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templates 唯美獨尊 유미독존도

김태연展 / KIM,TAEYEON / painting   2014_0430 ▶︎ 2014_0506

김태연_유미독존도_비단에 채색_120×76.5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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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연 홈페이지_www.kimtaeyeon.net

초대일시 / 2014_0430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_12:00p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 7길 37(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www.gallerydos.com

전통의 형식을 사용하면서 일상의 이면(裏面)을 재치 있게 그려내는 김태연은'유미독존도(唯美獨尊圖)'라는 전시제목으로 신작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작가의 전작보다 전통 불화(佛畵)의 형식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는데, 내부 구성뿐만이 아니라 외형에서도 불화의 한 종류이자 종이나 비단에 그림을 그려 족자 형태로 말아서 보관 가능한 탱화(幀畵)의 형식을 사용하고 있다. ● 이번 연작에서 작가가 주목한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다. 그 욕망이란 좀 더 나은 외모를 원하고 이상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고 싶어하는, 결과적으로 '성형'으로 귀결되는 현대인들의 욕구이다. TV나 광고와 같은 대중 매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공공연히 자신의 성형사실을 고백해 일반인을 그 세계에 동참하게 하고 전철이나 버스는 성형외과 광고들로 뒤덮혀 있다. 수술 전과 후(before & after) 사진을 광고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시각적으로 그 효과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에 우리는 성형의 효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수술 자체를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태연_세여신도_비단에 채색_143×81cm_2014

김태연의 작품에는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인위적인 방법으로 이국적 외모를 소유하게 된 여인들이 등장한다.「세 여신도」를 비롯해 여러 작품에 반복해 등장하는 이들은 커다란 눈, 높아진 콧대, 관능미 넘치는 몸매에 가장 트렌디한 색깔로 머리를 염색하고, 하이힐을 신고, 화려한 장신구와 옷을 걸친 채 사람들을 내려다 본다. 그림 속 거울에서만 나타나는 이들의 수술 전 모습은 생기가 없고 주눅 들어있지만 성형외과 원장님의 손길을 거친 후 이전과는 달라진 외모를 자신감 있게 드러내고 있다.

김태연_심판도_비단에 채색_112×72.5cm_2014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이들이 그림에서 차지하는 위치인데 성형외과 의사와 더불어 성형미인들은 그림의 상단 혹은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이는 전통 불화에서 부처가 그림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것과 일치하는데, 성형으로 새로운 외모를 얻은 사람들과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성형외과 의사는 성형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신적인 존재로 승격한다. 「심판도」에서 나타나듯 의사는 그림의 상단에서 수술 받기 원하는 사람을 내려다보고 그들의 외모를 심판한다. 거울 앞에 선 여인들은 초췌한 모습으로 자신의 외모가 변화하길 원하는 듯 두 손을 모아 원장에게 간절히 애원하고, 의사들의 전문적 지식과 뛰어난 손기술은 한 사람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신(transformation)시킨다. 이 변신은 말 그대로 새로운 존재로의 거듭남이다. 「천상천하 유미독존」에서 보듯이 성형을 갈망했던 이들이 성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름다운 육체뿐 만이 아니라 불화에서 그림의 상단이 상징하는 극락(極樂)으로의 진입이다. 그것이 현실에서 사회적 지위의 변화나 경제적 윤택함 혹은 이를 가능케 하는 방법이 되었든 간에 수술 한번으로 인생역전이 가능한 것이다. 때문에 성형외과 원장은 더 이상 이들에게 단순히 의사가 아니라 인간을 넘어선 존재가 될 수 밖에 없고 수술을 원하는 사람들은 원장님에게 외모에 대한 심판을 받는 것이 꺼림직하지 않으며 그들의 말을 믿고 한 번 수술대에 누움으로써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세계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이 세계에 진입하기 위한 과정은 녹록하지 않다. 고통을 참아가며 주사를 맞고 퉁퉁 부은 얼굴을 붕대로 감고 아픔을 참아가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얼굴과 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세상은 이 고통의 시간을 보여주지 않지만 김태연은 붕대로 얼굴을 감싼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극락으로 가는 고통의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김태연_삼존여신도_비단에 채색_120×64.5cm_2014
김태연_관능보살도_비단에 채색_195×84cm_2014

김태연의 작품 속 인물과 상황은 이미 우리 주변에 포진해 있다. 이 작품들은 내부에 잠재되어 있거나 발현되어버린 아름다움에 대한 개인적 욕망, 사람들을 쉽게 수술대에 올라가게 만드는 사회 현상의 근원을 생각하게 한다. 취업을 위해 혹은 자기 만족을 위해 젊은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5,60대 중년의 남성들까지 동참한 이 현상에는 '보이는 것' 혹은 '타인의 시선' 에 대한 예민한 반응이 내재되어 있다. 김태연의 그림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수 많은 눈과 입술은 우리의 주변을 휘감고 있으며 이에 대해 완벽하게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외모가 실력이 되어버린 현대 사회에서 이미지의 힘은 강력하다. 이제 더 이상 '좋은 게 좋은 것이다' 라는 단순한 명제는 '좋게 보이는 것이 전부이다' 라는 이 시대의 명제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 ● 수술을 통해 얻은 외모는 천편일률적이다. 지하철이나 인터넷 광고에서 보면 수술 전 사진은 광고마다 달라도 그 이후의 사진은 별반 차이가 없다. 모딜리아니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의 얼굴처럼 부자연스러우며 과장되어 있는, 마치 성형외과라는 공장에서 찍어 나온듯한 비슷비슷한 얼굴들이 넘쳐난다. 많은 사람들이 개성을 추구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은 다른 사람이 인정하는 것, 사회가 요구하는 것에 획일적으로 따라가는 이 세상은 모순 덩어리이다. 이러한 모순과 이중성은 고려불화인「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에서 차용한 「원장보살도」의 성형외과 원장님의 모습에서도 드러나는데 이들은 변신을 돕는다는 이유로 신적인 존재인 척, 현인(賢人)들이 사유하듯 돌 위에 앉아서 현자인척 하지만 실제로 불필요한 수술을 권유하며 금 목걸이를 두른 채 그들의 부를 축척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남의 눈을 인식하며 인공적인 미를 갈망하는 중생들이 있을 뿐이다.

김태연_관능보살도_비단에 채색_138×68cm_2014
김태연_부모님 날 낳으시고 원장님 날 고치시네_비단에 채색_101×98cm_2014

김태연은 표피적인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이 시대가 가진 가벼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전문가에게 자신의 육체를 맡기고 인생역전을 꿈꾸며 극락으로 가길 원하는 중생들의 얕은 사유에 대해 한탄한다. 사람들의 이목과 분위기에 휩쓸려 나의 생각과 중심을 지켜나가기 어려운 이 시대, 사회적 모순에 분개하면서도 그것을 해결하기 어려운 시대, 개인의 실력보다 외모가 더 강력한 능력이 되어버린 시대, 나의 정체성이 「부모님 날 낳으시고 원장님 날 고치시네」와 같이 원장님의 손에 의해 완성되는 이 시대에 아름다움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 아름다움에 대한 이 시대의 욕망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름다움이란 본래 쉽게 얻어질 수 없을뿐더러 표피적인 것에만 머물 수 없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김태연은 잠시 우리의 시선을 환기시킨다. 다행히 작가가 제시하는 모습은 심각하지 않다. 전통적인 요소에 작가가 면밀하게 관찰한 일상의 모습을 결합한 작품은 마치 거울과 같이 이 사회를 비추며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그리고 이 욕망의 발현을 잠시 멈추고 주변을 바라보게 한다. 성형시대의 씁쓸한 풍경화를. ■ 최지아

Vol.20140430e | 김태연展 / KIM,TAEYEON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