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BORDER

안성규展 / AHNSUNGKYU / 安盛圭 / painting   2014_0602 ▶︎ 2014_0802

안성규_경계(BORDER)14-53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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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7:00am~09:00pm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HOAM FACULTY HOUSE 서울 관악구 낙성대동 239-1번지 Tel. +82.2.880.0300 www.hoam.ac.kr

안성규 '경계'전에 관하여: 감성(感性, sensibility) ● 두 번째 작업실 방문이다. 작업실은 북수원 나들목을 나와 저지대를 조금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이층 공장식 건물의 아래층에 있다. 이곳에서 12년간 작품을 계속하고 있다. 작업 공간 여기 저기고개를 내민 풍경화는 하늘로 가득하다. 첫 인상은 빛과 분위기를 표현한 자연과 도시를 담은 사실주의 풍경화로 보인다. 하늘은 넓게 차지하고 도시는 띠 모양으로 나지막하게 자리잡고 있다. ● 하늘과 도시의 경계를 그린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대표하는 한강 강가의 모습과 거대한 자연의 모습을 급격한 비율로 대비시켜 무한하고 텅 빈 자연 속에서 인간 사회의 복잡함과 수많은 빌딩과 아파트로 상징되는 부에 대한 인간 욕망의 하찮음과 보잘것없음을 드러낸다." - 작가노트 중에서, 2007년. ● 작가 안성규는 하늘과 도시가 만나는 공제선(空際線, skyline)을 그린다. 공제선이 잘 보이는 곳을 찾아 도시 밖에서 관찰한다. 자연과 인공이 만나는 경계에 주목한다. 그 경계는 자연과 인공의 대비를 말한다. 둘 다 있어야 하고 어느 하나가 빠지면 안 된다. 멀리 펼쳐진 하늘 아래 도시는 십 분의 일 정도만큼 화면을 차지한다. 작가는 '사람 사는 모습'으로 도시의 건물을 본다. "집은 사람이다.", "집이 사람과 닮아 있다. 인간의 투기와 투자의 대상이 도시의 성격인지도 모를 일이다. 아등바등 사는 인간과 아등바등 지어지는 도시의 건물은 닮아 있다."라고 말한다. 사람이 사는 모습과 현대도시의 건물이 경쟁하듯 세워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 풍경은 기록을 남긴다. 풍경 '경계'는 사실의 기록성과 현재성을 중시한다. 도시를 바라보는 위치와 시점 그리고 날씨와 기후에 따라 특정한 시공간의 모습을 화폭에 기록하듯 그린다. 같은 장소라도 계절과 시간에 따라 최종 결과물은 다르다. 기존의 작업은 동호대교, 잠수교, 반포대교, 원효대교, 서강대교, 남산 등 서울의 구체적인 장소를 확인할 수 있다. ● 작년 독일 전시 후, 국내도시의 이미지는 최소화하고 외국도시(파리, 피렌체, 베니스, 베를린, 부다페스트 등)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가 유럽도시를 방문하고 느낀 점은 인간이 사는 도시의 모습은 그 곳을 사는 이의 성향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는 현재와 과거가 자연스레 공존함을 발견한다. 작가는 유럽도시의 '경계' 풍경을 작품화하여 옛것과 새것이 함께 전통을 간직한 도시문화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안성규_경계(BORDER)14-54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14

하늘과 도시를 정사각형에 그린다. ● 안성규의 풍경화는 계획적인 구도를 가진다. 정사각형의 화면에 낮게 자리잡은 것은 도시풍경이다. 작가는 화면의 조형성과 구도의 극적 배치를 통하며 풍경을 구성하고 연출한다. 하늘과 도시의 극적 대비는 뚜렷한 작가의 조형의지이다. 작가는 경계를 그리면서 조형성의 탐구를 병행하며 전통적인 풍경화와 차별성을 가진 풍경화를 만들어 낸다. "하늘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넓은 하늘과 좁은 도시의 풍경은 작가가 의도한 연출이다. ● 작가는 여백을 그린다. 여백의 미는 중요하다. 여백에 대한 동양의 사유를 하늘에 담고자 하며 그림 속에 베여 들기를 바란다. 작가의 카메라는 먼 거리에서 바라본 도시 풍경을 기록하고 포착한다. 넓은 지역을 멀리서 찍은 풍경은 '익스트림 롱샷(Extreme Long Shot)' 촬영기법이 가지는 고요한 명상의 요소를 포함한다. 작가는 화면 구성에서 하늘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여백이 가지는 시원한 감상의 묘미를 더한다. '경계' 풍경화는 화면이 클수록 명상의 요소가 강화된다. ● 전형적인 풍경화를 그리는 직사각형의 'P형 캠버스 틀'에서 벗어나 정사각형에 그린다. '경계'는 화면의 고정된 비율이 가지는 풍경화의 틀이 가지는 고정된 형식을 버린다. 한편, 풍경 '경계'에 보이는 시선은 가까운 산에서 먼 산을 바라본 산수화의 평원법(平遠法)에 가깝다. 작가는 풍경화를 바라보는 감상자의 시선을 흩어 놓고 있다. 소실점을 화면 아래로 지극히 낮추었을 뿐 아니라 넒은 하늘 공간은 감상자의 시선을 여러 번 움직이게 한다. 수평적인 구도는 자연과 도시를 바라보는 편안한 느낌을 주지만 화면 아래로 치우친 대비는 일상의 풍경과 다른 낯섦을 이끌어낸다. 이것은 풍경을 다시 해석하고 지각하려는 작가의 전략이다. 작가는 '경계'를 통하여 풍경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시도하며 '지각하기(recognizing)'를 새롭게 제안한다.

안성규_경계(BORDER)14-55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14

빛의 풍경을 그린다. ● 작가의 하늘풍경은 신화와 영웅의 서사를 담은 클라우드 로랭(Claude Lorrain 1600-1682)의 '역사적인 풍경화(paysage historique)'처럼 감각적이다. 도시풍경은 관광지 기념사진처럼 그린 카날레토(Canaletto, 1697–1768)의 베니스 풍경화 '베두테(vedute)'처럼 생생하다. 작가의 시각적인 재현 방법은 19세기 바르비종(Barbizon)과 인상주의(impressionism)의 표현기법과 닿아 있다. 특히 작가는 변화하는 빛을 찾아 풍경을 그린 인상파 화가처럼 하늘과 도시의 풍경을 그린다. ● 도시와 하늘의 경계를 담은 빛의 풍경을 채집한다. 채집한 이미지는 컴퓨터 모니터와 출력한 인쇄물로 만들어 다양한 공간 연출을 위한 일차 자료로 삼는다. 작가는 계절과 시간 그리고 날씨의 변화에 따르는 빛의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한다. 늘 가지고 다니는 디지털 사진기는 빠른 연속촬영이 가능하게 준비되어 있다. 작가는 사진촬영기법을 빌려 인간의 눈에 머물지 못한 순간의 감성을 평면에 시각화한다. ● 작가의 활동 범위는 유목생활(nomadic life)을 방불케 한다. 작업실과 후학을 가르치는 일을 겸하는 작가의 실제 동선은 길고 복잡하다. 4륜구동 자동차의 속도와 운동은 이동성을 증가시켜 몸의 감각과 시선을 쉽게 확장시킨다. 몸의 감각이 체득한 공간의 확장은 화면의 주된 시선을 결정하고 구성한다. ● 작가는 해 뜨고 질 무렵 박명(薄明)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밝은 빛을 머금은 순간에 하늘과 도시는 자신의 존재를 분명하게 드러내며 작가의 감성을 적극적으로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빛이 보여주는 감성을 느끼며 도시와 하늘의 경계를 재현한다. 비스듬히 비추는 빛은 도시의 건물과 자연의 풍광을 멋지게 꾸미며 감성을 자극하여 화가의 눈을 사로 잡는다. 작가는 하늘과 도시가 드러나는 밝은 상태를 포착하고 감각적으로 화면에 담아낸다. 빛과 구름을 담은 하늘 풍경은 자연의 숭고를 표현한 낭만주의의 풍경화와 통한다. 순간의 인상을 포착한 도시의 풍경은 인상주의의 화폭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안성규_경계(BORDER)14-61_캔버스에 유채_120×120cm_2014

감성을 그린다. ● 작가는 풍경화의 전형(典型, prototype)에서 벗어나 있다. 소재 선택의 태도와 재현의 방법은 사실주의를 따른다. 하지만 누구나 떠올리는 사실주의 경향의 풍경화를 그리는 것은 아니다. 십 년간 다룬 '경계'라는 주제는 그림의 화두(話頭)이다. '말(話)보다 앞서는(頭) 것'을 불교의 화두라 한다면 작가의 화두는 회화가 가지는 시각적인 언어 그 자체의 탐구이다. ● 작가의 풍경화는 고전주의가 추구한 이성의 미학보다 낭만주의가 추구한 감성의 미학을 담고 있다. 2012년 개인전 서문「채움과 비움의 표정, 이영훈」에서 작업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조형성과 감상적 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풍경이다."는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제작한 '경계' 신작은 외국의 도시풍경이 등장한다. 유럽도시의 표현은 이국적 풍경이 가지는 색다른 감성을 담아낸다. 더불어 사실적인 묘사보다 두텁고 작은 붓 자국을 남겨 '손맛'의 감수성을 한층 강조한다. 도시풍경의 울퉁불퉁한 질감과 두툼한 붓 자국은 작가의 감성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자 선택이다. 자연의 감성을 즉각적으로 담은 터치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 작가는 도시풍경의 묘사에서 손의 미세한 흔적과 촉각이 느껴지는 회화적인 감수성에 집중한다. 화가 안성규는 유화 물감과 화폭이 만나는 물성(物性) 속에서 고유한 회화성을 찾아 감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손맛의 붓질로 즉흥적인 감성을 펼친다. 이번 전시는 "경계의 구도와 해석은 이성적이지만 붓질은 감성적이다."라는 작가의 설명처럼 어쩌면 감성과 이성의 경계를 그리고 있는지 모른다. 이 점에서 '경계' 풍경화는 이성과 감성의 경계를 찾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작가는 앞으로 표현주의 그림을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고백한다.

안성규_경계(BORDER)14-62_캔버스에 유채_120×120cm_2014

생각하는 그림, 감동을 주는 그림이다. ● 작가의 작업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회화를 통하여 인간의 감성을 일깨워 보고자 한 작가의 시도는 과연 어디서 온 것일까? 작가는 백두대간이 끝나는 천왕봉(天王峯)의 지리산자락 산청에서 태어났다. 자연이 베푼 감성의 기운(氣運)으로 도시와 자연의 불협화음을 감지하는 것은 아닐까? 아주 어린 시절 상경한 작가의 삶은 동대문 숭신초등학교를 거쳐, 상봉동, 봉천동 그리고 신림동에서 서울생활을 계속한다. 70-90년대 서울의 급속한 변화와 성장을 경험한다. 특히 청춘의 한가운데서 느낀 서울이라는 거대도시가 주는 감성은 깊은 인상으로 각인되어 2005년 이후 시작한 '경계' 연작에 스며들어있다. ● 14년 전 발표한 논문 「함축적 시공간의 형상화에 관한 연구」에서 작가 안성규는 예술활동을 '현실에 대한 개인적 감성의 발현인 동시에 사회적인 활동'으로 설명하고 현실적인 주제에 관심을 표명한다. 작가는 삶의 숨결이 묻어나는 일상의 소재를 형상화한 작업을 통해서 주변에 대한 이해와 관심의 폭을 넓혀 잃어가고 있는 인간적인 체취를 환기시켜보고자 하였다 ● 그림을 보면서 느끼는 감동은 인간의 정서적인 안정을 준다. 작가는 모네의 수련을 보고 감동하며 오르세 미술관의 작품에서 교감을 느낀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작품을 완성하기를 바라며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풍경화를 지속한다. 작가는 늘 2% 부족한 상태를 느낀다고 한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완전한 조형성을 찾아 계속적인 작업을 진행한다. ● "오늘의 미술에서 감동을 찾기는 어렵다. 현대인의 불감증에 감동을 심어 주는 그림이고자 한다." - 작가와의 대화 중에서, 2014년.

안성규_경계(BORDER)14-63_캔버스에 유채_120×120cm_2014

감성의 풍경은 벨칸토(Bel canto)와 닮아 있다. ● 작가는 청춘의 전성기에 느낀 자연의 풍광으로부터 받은 강렬한 감성을 기억한다.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진입하던 올림픽대로에서 바라본 석양의 하늘과 거대도시의 경계가 주는 고독한 숭고의 감성을 잊지 못한다. 그 순간에 도니제티(Donizetti, 1797-1848)의 벨칸토 오페라 중에서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이 부드러운 선율로 흐르고 있었다. 절묘하게 조절된 파파로티(Pavarotti)의 목소리는 감동의 순간을 이끌며 마음을 사로잡았다. 벨칸토 선율의 애잔한 감성적인 느낌은 존재하는 것에 대한 작가의 고독과 거대한 도시가 내뿜는 고독의 감정을 교차시켰다. 박명의 빛은 설명하기 힘든 뜨거운 감성으로 다가와 도시와 인간의 실존적인 상황을 느끼게 하였다. 작가 안성규는 벨칸토의 선율이 가지는 아름다움처럼 회화가 가지는 감성의 호소력을 믿는다. 현대미술의 개념과 서사를 추구하기보다 스스로의 감성에 호소하며 낭만적인 감수성을 작품에 반영한다. ● 하늘과 도시를 감싸는 빛의 조화를 담은 감성의 풍경은 감상자의 시선을 기다린다. 이번 전시를 생각하면서 한영애의 「조율, 調律(1991)」이라는 한돌의 노래가사가 떠오른다. '하늘 빛처럼' 삶의 소망을 담아 '하늘 조율'을 바라는 감성을 담은 '경계' 풍경화가 관악산 자락에 자리한다. '경계' 풍경을 통하여 소통과 화합, 통섭과 융합의 시대가 요구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감상을 기대한다. "그 옛날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황해바람 부는 송도에서) ■ 김대신

Vol.20140602h | 안성규展 / AHNSUNGKYU / 安盛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