는데 아빠는 개가 생기면 집을 마련해주고 끼니를 거르지 않고 챙겨줬다. 혹시라도 외출을 하실 때는 식구들에게 미리 부탁을 해서 밥을 굶기지 않게 했다. 또 어떤 날은 묶어놓은 개가 풀어져서 집에서 키우던 닭을 거의 다 물어죽였는데도 혼내거나 때리지도 않고 다른 때와 똑같이 밥을 챙겨 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형제처럼 같이 자라던 반쪽이라는 개가 없어 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 손님상에 차려진 고기가 보신탕이 였고 불길한 직감대로 그건 요리된 반쪽이였다. 보신탕은 나도 어려서부터 즐겨먹던 고기였기 때문에 그 날도 난 아무 거부감 없이 먹었고 나중에 반쪽이고기라는 것을 알고 난 후의 그 배신감과 분노, 나에 대한 역겨움 때문에 그 이후로 십년가까이 나는 개고기 냄새 맡는 것도 싫어했다. 그 이후 난 그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아서 반쪽이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렸었다.

박솔아_개드로잉2_종이에 먹_24×22cm_2014

아빠는 어렸을 때 먹고사는게 너무 어려워서 고기를 먹을 일이 없었는데 어느 날 이웃집에서 돼지를 잡는 냄새를 맡고 그게 너무 먹고 싶어서 그 집에 계속 서성거렸는데 결국 한 점도 얻어먹지 못했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할아버지가 큰 맘먹고 개를 잡아다 줬더니 너무 잘 먹어서 무서웠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빠한테 개는 그냥 개다. 그러고 보면 아빠는 개를 쓰다듬거나 놀아준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나마 가끔 영리한 개를 데리고 산에 가서 사냥연습을 시키는 것이 전부였다.

박솔아_윈도우갤러리 설치 스케치_2014
박솔아_윈도우갤러리 설치 스케치_2014

지금도 집에 가면 개들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난 그들과 가까이 지내거나 곁을 주지 않는다. 사실 정을 나누고 싶어도 언젠가는 죽게 되거나 사라질 그들에게 애정을 주는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심지어 즐기지는 않지만 개고기도 다시 먹는다. 그러면서도 나는 여전히 개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고 먹히지 않게 멀리멀리 도망가서 야생에서 늑대처럼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빠와 나의 삶을 기반으로 개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통해 표현되어지지 않은 감정들에 대해 얘기 하고 싶었다. ■ 박솔아

* DoLUCK 릴레이 전시는 2013년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진행된 젊은 예술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한 10인의 작가들의 릴레이 전시입니다. 2014년 3월 박솔아 작가를 시작으로 DoLUCK 1기 작가들의 연속 전시가 있으니많은 관심 바랍니다. - 4/ 11 장영지, 4/ 25 김은선, 5/ 15 이미리 - 5/ 30 장은지, 6/ 16 이지영, 7/ 23 장우정 - 8/ 8 이선희, 9월 송현주, 12월 안강현

Vol.20140329h | 박솔아展 / PARKSOLAH / 朴率娥 / draw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