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우리는 살고 있다

송미경展 / SONGMIKYUNG / 宋美京 / video.installation   2014_0620 ▶︎ 2014_0710 / 월요일 휴관

송미경_The Silence 2013-04_디지털 프린트_가변크기_2013

초대일시 / 2014_0620_금요일_07:00pm

관람시간 / 12:00pm~08:00pm / 월요일 휴관

막사(플레이스막) MAKSA(placeMAK) 서울 마포구 연남동 227-9번지 Tel. +82.17.219.8185 www.placemak.com

사라져가는 것들을 위하여 ● 사람이 살았던 자리, 삶이 있던 자리는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날 그 소리들이 사라져 버렸을 때, 작가는 머지않아 그곳도 곧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간은 텅 비어 있었고, 남아있는 것은 폐허된 건물과 침묵뿐이었다. 송미경 작가의 첫 개인전 『침묵: 우리는 살고 있다』는 재개발지역인 안양시 덕천마을을 영상으로 담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20년 넘게 살아온 지역이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 과정을 기록하기로 결심한다. 2006년부터 재개발지역으로 확정되어 지역주민들과 마찰이 있었던 이 지역은 2013년쯤엔 100여명의 거주민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작가는 그 해부터 영상을 찍기 시작했고, 작업을 마칠 때쯤 덕천마을은 완전히 사라졌다.

송미경_The Silence 2013-11_디지털 프린트_가변크기_2013

기억을 기록하는 방법 ● 폐허가 된 공간, 생의 기운이 빠져나간 지역에서 받았던 첫인상은 비어있음이었고, 그것은 곧 상실을 의미했다. 공간의 상실은 그 안에서 생성된 기억의 상실과 함께 훗날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를 이어줄 수 있는 추억의 연결고리 역시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했다.

송미경_The Silence 2013-09_디지털 프린트_가변크기_2013

기억을 기록하기 위해서 시작된 이 작업은 '침묵 프로젝트' 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름처럼 이곳을 기억하고 다녀간 누군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작가는 텅 빈 공간에 '침묵'이라는 글자들을 스프레이로 새겨두었다. 곧 사라질 것이지만 누군가에 의해서 기억되는 장소, 그 안의 모습, 침묵마저도 모두 기록되었다. 그리고 예전에 이곳에 가득 차 있던 삶의 소리를 불러들이듯 폐허가 된 공간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텅 빈 공간에 소리를 불러일으키는 행위를 통해 작가는 이곳을 기억하고자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상실을 위로하고 달래고자 하였다. 이때의 기록물들은 설치와 퍼포먼스를 통해 재현될 예정이다.

송미경_The Silence 2013-12_디지털 프린트_가변크기_2013

모든 것이 사라져가는 과정 속에서도 삶은 여전히 지속된다. ●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침묵했던 폐허된 지역, 이곳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살고 있었다. 영상 속에서 스프레이로 표시된 문구들은 그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작가가 새겨둔 '침묵'이라는 글자를 제외한 다른 문구들은 주민들 스스로가 적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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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설치된 두 대의 영상물 중 하나는 작가의 시선을 통해 이곳의 상황을 보여주는 기록물이며 다른 하나의 경우, 새로운 시선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두 대의 카메라로 촬영을 했던 작가는, 어느 날 카메라를 설치하던 중, 한 대의 카메라를 분실하게 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찾은 카메라는, 전원이 꺼지지 않은 채로 계속 작동되고 있어 분실과정을 모두 담고 있었다. 몇 번이고 행방을 물었지만 '모른다'로 일관되었던 주민들의 대답. 그리고 그분들 중 한명이었던 중국집 사장님의 손으로 옮겨진 카메라. 그것은 어쩌면 작가가 이 지역을 기억하기 위해서 기록하듯이, 누군가 여전히 이곳에서 살고 있음을 온 몸으로 표현했던 주민들의 의사였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그곳에서 살아왔으며, 여전히 살고 있고,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고 싶음을 말이다. 이번 전시는 위의 에피소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영상속의 카메라는 스스로 화자가 되어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듯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송미경_The Silence 2013-08_디지털 프린트_가변크기_2013
송미경_The Silence 2013-11_디지털 프린트_가변크기_2013

다시,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억하며 ● 오늘날 도시화의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문제점은, 개발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지역 주민들의 보장받지 못한 삶일 것이다. 이것은 비단 덕천마을의 문제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일수도 있음을 기억하며, 이 시간에도 사라져 가는 이름 모를 기억들을 위하여, 짧은 애도의 묵념을 남긴다. ■ 한수지

Vol.20140622c | 송미경展 / SONGMIKYUNG / 宋美京 / video.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