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 Hong's SPECIAL FUSION

남홍展 / NAMHONG / 南紅 / painting.performance   2014_0410 ▶︎ 2014_0429 / 월,공휴일 휴관

남홍_열려진 천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콜라주(태운 한지)_130×162cm_1999

촛불한마당 남홍퍼포먼스 / 2014_0410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_10:00am~05:00pm / 월,공휴일 휴관

진화랑 JEAN ART GALLERY 서울 종로구 통의동 7-35번지 Tel. +82.2.738.7570 www.jeanart.net

불꽃처럼 빛나는 생의 찬가 ● 빛을 머금은 붉은 나비 떼가 날갯짓을 한다. 불꽃과도 같은 형상이다. 나비로 가득한 공간은 어느새 산이 되고 하늘이 되고 세상이 된다. 나비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를 향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에너지가 넘치는 그 날갯짓은 오래도록 잊고 있던 자유에 대한 동경과 승화를 향한 갈망을 불러내기에 충분하다. ● 남홍은 나비와 같은 삶을 사는 작가이다. 그녀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고 세속의 세계와 초탈(超脫)의 세계를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동하는, 나풀거리며 부유(浮遊)하는 나비와 같다. 작가에게 날갯짓은 유한한 인간의 조건들을 무한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초월적인 행동이다. 여과 없이 드러나는 격렬한 붓질과 행위의 흔적들은 그 과정의 처절함과 절실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부유하는 삶 속에서 작가는 자유를 찾기 위해 창작에 몰두했고 자신에게 승리의 최면을 걸었다. 그리고 인간 영혼의 비상, 찬란한 삶을 향한 예찬과 애정을 표현하기 위해 나비를 'victory'를 상징하는 'V' 형태로 정제시켰다.

남홍_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96cm_2013

남홍에게는 짧고 유한한 인간 삶의 덧없음도 찬란함의 순간이다. 그녀에게 삶의 하루하루는 아름다운 봄의 나날들이다. 모든 존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소멸을 향한다. 인간은 자신의 소멸-죽음-을 인식하고 고민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일반적인 인간은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부정하는 자기모순 속에서 죽음을 거부한다. 그러나 남홍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저 받아들일 뿐이다. 소멸이 완전한 종말이 아니며 생성-부활-로 이어지는 순환의 일부라고 믿기 때문이다. 오히려 죽음은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와 폭력의 잔해들을 지우고 정제된 자신을 창조해나갈 수 있는 무한 자유의 시작 그 자체이다. 누에고치에서 나비가 만들어지듯 소멸의 시간은 부활을 위한 잠깐의 기다림일 뿐이다. 이에 작가는 물감으로 나비를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태운 한지(韓紙)를 캔버스(canvas)에 붙여나간다. 이러한 작업은 작가의 할머니가 정월 대보름날마다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며 한지를 태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다. 한지 조각들은 재(ash)가 바람에 날리듯 나비가 되고 꽃잎이 되어 하늘을 떠다닌다. 몸은 고향을 떠나 있지만 기억의 회상 작용을 통해 작가의 영혼은 물리적 공간을 초월하고 시간을 초월하여 자유를 얻는다. 아크릴(acrylic)과 한지의 오묘한 결합이 보여주는 몽환적인 세계는 민족성을 초월하는 시적 이미지를 창조한다.

남홍_빛과 나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6×130cm_2007

태운 흔적이 남아 있는 한지를 이용한 콜라주(collage)는 인간 존재와 삶, 결국은 누구나 경험하게 될 죽음,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생성에 대한 작가적 성찰의 결과물이다. 남홍은 태우기를 통해 삶의 불연속성을 대표하는 죽음 속에서 삶의 연속성을 찾아낸다. 이러한 의미 부여는 태우는 행위에서 화장(火葬)과 불이 상상되기 때문이다. 불의 작용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은 한지가 나풀거리는 캔버스 위에 두껍게 올라간 붉은 색조의 물감들이다. 남홍의 작품 대부분에 등장하는 빨강, 주황, 노랑은 불과 화염, 빛을 나타내는 색이다. 특히 빨강은 불처럼 뜨거운 피, 심장의 색이다. 따라서 그것은 생명과 열정을 상징하는 동시에 죽음과 폭력을, 사랑인 동시에 증오를 상징한다. 한 마디로 빨강은 젊음, 불멸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남녀 간의 열정적인 사랑과 애증을 암시하기도 하며 생성과 소멸, 창조와 파괴 모두를 담아낸다. ● 남홍에게 빨강으로 대표되는 불 역시 창조와 파괴의 힘,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동시에 함축한다. 불은 세상을 태운다. 그것은 모든 것을 부수고 녹이며 재로 만든다. 동시에 그것은 현실적이고 물리적인 삶의 종결을 뛰어 넘는 새로운 생성을 이끌어내고 삶과 죽음이 혼재된 환상적인 상태를 이끌어낸다. 불은 어머니가 인류에게 생명을 선사함으로써 죽음을 함께 부여했듯이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동시에 행하는 모성적 시공간으로 작용한다. 또한 불은 그 스스로 빛을 내며 타오른다. 그것은 고통이자 소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불은 모든 추하고 더러운 것들, 심지어 고통까지도 태워 없애고 삶을 정화(catharsis)시킨다. 빛나는 불꽃 앞에서 모든 존재는 융합(fusion)되고 하나가 된다.

남홍_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96cm_2005

불꽃을 주의 깊게 관찰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불이 언제나 위를 향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불은 아래를 향하지 않는다. 상승하는 불은 깊고 깊은 힘을 감추고 있다. 따라서 불의 흔적은 비상을 의미하고 자유롭게 날고자 하는 작가의 열망을 담아내는 훌륭한 상징이다. 불은 한순간도 정지하지 않는다. 언제나 움직인다. 불이 지닌 역동성은 삶의 존재 자체를 구성하며 스스로를 상승시키려는 인간의 욕망과 동일하다. 불은 수천 가지의 꿈들이 파묻혀 있는 저장고이다. 불의 이미지들은 꿈꾸는 사람에게 순수한 강렬함을 전달한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의 말대로 불꽃이 제공하는 이미지들을 체험하면 우리는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불꽃은 모든 초월을 증명한다. 우리는 모두 생동하는 불이며 수직을 향한 초월의 열망을 갖는다. 우리는 결코 하나의 상태에 머무르지 않는다. 불 안에서 세속의 흔적들이 소멸될수록 비상의 날갯짓은 강해지고 존재는 낡은 자신을 파괴하고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날아오른다. ● 한지를 태우고 격렬한 붓질로 불꽃을 재현하면서 작가는 스스로 불을 체험하고 불이 되어 삶으로부터 온 상처와 번뇌를 정화시키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다. 이제 그녀는 죽음을 가져오는 사제이자 생명을 가져오는 어머니, 성스러운 행위자로 승화된다.

남홍_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파리16구청 남홍 초대展_2006

생성과 소멸은 가장 성스러우면서도 가장 세속적인 주제이다. 그것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물음이기에 현실적이다. 또한 그것은 종착지를 찾을 수 없는 가장 근원적이 사색을 필요로 하는 철학적 주제이다. 많은 철학자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문제에 천착(穿鑿)해왔고 예술가들은 생성과 소멸, 삶과 죽음을 오가며 뫼비우스의 띠(Möbius strip)처럼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관계 속에 놓여있는 그것의 본질을 시각화해왔다. 남홍 역시 이 주제에 탐닉한다. 그런데 탐닉할수록 남홍은 중심을 생성에 두게 되었다. 이런 작가에게 퍼포먼스(performance)는 삶의 현현(顯現)을 위한 필연적인 통로이다. 살아 있는 존재만이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은 가장 원초적으로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몸은 모든 생명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으로서 몸 없이는 누구도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 사실 남홍의 전(全) 작업은 모두 행위적이다. 격렬한 붓질의 회화도, 한지를 태워 붙이는 콜라주도 행위의 연속이다. 남홍은 몸이 가진 유한함에 절망하지 않는다. 지금 살아 있음에, 세계를 느낄 수 있음에 기뻐한다. 작가는 매 순간마다 생성하고 새로운 미래를 획득하면서 한계를 넘어선다. 인간은 몸이 있기에 유한하지만 그런 존재만이 행위의 흔적을 남기고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남홍은 자신의 몸을 통해 생성을 성찰함으로써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퍼포먼스에서 육체는 창조를 실현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되며 초월에 이르는 근거가 된다. 이로써 작가의 영혼은 진정으로 시공을 초월한 자유를 얻고 초월적 공간을 향한다.

남홍_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_2007

이번 전시에서 남홍은 대중가요 「촛불」과 「창 밖의 여자」에 맞추어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곡의 선정에서 우리는 작가의 치밀한 일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 자기 스스로를 태워가며 빛을 얻는 촛불은 불꽃의 고통 속에서 모든 물질성을 벗어나 진정한 의미를 부여받는 세계의 존재 방식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촛불은 인간을 몽상과 사색의 시간으로 이끄는 통로이다. 바슐라르에 따르면 촛불은 현자들을 사색하게 이끌고 무제한의 사유를 촉발시킨다. 남홍은 그 스스로 촛불이 되어 자신을 태우고 전율하는 불꽃을 창조하면서 퍼포먼스를 관람하는 우리가 사색에 빠지기를 바란다. 그녀는 최근의 퍼포먼스들에서 디자이너 고(故) 앙드레 김이 그녀에게 선물한 붉은 색 드레스를 입는데 이는 작가가 자기 자신을 불태워 빛을 밝히고 스스로를 창조하는 촛불임을 재확인시킨다. 남홍이라는 촛불 앞에서 우리는 세계와 정신적으로 소통하고 섬세하고 고요한 평온에 이를 수 있다. 작가가 발산하는 불꽃을 응시하는 동안 우리를 포함한 세계의 모든 존재는 고양된 무아(無我)의 정신을 체험하고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 그리고 이 무아의 정신을 체험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남홍이 전해주는 생을 향한 사랑의 찬가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 이문정

Vol.20140410e | 남홍展 / NAMHONG / 南紅 / painting.perform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