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house

유목연展 / YOOMOKYON / 蹂목연 / photography   2014_0415 ▶︎ 2014_0426 / 일요일 휴관

유목연_paper house_C 프린트_100×100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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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보는 GALLERY BONUN 서울 마포구 합정동 354-25번지 1층 Tel. +82.2.334.0710 gallerybn.com www.facebook.com/gallerybonun

paper house_유목연식 사진 혹은 유목연식 아카이브 ● 사진을 예고시절부터 전공한 유목연은 학부와 석사까지 모두 '사진 전공'으로 마쳤다. 그러나 그의 작업을 매체나 장르를 기준으로 생각해본다면, 그는 사진뿐 아니라 설치, 가이드 북 제작, 프로젝트 수행, 게릴라성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식의 작업을 선보여왔다. 그렇다면 그에게 '사진'은 작가로서 택한 여러 가지 매체 중 하나일 뿐일까? 그에게 '사진'은 그의 '전공 분야'이기도 하고, 그가 택한 '매체'이기도 하지만 그의 전작을 흐르는 '사진성'은 유목연이라는 작가가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진 특성을 '체화'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사진기가 기계적 프레임과 프로세스 안에서 대상을 포착하고, 수집하고, 담아 내듯 작가 역시 자신의 주관적인 프레임과 프로세스를 적용하여, 대상을 포착하고, 수집하고, 담아 내며, 이를 자신의 질서에 따라 배열한다. 시공간을 기계적으로 포착하는 사진은 이념적 혹은 기술적 조작의 위험이 없는 객관적 기록 매체로서 객관성을 중시하는 아카이브 구축의 주요한 매체이어 왔다. 스벤 스피커가 빅 아카이브에서 언급한 19세기의 사진 기반 기념물 아카이브는 원기념물이 유실되었을 경우 재건에 이용하기 위한 청사진과 같은 역할을 하였으며, 이는 사진에 대한 아카이브 매체로서의 신뢰도를 반영한다. 그가 예로서 소개한, 알브레이트 마이덴바우어의 「역사적 기념물 아카이브」(1881)는 전 세계의 모든 역사적 건축물들의 사진 아카이브를 만들고자 한 시도로서, 185개 지역의 837채 건축물들의 10,310장의 도판을 담은 아카이브이다. 마이덴바우어는 건축물이나 건축기념물의 사진이 전통적인 아카이브 매체인 글보다 낫다고 생각했다.(빅 아카이브 (2008) 스벤 스피커 지음, 이재영 역 2013 홍 디자인 pp. 220-221) 특정 시대와 지역의 문화를 반영하는 견고하고 강력한 기록으로서 기념비적인 건축물들과 이의 사진 기록은 19세기 아카이브의 이상인 시간적 흐름의 형식 모델을 지지하고, 동시에 객관적이고 기념적인 기의를 지닌 신화적 아카이브를 구축한다. 유목연의 「paper house」도 건축물을 찍었다. 보다, 분명히 설명한다면, 건축물을 종이 상자로 재현한 입체 모형들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 입체 모형은 기념비적인 건축물의 재현이나 기록이 아니라 작가가 일정 기간 머물렀던 스튜디오 주변, 한적한 어느 촌 마을의 창고나 축사 등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건축물들의 단순화된 재현이자 기록이다. '사진적'인 그의 강박적 수집은 사실 이 모형들을 제작하는 과정부터 사진으로 찍어 하나의 시리즈로 제시하는 과정 모두를 일체적인 것으로 바라보게 한다. 먼저, 작가는 택배 상자들을 모아두었다. 이 종이 상자는 단지 수집되었을 뿐 아카이빙 되지 않았고, 날 것의 기록 혹은 기억들 – 상자 안에 담겼던 물건의 품목과 이동 기록 및 그것을 받아 물건을 꺼내, 사용한 작가의 일상 기억들 – 을 그대로 안은 채 다시 그의 기록과 수집을 위한 재료가 된다. 스튜디오에서 보내는 그의 일상, 그 일상에서 그의 시야에 들어온 풍경, 그 풍경 속에서 작가 자신의 기분에 따라 특정 건축물이 택해지고, 종이 상자로 재현, 기록된다. 다시 말해, 이 기록은 작가의 기분에 따라 무작위적으로 이루어진다. 실제 존재하는 건축물들의 기록이자, 대안적 소유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작업은 집(house)을 가지지 못한, 유목적 삶을 사는 그가 이루지 못한 욕망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의 「paper house」는 사진기가 렌즈 앞에 드러난 것들을 '차별 없이' 있는 그대로 수집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눈 앞에 드러난 세계를 자신의 기분과 욕망에 따라서 변형 혹은 삭제하고, 가공하여 기록, 수집한 것이다. 자신의 기분 혹은 감정에 따른 일상적 시공간의 강박적인 수집을 기반으로, 실제와 허구 사이를 교차하는 모호한 일련의 이미지 기록물들을 제시하는 것은 그의 이전 사진 시리즈 - 프로젝트 4 시리즈 – 에서도 읽혀지는 유목연 사진의 특징이다. ● "일상에서 건져 올린 소소하고 주변적인 것, 무엇인지 어떤 의미인지 확실치 않은 것, 흐릿한 것, 변질 중인 것, 실제인지 허구인지 모호한 것들은, 지각과 기억의 매개를 거쳐 서로 다른 이야기를 짜 나간다. 그의 사진들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 이야기들은 산문적이기 보다는 시적이다."이선영 프로젝트4시리즈 유목연론 www.mokyon.com/index.php?/reviews/reviews/ - 이선영, 프로젝트4시리즈 유목연론 (2012) ● '중형 롤라이' 카메라로 '일상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경험들을 사진으로 기록'한 '사적 다큐멘터리' 형식의 그의 「프로젝트 4 (부제: 사랑은 지고 달빛은 빛나고…)」 시리즈는 스스로가 언어화하기 어렵다고 느낀, 매우 섬세한, 그래서 포착하기 힘든 일상 속 순간들의 분위기를 담아내고자 한 작업이다. 하지만, 그의 사진들은, 결국 포착하고자 한 것이 작가의 사적인 정서들이기 때문에 매우 흐릿하고, 몽환적이며, 결국 이를 보는 이들에게는 아무것도 설명되지 않은 채 노출된 다소 모호한 오브제들의 이미지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이 단정할 수 없는 모호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시리즈적 사진의 나열은 보는 이들의 경험과 감수성에 따라 일직선이 아닌 무한한 수로 재구성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게 되면서 실제를 기반하지만 매우 허구적인 특성을 지닌다. 즉, 작가 스스로가 '반사회적'이라 설명하는 일상의 유목연식 재현은 '지금, 여기'의 현실-사회에 대한 반영이나 관심도가 배제된 매우 사적인 판타지가 되어 재등장한다. 그리고 그 판타지는 무수하게 발생하게 된다. 어떤 측면에서, 그의 「paper house」 시리즈의 건축물 모형들은 마치 이 사진과 같다. 재현의 과정에서 작가는 현실의 건축물을 모방하여 입체 모형을 제작했지만, 그 선택과 제작에는 작가의 일상과 그 일상에서의 기분, 정서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었고, 스튜디오 주변 풍경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설명되지 않은 채 제시된 모호한 오브제'로 보여질 뿐이다. 그러나 작가는 다시 이 건축 모형들을 '중형 롤라이' 카메라로 찍는다. 결국 우리가 최종적으로 보게 되는 것은 100x100cm 크기의 일련의 사진들이다. 종이 상자로 허술하게 제작된 건축물 모형들이 동일한 프레임의 평평한 사진 속으로 압축, 정돈되어 「paper house」라는 시리즈로 전시된다. 이 시리즈를 일종의 아카이브라고 한다면, 이 아카이브를 구축한 작가 자신-개인에게는 집(house)으로 변신한 택배 상자의 파편들은 그 안에 담겼던 물건의 기록이자, 작업실에서의 삶을 둘러싼 풍경-시공간의 잘 정돈된 기록이다. 그러나 이를 대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즉, 택배 상자와 스튜디오 주변 풍경에 대한 기억과 분위기를 전혀 모르는 이들에게는 기의는 사라지고, 기표만이 남아버린, 각자의 기억과 의미구조에 따라 무수한 해석의 여지를 안은 열린 아카이브가 되어버린다. 일견, 그의 「paper house」 아카이브는 요식주의적 보조물로 무장되어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종이 상자로 단순화시켜 건축물을 기록, 재현함과 이를 동일 유형의 사진으로 찍어 배열함이 그러하다. 그러나 지극히 주관적인 정서적 상태에 따라 무작위적으로 축적된 그의 아카이브는 그 아카이빙 방식마저 주관적으로 조직된 것이며, 게다가 사진만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공식적이고, 객관적인 기록으로서의 서술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질서와 조직을 갖춘, 그러나 정보의 분산과 해체를 경험하게 하는 모순적인 아카이브 - 출처와 서술이 없는 사진과 같은 - 이다. 그의 이러한 아카이브에 반하는 아카이브 생산은 특히 그의 「가이드 북」 시리즈 작업에서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가이드 북」 시리즈의 기반이 되는 리서치의 목적과 방법론은 모두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가이드 북' 이라는 체계 안에서는 나름의 정교한 구조를 지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일종의 객관적 지식을 접속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그의 리서치 내용들은 '가이드 북' 형태의 아카이브로 구축되는 과정에서 작가적 상상력이 만든 허구와 복잡하게 교차된다. 세계를 보편적 구조 안에 객관적이며, 체계적으로 배열하는 것 - 아카이브 구축은 근대성의 핵심이다. 효율성을 극대화한 현대 사회의 체계들은 최대한 우연성을 배제하고, 체계 안에서 통용되는 수치와 코드, 공식적 기록들로 세계를 전환하여 재구성하였다. 그러나 유목연의 아카이브는 과학적인 조사와 수집을 바탕으로 한 객관적인 아카이브 구축을 모방하는 듯 하면서 지극히 주관적인 조사와 수집을 통해 사적인 아카이브 구축을 하고, 이에 대한 정보의 접속에 있어서도 '뽑기' 오락의 방식을 그대로 차용, 도시에서 살아가는 지침들을 적어놓은 「도시유목 서바이벌 가이드」의 예처럼, 가벼움과 우연성의 적극적인 기용을 허한다. 다시 말해서, 대체로 유목연의 「가이드 북」 시리즈는 그의 사진들처럼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다루며, 그를 기반으로 아카이브를 구축하지만 그 수집된 정보를 주관적이고, 유희적이며, 가상적인 세계로 전환시켜 버린다. 그것이 그가 '반사회적'이라고 표현하는 일종의 '무관심'한 '개인적인 세상보기'가 만들어버리는 세계다. (그래서 그의 '개인적인 세상보기'가 만들어내는 매우 친절한 '가이드 북' – 아카이브는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데 친절한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다시 「paper house」로 돌아가보자. 현재의 순간-우연성의 시간들이 기록될 수 있다는 것, 아카이브에서 상징적 표상에 포착되지 않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자아가 지워지고 오로지 사물만이 – 기록만이 말을 하는 객관적인 시간의 축적이 가능하다는 믿음은 아카이브에 권위를 부여한다. 주관이 배제된 바로 그 객관적인, 기계적 기재의 방법들이 기록한, 상징적이고 주관적인 것들이 배제된 시간, 그 자체가 바로 아카이브의 이상이다. 그리고 이 아카이브의 이상으로 우리가 연상할 수 있는 것은 의식이 포착하지 못한 순간까지도 포착하여 기록하는 사진이라는 아카이브이다. 그러나 유목연의 사진들이 포착해 온 것이 객관적 순간이기 이전에 주관적 분위기, 감정이듯이, 그의 「paper house」는 주관적인 왜곡과 삭제, 그리고 재구축이 적극적으로 일어나는 재현이자 기록이고, 아카이브를 접속하는 자들의 자유로운 재구축을 허하는 열린 아카이브이다. 게다가 작가는 보는 이들에게 허구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 아카이브를 대하도록 하는 작은 장치마저 제시한다. 각 「paper house」의 재료가 된 종이 상자 안에 담겼던 물건들은 애초에 그의 다양한 일상적 욕망, 필요를 채워주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그가 단지 한 꼭지 제시하는 '가이드 북'은 'paper house'에서 반드시 필요한 물품들이 들어있었던 것처럼 재구성하도록 유도한다. 실제와 허구가 하나로 엮이고, 아카이브를 구성하는 망과 내용물들이 하나로 뒤엉킨다. 그의 일련의 사진 아카이브에 대한 서술-이야기들은 어디서든 시작될 수 있고, 끝날 수 있는 책처럼 무한히 재생산된다. 그래서 유목연의 아카이브 혹은 그의 아카이브 놀이는 우리의 기존 아카이브에 대한 관념들을 뒤흔들고, 작가의 조직된 세계를 경험하면서 동시에 모든 것이 분산되고 흐트러진 혼돈의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그래서 유목연의 잘 짜인 세계에서 우리는 길을 잃는다. 아니, 현명하게 길을 잃는 법을 배운다. ■ 이아영

Vol.20140419d | 유목연展 / YOOMOKYON / 蹂목연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