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ESSAY

지히展 / JIHI / painting   2014_0326 ▶︎ 2014_0401

지히_너의취향_패널에 오일파스텔_53×73c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화봉 갤러리 HWABONG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7-28번지 백상빌딩 B1 Tel. +82.2.737.0057 www.hwabong.com

우리가 하루 24시간 중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순간은 과연 몇 분이나 될까. 잠깐이라도 손에서 일과 휴대폰을 놓지 못하는 불안한 현대인들에게 타인과 '대화'의 순간은 어느새 낯설다. 최근 현대 미술은 현대 사회의 이러한 에피스테메를 반영이라도 하듯, '해체, 공포, 불안, 고립'으로 점철된 주제를 스펙타클한 스케일의 복잡한 매체와 미완성의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에 담아낸다. 이러한 현대 미술의 난해함과 혼란스러움은 예술의 자율성이란 버팀목 위에 예술과 비예술의 모호한 경계없음 사이를 오가고 때문에 현대 미술은 '휴식과 위안'을 얻으려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을 종종 '기괴한 불편함'으로 당황하게 만들곤 한다. 고독한 인간 소외와 비뚤어진 사회 현실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고 밝은 조형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 작가가 과연 얼마나 될까. 첫 개인전을 여는 신예 작가 지히는 판넬 위에 파스텔로 단순한 이미지의 드로잉들을 그려낸다. 얼핏 보면 그저 쓱쓱, 어린 아이처럼 맑고 순수한 낙서인 듯 하다가도, 자세히 보면 고도의 함축적인 기호들로 가득 찬 알레고리인 듯도 하다. 작가의 작업에서는 흡사 키스 해링의 그것처럼 무거운 주제를 가볍고 밝게 그려내는 묘한 힘으로 대화와 교류가 단절되어가는 각박한 현대 사회 현실을 꼬집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관계를 염원한다. 작가는 오일 파스텔로 점, 점선, 선과 입술, 동그라미, 하트, 눈 등 상징적 기호들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반복하는데 작가의 머뭇거림없는 선묘를 보고 있노라면 '현대적 삶의 화가'를 부르짖었던 보들레르의 댄디즘이 떠오른다. 「같은 생각」, 「마음곱하기」, 「우리끼리」 등의 작업은 기호와 텍스트를 통해 유추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각각의 네러티브들을 함유하는데, 이렇듯 작가의 작업은 가벼움과 통찰, 낙서와 예술의 경계를 오가며, 사각의 판넬 위에 팝아트적 재료와 일상, 낭만적 모더니티라는 아이러니한 조합을 이뤄낸다. 우리는 지히 작가의 작업이 생생한 색채, 함축적 기호와 텍스트라는 작가만의 필터를 통해 개인의 체험에서부터 사회 현실에 대한 문제 의식의 고찰로 확장되며, 나아가 유토피아를 향해 나아간다는 점에서 향후 보다 진화되는 작업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지히_마음곱하기_패널에 오일파스텔_45.5×53cm
지히_말따라_패널에 오일파스텔_41×53cm
지히_우리끼리_패널에 오일파스텔_53×73cm

지히는 작품에서 메타언어를 주요 소재로 조형 언어화 하고 있다. 소쉬르가 언어의 구성 요소를 분절하였듯 그는 대화의 과정에서 보여지는 몇가지 메타언어적 요소들 - 눈, 입술, 눈동자, 말 등과 같은 행위들을 분절하고 기호화 하여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통용되는 언어, 수학, 음악 등 다양한 일반적 기호들과 매치시켜 대화 발생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그 상황은 대화 나누기 대화 혹은 다양한 개인의 취향들로 이어져 나가는 대화와 같이 어찌보면 대화의 상황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관계 혹은 심리 탐구를 그 기반으로 한다. 이와 같은 대화 기호들의 배열은 보는이들로 하여금 그 역시 2차적 상상력을 유발하며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재미를 안겨준다. 그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질감의 풍부함은 작가와 보는 이들의 상상력을 증폭시킨다. 실제로는 약간 거친듯한 질감 표면이지만 흰색 혹은 검정색으로 바탕을 채색하고 있어 언뜻 보기엔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그 배경에 신체성을 투여한 질감이 주는 운동감으로 화폭에서 대화를 통한 마음의 울림이 보여지기 시작한다. 채색 소재 역시 오일파스텔로 둔탁한 듯 보이나 정감있는 선은 그림으로 세계와 대화하는 작가의 또다른 재현이다. 이 두 소재의 만남은 현대 사회의 도시 생활 속 대화를 나누는 우리의 모습으로 보여진다. 얼핏 보기엔 차갑고 화려하고 정갈한 듯 보여지는 도시 생활에서 마음을, 진심을 가지고 상대방을 대하는 인간 대 인간 관계의 대화 속의 수 많은 순간의 재현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는 이들 역시 단순함 속에 숨겨진 다양한 이야기를 연상해내며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인간과 기계 문명 사이에서 발생하는 메타언어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 그 중 예술은 이를 표현하기에 서정적이고 함축적인 도구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앙리 르페브르가 언급했듯 도시를 이루는 리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음을 구현할 수 있는 하나의 음계인 것이다. 지히의 작업은 오늘날 점차 사라져가는 인간애에 대한 마음을 기반으로 하며 인간과 기계문명 사이의 간극이 가져오는 현대성의 일면을 재치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 작업들로 하여금 그 간극이 좁아지길 바라는 작가의 따뜻한 의도를 담은 조형 언어들의 이야기만큼 그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울림들이 지속되길 바란다. ■ 김태현

지히_우리언니_패널에 오일파스텔_21×30cm
지히_자화상_패널에 오일파스텔_45.5×53cm
지히_한숨_패널에 오일파스텔_25×25cm

우리는 계속해서 누군가를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살아간다. 대화는 서로간의 다양한 가능성의 공감대가 있기에 시작될 수 있다. 그 공감대는 조금씩 친분이 쌓여 두터워지면 점차 사적인 영역으로 넓어진다. 사적인 영역은 처음에는 외양에서 시작되어 취향이나 취미 나아가 정신세계로 확장된다. 이러한 대화의 지속 여부 혹은 그 깊이 여부에 따라 다양한 인간 관계로 규정되고 발전하거나 혹은 단절된다. 대화는 개인의 자아를 형성하는데 큰 영향력을 준다. 나와 상대방의 유사점이 어느 정도 존재하기 때문에 시작되는 대화는. 그 나눔의 이후 상대방의 일정 부분을 자기도 모르게 따르거나 혹은 타인이 자신과 어느 부분 유사해짐을 발견한다. 그리고 관계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개인의 철학까지 공유하며 서로간의 영향력은 점점 커진다. 이와 같이 개인이 정체성을 형성함에 있어 주변인들과의 대화는 매우 중요한 것이며 대화의 부재는 자아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나는 일회성 만남으로 그칠 수도 있는 남녀간의 소개팅과 같은 만남의 관계에서부터 연인, 동성 친구들, 어르신들과의 대화 등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후 거리를 두며 작품의 모티브를 찾는다. 감정의 교류가 더해져 소리와 분위기로 형성되곤 하는 삶의 과정에서 미감을 얻고 은유적이며 함축적 기호를 만들어 조형 언어화 하여 이를 완성한다. 디지털 기기의 발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점차 고립되고 있다. 기기의 힘을 빌어 대화의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의 교류가 생략되어가는 감성이 아쉬운 오늘날의 풍경인 것이다. 나는 나의 작업을 통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진행하던 인간과 인간 사이의 대화의 즐거움을 찾고 그 중요성을 알며 또다른 대화로 확장되며 다양한 인간들과의 유대감이 잘 엮이길 바란다. ■ 지히

Vol.20140330a | 지히展 / JIHI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