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에서 친구로

2014_0609 ▶︎ 2014_0709 / 주말 휴관

초대일시 / 2014_0609_월요일_05:00pm

작가와의 대화 / 2014_0629_일요일_03:00pm_이한열기념관 3층 패널 / 이경란, 문영미(이한열기념관)_강영민_임경섭_차지량_홍태림 사회 / 이민지

참여작가 / 강영민_낸시랭_박경효_임경섭_차지량_홍태림

주최 / (사)이한열기념사업회 기획 / 팝아트조합 책임기획_이민지 후원 / 예술가생명연장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주말 휴관

이한열 기념관 서울 마포구 신촌로 12 나길 26(노고산동 54-38번지) Tel. +82.2.325.7216 www.leememorial.or.kr

본 전시는 현재의 청년작가들이 그리는 '80년대'와 '열사'에 대한 것이다. 특히 이한열기념관이 박물관으로 새롭게 재개관되는 것을 기념하여 기획된 특별전이다. 재개관과 더불어 '열사'라는 과거의 상징을 동시대와 소통할 수 있는 젊고 새로운 이미지로 개편하고자 마련한 전시이다. "열사에서 친구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민중미술작가 박경효, 팝아티스트 강영민, 낸시랭, 임경섭, 그리고 젊은 작가 차지량, 홍태림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번 전시는 '이한열'을 중심으로 세대 간의 교차와 '청춘'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제시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 이한열 기념관

강영민_이한열 썩소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스프레이 페인팅_154×94cm_2014
낸시랭_이한열 기념관_C 프린트_43.5×29cm_2013
박경효_세월이 흘러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사진 프린트_116.8×80.3cm_2014

우리는 취약한 세대인가? ● 나라에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지금이 무슨 80년대냐"라는 개탄의 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개탄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 상징어 안에는 모종의 추억이 공유된다. 그리고 그 추억에는 무능한 시대와 세대에 대한 자조 섞인 후회와 비난의 화살이 꽂혀있다. 80년대. 그 열정의 이름, 치열함의 이름, 정의의 이름인 80년대는 그렇게 도깨비처럼 끊임없이 출몰하고 있다. ● 이 전시는 지금의 청년작가들이 그 80년대와 열사를 그려 보는 전시이다. 80년대를 유년 시절로 보낸 우리는 개탄과 추억의 자격에서 박탈당해 있다. 그들이 거리에 나와 화염병을 던지고 친구의 죽음에 아파할 때, 우리는 취업공부를 위해 카페에서 죽치고 앉아있거나, 그것도 안 되면 힙스터가 되기 위해 거리를 배회했다. 설상가상으로 공시적 관점에서 보자면, 장성한 80년대의 청년들이 중산층으로서, 깨시민으로서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면, 오늘날 청년들은 그들이 씌워준 '88만원 세대'라는 오명을 어쩔 줄 몰라 하며 스펙만능주의자 혹은 잉여로 남아 소비하고, 소비되고 있다. 분명, 이 두 청년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이 전시는 이러한 간극을 다른 방향으로 읽어 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읽어내는 주체를 바꿔보려는 것이다. 관습에 매몰되어 있는 기억은 그만두고, 적극적으로 기억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열사를 친구라는 이름으로 불러 우리 옆에 세워 놓으면 어떤 새로운 문맥이 생길지에 대한 의문으로 젊은 작가들이 모였다. ● 강영민은 썩소(썩은 미소의 준말로,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불편한 감성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비웃음의 일종)를 짓고 있는 이한열을 그렸다. 냉소와는 다르게 썩소는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의도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상대에 대한 일말의 진심어린 애정과 걱정을 품고 있다. 과거의 청년과 지금의 청년이 서로 마주보게 된다면 서로에게 썩소를 짓지 않을까. 낸시랭은 박정희와 이한열의 사진을 이어 붙였다. '박정희'와 '이한열'은 한 공간에 들어오면 '안'되는 극적으로 다른 진영에 속해있다. 이 둘을 잇는 것은 진부한 진영논리에서 벗어난 다른 수위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임경섭_열사에서 일꾼으로_C 프린트 포스터_53×38cm_2014
차지량_한국난민판매 이한열_싱글채널 영상_2014
홍태림_머금고 흐르는 시리즈_종이에 연필_27×39cm_2014

임경섭은 지방선거에 출마한 이한열을 상상해 보았다. 6.4지방선거 시기와 맞춰 이한열을 서대문 구의원으로 출마시키고, 전시 오프닝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실제로 많은 386들이 정계에 진출하여 진보진영을 구축하였고, 지금 그 진보진영은 '무늬만 진보'라는 비난을 받으며 위기에 처해있다. 이와 연결해서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 홍태림의 「머금고 흐르는」시리즈이다. 홍태림은 1987년 독재정권을 결정적으로 물러나게 한 이한열의 최루탄 사건과 2011년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한나라당의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던진 사건, 이 두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써진 최루탄 SY-44에 착안하여 그 아이러니에 대한 작업을 했다. 차지량은 조금 더 먼 미래인 2024년을 상상했다. 우리가 기대고 있는 시스템들이 조금씩 틈을 드러낼 때 삶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그 시스템의 균열은 미디어나 가족, 혹은 국가시스템에서 생겨날지도 모른다. 이런 상상으로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에 성행할지 모를 '한국난민판매'에 이한열을 초대했다. 박경효는 이다음 청년세대가 될 지금의 10대와 이한열을 교차시켰다. 안녕과 더불어 안전마저 보장받지 못한 채 청년을 맞이하고 있는 10대 딸을 안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 과거의 청년과 지금의 청년의 삶은 그 모습은 다르지만, 그들이 단절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조카와 삼촌으로, 제자와 스승으로 연결되어 있고, 계승되고 있다. 이 연결 고리들을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틀어본다면 차가운 비난을 넘어 서로의 취약함을 보듬어 주는 따뜻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지 않을까? ■ 이민지

Vol.20140609c | 열사에서 친구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