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향

윤세영_이선희 2인展   2014_0621 ▶︎ 2014_0703 / 백화점 휴점시 휴관

윤세영_그 해 봄 The spring of the year_종이에 채색_162×130cm_2014

초대일시 / 2014_0621_토요일_03:00pm

관람시간 / 10:30am~07:30pm / 7월3일_10:30am~06:00pm / 백화점 휴점시 휴관

롯데갤러리 광주점 LOTTE GALLERY GWANGJU STORE 광주광역시 동구 제봉로 225(대인동 7-12번지) 광주은행 본점 1층 Tel. +82.62.221.1807~8 blog.naver.com/glotteart

감성에의 천착, 교감의 실현 ● 우리가 인식하는 여성성의 특질을 생각해본다. 성(性)의 사회적인 역할 범주를 깊이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흔히 여성다움이란 그것이 본연적인 감성의 영역이라기보다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요구되어 온 여성으로서의 역할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체화된 것이 아닌가 싶다. 모성이나 섬세함 따위의 감성을 여성 본연의 가치로 동일시화 하는 과정 또한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여겨진다. 초여름이 시작되는 절기, 롯데갤러리에서는 두 여성작가를 초대한다. 굳이 여성작가로 규정하는 모순을 차치하고서라도 두 작가의 작업 성향에서 느껴지는 밀도감은 여성성의 순기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외부로부터 경험하고 체득한 다양한 감수성은 각자가 지니는 내적 감성과 어우러지며 특유의 농밀한 화면을 구사하는데, 그것이 시간성의 축적, 혹은 시선의 동질화를 통한 교감이라는 형태로 이어지며 보는 이에게 평안한 감정을 선사한다. 두 작가가 다뤄온 채색화의 물성 또한 다분히 한국화의 매력을 전달하는 데 적절한 것이다. 현대미술 안에서 평면 작업, 혹은 회화라는 큰 범주 안으로 편입되는 한국화가 그 장르적 속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흐름에서, 이들의 작업관이 새삼 반가운 울림으로 다가온다면 과장일까? 섬세한 감성과 내용으로 쌓아 올린 물기 머금은 색감과 분채와 석채 등으로 여러 번 중첩된 부드러운 색조, 적절한 여백으로 내용 전달의 체감을 증폭시키는 두 작가의 화법은 그들이 지니는 예민한 감성과 일치되어 근사한 화폭을 구축하게 한다. ● 윤세영 작가의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시간성, 그리고 작업의 풍부한 내용을 이야기해보자. 시간성이라 함은 과정의 가치를 중요시한다는 의미이다. 형식과 내용면에서 평면의 화면에 구사하는, 의미 그대로의 즉물적인 평면성이 아닌 역사적인 사건을 모티브로 드러낸 인간 삶의 아픔들, 혹은 사람살이의 일상에 내재된 소외와 우울함 등을 작업 과정에 오롯이 투사시키며 그만의 집적된 작업세계를 제시한다. 메시지에 깊이감을 부여하는 푸른 색조는 크고 작은 물결이 응축된 화면 위로 덧씌워지며 그리움, 기억 등의 작가 나름의 서정으로 치환된다. 그러한 서정이 공감을 형성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화폭의 기운을 서로 공유하는 힘, 즉 창작 영역에서의 의미 있는 소통이 더욱 크게 발휘될 수 있다면 좋겠다. 아픈 4월을 담아낸 듯한 봄 연작과 일련의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아련한 감정들이 뜻 그대로 '아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 작가가 제시한 시선의 흐름과 화폭의 공기에서 감정적 교류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이선희 작가의 성향도 그 교감의 중요성에 몰입한다."시선이 머무는 곳에 따라 감춰진 감정의 조각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하고, 그 감정이 연루된 공간 안에서 교감을 이끌어 내려는 데 목적이 있다"는 작가의 언급을 염두에 둘 때 작품의 향수자에게 수동적이고 피상적으로 보여지는 객체로써의 보는 이가 아닌 유사한 정서와 감성적 모티브를 공유하는 화자로서의 위치 선정을 바라고 있다. 사색의 순간을 표현한 듯한 화면 구성의 주요 인물은 주로 여성들이다. 감정의 편린들이 떠도는 찰나의 프레임은 작가 특유의 정적인 화면과 뒤섞이는데, 여백으로 표현된 넉넉한 공간 안으로 여성 특유의 예민한 정서가 감지된다. 간접적인 자아의 투영이기도, 더불어 범속한 삶의 회한들을 함께 공유하기 위한 의도이기도 하다. 등을 보이고 돌아선 인물이 응시하는 곳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어떠한 감정을 드러내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시선의 향수자는 유사한 제스쳐를 취하며 다양한 사유의 파편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 예술을 향유함은 단순히 장식성의 집중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제법 보기 좋고 그럴싸해 보일지라도 그 안에는 창작자의 삶이 투영되어야 하며, 보는 이의 삶에 비춰 진실된 교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흔히 말하는 여성성이 수공예적인, 다시 말해 보여지기 위한 행위의 산물로 전락되기 보다는 살아감의 과정과 다양한 생의 편린들을 드러냄으로써 특유의 섬세함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작품으로 하여금 진한 여운을 느끼고 나를, 내 삶을 반추하게 하는 힘, 그러한 창작의 체취를 두 작가에게서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고영재

윤세영_너의 봄 your spring_종이에 채색_92×117cm_2014
윤세영_노란 리본 yellow ribbon_종이에 채색, 지점토_20×25cm_2014

쌓이다 something_Like being filled up over ● 나는 무엇이 생겨나기까지의「과정」을 평면 회화와 사진, 동영상을 통해 작품화 한다. 회화 작업에서 주로 사용되는 푸른색의 석채나 분채, 은분은 아교와 함께 수 십 번 겹쳐 칠해야만 나타난다. 시간이 필요하다. 깊고 어둡다. 반면에 즉각적인 표현이 가능한 지점토는 가볍지만 생동감이 있다. 천연펄프가 주원료인 지점토는 단단한 조직의 한지인 장지와 아주 잘 결합된다. 평면과 입체, 무거움과 가벼움으로 대비되는 이 재료는 이면을 표현하기에 적절하다. 그림을 그리면서 반복적으로 뒤로 물러나 작품을 관찰한다. 그리고 그 순간을 사진으로 한 장씩 기록하며 작업을 한다. 작품이 완성되고 나면 그 시작과 끝을 사진을 통해 볼 수 있다. 수 백 장이 넘는 사진들은 다시 짧은 시간의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재생된다. 그 동영상 안에는 내가 직접 채집한 빗소리나 파도소리, 특별한 음악 등이 결합된다. ● 평면 회화 작업과 함께 첫 화면에서부터 시작된 사진 촬영은 마지막 완성까지 함께 진행된다. 그렇게 쌓인 사진들이 완성 작품과 함께 또 다른 작업으로 디스플레이 된다. 또한 그 사진들의 모음이 같은 공간 다른 면에서 프로젝터나 아이패드 평면 화면 속에서 동영상으로 시연된다. (* 한 장의 완성된 회화작품-> 작업 과정을 찍은 사진들의 집합-> 동영상 / * 동영상-> 작업 과정을 찍은 사진들의 집합-> 한 장의 완성된 회화작품)

윤세영_파랑 波浪-그리움 The waves-Longing for someone_종이에 채색, 지점토_92×117cm_2013
윤세영_닿을듯한 그리움 touch the longing for someone_종이에 채색, 스크래치_80×116.8cm_2014

개인사에서부터 역사의 특별한 사건까지, 내가 모티브로 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시간의 축적이다. 작품을 구상하고 나면 그것의 과정을 마음속으로 상상하거나 실제 사건을 추적하여 고증한다. 마음속에 떠올린 그 이미지는 작품의 실제 완성까지 이러저러한 변수를 포함하며 서서히 쌓여간다. 중간 중간 표현되는 이미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의 과정 속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람들은 보통 마지막 결과만으로 많은 것을 판단한다. 그것이 이뤄지기까지의「과정」속 의미들에 대해서는 물증이 없으므로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나는 작업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순간을 기록하고 단서를 제시한다. 지금의 결과가 있기까지 이런 과정들이 분명 존재했던 것이라고. ● 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사물, 사건에는 그것이 이루어지기까지 지난한 과정이 있다고 생각 한다. 많은 사람들의 눈물이나 땀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것. 무엇이 차오르기까지 걸리는 시간, 아픔, 노력 등이 그 속에 들어있다. 눈에 보이는 객관적인 현상, 결과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시선이 곧 내 작업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주제이다. ■ 윤세영

이선희_꽃 바람결에..._마직에 분채_73×91cm_2013
이선희_꽃 반지_마직에 분채_76×100cm_2014
이선희_바람이 불면..._마직에 분채_83×160cm_2014

나의 작업은 '시선의 정지된 순간'이 아닌, 작가가 그려낸 '시선이 머무는 곳'에 따라 감춰진 감정의 조각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하고 그 감정이 연루된 공간 안에서 교감을 이끌어 내려는데 목적이 있다. 여기서 서술하는 '시선'은 일방적으로 '본다'의 의미가 아니라, 주고받는 것으로써의 교감을 통해 그린 이(작가)와 보는 이(관객)가 서로 감정의 형태를 이해하도록 하는 촉매이며, 보는 이(관객)와 '시선이 머무는 곳'을 공유하는 '감정적 교류'를 의미한다. 화폭 안에서 자유롭게 시선이 향하는 대로 머물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투영되어 화폭에서 보여주는 대상과 바라보는 대상간의 거리가 좁혀지고, 함께 공존하듯 감정의 공유를 이끌어 낸다. 화폭 안 인물들의 행위나 감정이 보는 이에게 전달됨으로써 마치 찰나를 담아내는 스냅사진처럼, 일종의 간접적 추억을 공유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부여한다.

이선희_하늘을 담다._마직에 분채_76×100cm_2014
이선희_닿을 수 없는_마직에 분채_100×100cm_2014

이번 전시에서는 유독 꽃을 많이 담아내고 있다. 화폭 속 꽃의 이미지는 후각을 통한 직접적인 향기가 아닌, 마치 꿈속에서 거닐었던 꽃길과 같은 아련한 기억속의 향기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은은하게 남아있는 향기처럼 누군가의 추억은 이미지화된 꽃을 통해 발현된다. 뒷모습에도 분명 표정이 있다. 오히려 더 정직할지도 모른다. 먼 곳을 응시하는 여자의 머리카락이 한 올 한 올 목덜미를 간지럽힌다. 등 돌린 뒷모습은 나를 쓸쓸하게 하지만 동시에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동질감도 들게 한다. 작위적인 감정의 잉여를 걷어내고 감정전달의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기 위하여 얼굴표정을 감추었다. 또한 텅 빈 공간(여백)은 보는 이의 감정흐름을 여유롭게 해, 그림과 유기적으로 작용하도록 하였다. ■ 이선희

Vol.20140622a | 잔향-윤세영_이선희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