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일 일과 생활

2014_0618 ▶︎ 2014_0726 / 일,공휴일 휴관

김소희_밥_도서관 반납 확인증, 자료위치안내증_가변설치_2014

초대일시 / 2014_0618_수요일_06:00pm

신한갤러리 역삼 기획 공모展

참여작가 김소희_김수정_이정우_이현지 임영주_전희경_최윤석_최정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신한갤러리 역삼 SHINHAN GALLERY YEOKSAM 서울 강남구 역삼로 251 신한은행 강남별관 B1 신한아트홀 내 Tel. +82.2.2151.7684 www.shinhangallery.co.kr

작가의 작품과 그의 삶은 얼마나 닮아 있을까? 분명 작가의 작품엔 그의 개인적인 생활의 모습이 깃들여져 있을 것이다. 예컨데 작가의 거주 환경, 그들이 먹는 음식, 입는 옷, 보고 듣게 되는 경험 등 작가를 둘러싼 여러 요소들이 반영되어 작품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작가(생활)와 작품(일)간의 관계는 독립된 두 가지 영역으로 존재하며 서로간 끊임없는 수렴과 견제를 반복하지만 결국 종국에는 '어디까지가 일이고, 어디까지가 생활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만다. 그렇다면 이렇게 부지불식간 희미해져 버린 경계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 전시는 동시대의 각기 다른 시각 예술 분야의 아티스트 8명의 삶을 엿보는 기회를 통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얻고자 한다. 작가들이 현재 주력하고 있는 작품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예술가의 오브제'를 진열하는 방식의 전시는 작가의 생활을 밀접한 거리에서 촬영한 영상작업을 함께 상영함으로써 그들이 지금 영위하고 있는 '생활'의 영역을 드러내 보일것이다. 여기에 작가들의 '일'이라 여겨지는 미술 작품들은 자료화된 문서형태(포트폴리오)로서, 특별히 제작된 테이블 위에 비치되어 관객들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이러한 주객이 전도된 듯한 상태의 대비를 통해 작가들의 일상적인 삶과 그들의 작품이 전시 안에서 동등한 위치에 놓여지길 바란다. 그리고 이로 하여금 단순히 안과관계로 여겨졌던 두 영역의 관계 구조가 새로운 형태로 모색 가능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 ■ 최윤석

김수정_Ways_종이에 잉크젯_29.7×21cm×33_2014
이정우_Short Listed_found objects_가변크기_2014

당신은 예술가입니까? ● '예술가란 무엇인가?' 라고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본 적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답변은 '예술가란 자신이 하는 일을 예술이라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사람들'이었다. 부루스 나우먼은 재료를 살 돈이 없었기 때문에 텅 비어버린 작업실에서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였다. 그는 예술이란 '예술가가 하는 일'이라고 결론짓고, 스스로를 관찰하였으며, 그가 존재하는 공간에 대해 질문하고, 행위에 몰두하였다. 그의 말처럼, 그들의 말처럼 예술이란 '예술가가 하는 일'일까? ● 1960년대 이후 예술가들은 사회 안에서 자신의 역할이 지닌 한계치를 끊임없이 확장하는 새로운 예술실천을 지속해 나아갔다. 그 중 '예술가의 생활', '예술가의 일'은 그들의 주된 관심사였으며, 일련의 예술활동에서 생활과 일의 경계가 모호해진 지는 오래다. 도미니크 곤잘레스-포스터의 자서전 집필해주는 사무실, 크리스틴 힐의 여행사와 요가 교실 등 작가가 기존의 직업을 경험하고 이를 예술 안에서 재맥락화함으로써 이를 통해 사회적 관계와 현실 속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차용했다면, 안드레아 프레이저와 소피 칼은 본인의 일상을 고스란히 노출함으로써 '예술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들이 추구하는 전략은 다양하다. 직업적인 분리가 있었던 업무들의 경계가 희미해진다는 것은 새로운 무엇인가가 만들어짐을 기약하며, 예술가들의 접근방법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이현지_Daily Farming_솔방울, 너트, 볼트, 나무_가변설치_2014
임영주_보송 보송 새 사월 향 내_ 순면100% 남자 내의 6벌, 다우니 에이프릴 프레쉬 향, 선풍기_가변설치_2014

『생활과 일, 일과 생활』은 여러 면에서 흥미로운 전시이다. 이 전시는 이제 막 미술계에서 활동을 시작한 신진작가 8명의 생활에 주목한다. 생활이 확장되어 예술실천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걸까? 참여작가이자 기획자인 최윤석은 작가들에게 본인, 즉 예술가의 '일'에 해당하는 작품은 포트폴리오 형태의 문서로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그들의 작업과정에서 생산된 오브제와 일상을 담은 영상물을 제작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예술가의 생활과 일의 영역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생활'을 부각시킴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적나라하게 그들의 일상을 노출시킨다. 전시 참여작가 중 몇몇은 의식적으로 생활과 일의 경계를 구분 짓고자 노력하며, 몇몇은 일상을 심화시키고 생활의 연장선상 중에 발생한 결과물을 통해 예술활동을 영위해나간다. 전시장에는 그들의 실제 모습, 목소리, 사용하는 물건, 향기, 취향이 전시되며, 그들의 실제 '작품'은 누군가 열어보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덮인 문서로 존재한다. ● 이번 전시가 기존의 전시와 다른 또 하나의 지점은 작가의 작품이 아닌 그들의 '오브제'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흔히 전시장에서 오브제들은 발언의 한 요소로 활용되며 적절하게 배치됨으로써 고정된다. 하지만 이 전시에서 오브제의 존재는 특별하다. 완결되지 않은 어정쩡한 상태의 오브제의 형성 과정이 노출될 뿐만 아니라 예술활동의 결과물은 아니지만, 그 과정 중에 있거나, 혹은 어떠한 내러티브가 형성된 의미가 생겨버린 물건으로 전시장 안에 들어옴으로써 작업이 되는 아이러니함을 지니게 된다. 이 오브제들은 시간의 지속적인 상황 속에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결과물들로 작가들이 처음부터 작품으로 염두에 두고 제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시장에 전시되는 순간, 오브제들은 의미가 생기고 작품으로 읽히게 되며, 고흐의 신발이 부재하고 있는 신발의 주체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제공하는 것처럼, 그들이 전시장에 남긴 오브제들은 그들의 작업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단서로 제공되지만, 이와 동시에 작가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존재로 기능한다. 하지만 여기 모인 작가들에게 그 해석의 순간은 공유되지 않는다. 작가는 전시 설치 후 그 뒤로 다시 사라지지만, 관람객은 김소희의 영수증을 통해 그녀의 취향에 대해 상상하면서 그녀의 실물을 보게 된다. 이정우의 수집행위에서 '예술가다운' 면모를 발견할 수도, 최윤석의 신발에서 고흐의 신발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임영주의 내의에서는 다우니 향기를 기억하고 그 향기를 맡을 때마다 그를 떠올릴 수도 있다. 최윤석은 기획의도에서 작가들의 삶과 작품이 전시장 안에서 동등한 위치에 놓여있길 바란다고 하였다. 이를 통해 그들의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이 뒤섞여 새로운 해석의 장이 마련되고 흥미로운 지점들이 발견될 것이다.

전희경_이중 조건_플라스틱 용기_가변설치_2014
최윤석_코바늘자_털실_가변크기_2014
최정_The Drugs-내가먹었던_플라스틱(경구용 알약)_15×10cm_2014

이러한 접근과 주제가 새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 그 안에서 차이는 존재한다. 얼마 전 두산 갤러리에서 선보인 전시 『본업: 생활하는 예술가』(이하 본업)는 여러 부분에서 『생활과 일, 일과 생활』 전시와 맞닿아있다. 두 전시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작가들의 공통된 화두를 살펴보고, 예술과 현실이 만나는 지점에서 내러티브가 힘을 갖고 현실을 재해석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본업』은 1970년대 신자유주의가 시대의 이슈가 된 이후, 한국의 20~30대 젊은 예술가들의 삶을 조명하였다. 고용불안과 불확실한 미래를 겪으며 예술활동과 경제활동을 해나가는 작가들의 힘든 현실적 상황과 이를 반영한 결과물에 주목하였다. 두 전시를 사회적 관계와 자아 사이를 오가는 일종의 '반영'이라고 칭한다면, 예술적인 개입이 가진 윤리적 측면보다는 개입의 종류와 이에 반응하는 전시기획에 있어서의 전략을 차별화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예술가에게 작업과 생활은 분리될 수 없으며, 이 둘은 연장선상에 있기도, 확장되기도 하며, 그들의 일상이 심화되어 예술가의 일로 발현되기도 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들은 더 이상 예술 활동을 통해 재화가치를 생산해내기 힘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자립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들은 각종 레지던시와 기금지원을 통해 상당 부분 활동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동기를 부여 받는다. 작가들의 생활이 작품에서 나타나는 수행성으로 시각화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들의 삶의 단편을 기록하고 드러냄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모습과 동시대 작가들의 현재를 되돌아보게 된다. ● 일련의 이러한 예술실천과 시도들은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비평적 기준들을 시기적절하게 제시한 전시를 통해 현장비평의 기능을 수반하고자 한다. 미학적 판단과 예술 형태에 대한 비평은 물론 관람객과의 상호관계에 대해서도 단순한 '참여'를 유발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유하게 한다. 이로써 전시는 전시장에서 끝나지 않고 관계예술로 기능하며 하나의 예술형태로 전환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그들의 생활이 일의 결과물로 전환된다면, 그들이 하는 일은 예술이 된다. 진정한 예술가는 신비스러운 진실을 밝힘으로써 세상을 돕는다는 부루스 나우먼의 말처럼 여기, 예술가들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가들이 있다. 이들은 진정한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전시는 과연 어떤 식으로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 홍이지

Vol.20140619e | 생활과 일 일과 생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