治癒庭園圖 healing garden

김양희展 / KIMYANGHEE / 金良姬 / painting   2014_0623 ▶ 2014_0710

김양희_Spring breeze_캔버스에 유채_194×112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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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_11:00am~05:00pm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ARTSPACE H 서울 종로구 원서동 157-1번지 Tel. +82.2.766.5000 www.artspaceh.com

김양희의 정원을 걷다 ● 녹색의 푸르름 속에 보이는 노랑과 보라의 흔들림. 그 황홀한 손짓에 이끌려 다가가 본다. 다섯 개의 돌계단이 노란색 꽃 더미 속에 묻혀 저만치 놓여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정한 돌계단이 어딘가로 들어가는 입구임을 은밀히 알려 준다. 황홀한 손짓에 이끌려 정신없이 그곳까지 왔지만, 막상 그 돌계단을 마주하니 조금은 망설여진다.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선뜻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발 앞에 놓인 보라색 꽃 연못이 나를 더 망설이게 한다. 계단에 오르려면 조금은 넓은 보폭으로 그 꽃 연못을 껑충 건너뛰어야 한다. 혹여 그 꽃 연못에 발이 빠지기라도 하면 꽃들은 내 발에 밟히게 될 것이다. 돌계단 뒤로 보이는 가지만 앙상해 보이는 나무도 나를 위협하는 것 같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뎌 본다.

김양희_Spring breeze_캔버스에 유채_194×112cm_2014
김양희_Spring breeze_캔버스에 유채_61×73cm_2014

돌계단을 올라 들어온 정원은 초록의 싱그러움으로 빽빽하다. 길을 따라 걸으며 간간이 보이는 보라색 꽃 몇 떨기가 차분히 나를 반겨 준다. 가지만 앙상해 보이던 나무들이 무르익은 봄의 푸르름을 한껏 머리에 인 채 싱그럽다. 입구에서는 보이지 않던 하늘도 저 멀리 조금 내 눈에 들어온다. 꽃들의 화려함도 푸르름 속에서 고요하다. 내 눈은 편안해지고 걱정은 사라진다. 어느덧 차분해진 마음으로 정원의 끝에 이르렀다. 눈앞에 장미 한 떨기가 곱게 피어 있다. 겉꽃잎을 털고 더 아름다운 속꽃잎을 활짝 피우려 하고 있다. 어제의 묵은 나를 털어내면 더 멋진 내가 피어오를 거라는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장미꽃 곁에는 분홍색과 노란색 꽃들이 차분하고 또렷하게 피어 있다. 그 뒤로는 보라색 꽃들이 바람에 날리며 몽환적인 몸짓을 보인다. 보라색 꽃들 너머 푸른 하늘이 눈부시다. 이 모든 것들의 협주 덕분에 나는 위로와 안식을 만났다.

김양희_Spring breeze_캔버스에 유채_61×73cm_2014
김양희_Spring breeze_캔버스에 유채_73×91cm_2014

김양희의 '치유 정원(healing garden)' 세 폭은 작가의 은밀한 정원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리고 꽃과 풀과 나무와 하늘로 위로와 안식을 준다. 이번 김양희의 전시는 그간의 전시와는 달리 차분하다. '집착(obsession)'의 김양희는 강렬함으로 꿈틀댄다. 끈적끈적 흐드러지며 흘러내리던 붉은 양귀비꽃의 욕망이 화면 가득 강렬하다. '춘풍(spring breeze)'의 김양희는 원색의 화려함으로 우리를 압도한다. 인생을 멋지게 노닐자며 화려한 색감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이번 '치유 정원(healing garden)'에서 김양희는 이전과는 다른 성숙한 매력을 발산한다. 화면을 가득 채운 녹색이 보라색, 노란색과 차분히 어울어지며 원숙한 화려함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두껍게 덧바른 유화 물감의 두께감이 화려함으로 피어난다.

김양희_Spring breeze_캔버스에 유채_91×117cm_2014
김양희_Spring breeze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14

김양희의 그림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는 단연 꽃이다. 집착에서도 춘풍에서도 그리고 이번 치유 정원에서도 김양희의 그림에는 늘 꽃이 등장한다. 하지만 각 전시에서 꽃은 약간 다른 의미를 갖는 듯하다. 꽃은 '집착'에서 화려하고 강렬하게 꿈틀대는 욕망이고 '춘풍'에서 송이송이 흩날리는 바람이다. 하지만 이번 '치유 정원'에서 만난 꽃들은 더 이상 꿈틀대는 욕망도, 흩날리는 바람도 아니다. 욕망도 지나고 바람도 지나 이제는 주변과 함께할 수 있는 '성숙'이다. 작가는 지금까지 꽃에만 집중했던 시선을 확장하여 그 꽃이 피어 있는 맥락을 화폭에 담고 있다. 작가는 이제 꽃을 지탱해 주고 있는 줄기와 잎에도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더 시야을 넓혀 꽃이 피어 있는 정원 전체를 조망한다. 화폭 위의 꽃들은 이제 어울려 피어나 서로를 응원하고 서로를 위로한다.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치유 정원의 김양희는 이렇게 자신의 아픔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주변의 아픔도 보듬어 품으려 한다. 그래서 김양희의 정원은 우리의 아픔을 치유하는 힘을 지닌다. 김양희의 은밀한 정원을 천천히 걸으며 오늘을 위한 위로를, 그리고 내일을 위한 응원을 받아 보자. ■ 신지영

Vol.20140623c | 김양희展 / KIMYANGHEE / 金良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