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말한다

석수선_신주희_임선희展   2014_0626 ▶ 2014_0706 / 월요일 휴관

석수선_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_종이에 인쇄_75×105cm_2014

초대일시 / 2014_0626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15번지 SPACE 15th 서울 종로구 통의동 25-13번지 102호 Tel. 070.8830.0616 www.space15th.blogspot.kr

당신은 말한다 1) ● 당신의 입이 벌어진다. 들숨과 날숨이 입속을 간지럽힌다. 빳빳하게 혀가 솟아오른다. 바르르 떨리는 목젖 끝에서 나는, 잉태된다. 나는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 2) 나는 죽을 줄을 몰라서 태어난다. 구름처럼 가볍고 바람처럼 분방하게 시시각각 자꾸 태어나기만 한다. 당신의 입은 나의 자궁일 순 있지만 나의 무덤일 수는 없다. 당신의 입을 떠난 나는 또 다른 당신의 입 속에서 몸을 섞는다. 비슷비슷한 것들로 분열과 결합을 반복하는 나는 자웅동체 3). 하나로 머물지 않는다. 그리고 그게 나의 정체다. 당신과 당신들 사이를 부유하는 나를 당신1은 쓴다. 당신1 4) 은 소설가다. 나는 적당한 이력 5) 으로 당신1을 사로잡았다. 나는 지시 될 뿐 명명될 수 없다. 존재 없는 존재. 나는 클라이맥스를 기대하는 당신1에게 바쳐진 꼭두각시. 입모양을 따라 또각또각, 내가 선택하는 이야기란 없다.

석수선_당신은 말한다_종이에 인쇄_29.7×21cm×2_2014
석수선_당신은 말한다_종이에 인쇄_29.7×21cm×2_2014
석수선_당신은 말한다_종이에 인쇄_29.7×21cm×2_2014
석수선_당신은 말한다_종이에 인쇄_29.7×21cm×2_2014
임선희_당신은 말한다_단채널 영상_00:08:30_2014
당신은 말한다展_스페이스 15번지_2014
당신은 말한다展_스페이스 15번지_2014
당신은 말한다展_스페이스 15번지_2014
석수선+신주희_당신은 말한다_종이에 인쇄_29.7×21cm_2014
석수선_당신은 말한다_종이에 인쇄_29.7×21cm×2_2014
임선희_당신은 말한다_스피커, 사운드_가변설치_2014

그런가 하면 당신2는 나를 그린다. 당신2 6) 는 디자이너다. 나는 의심 7) 으로 당신2를 유혹했다. 나는 가상이며 동시에 현실이다. 존재자 없는 존재. 내가 그곳에 있다고 깨닫는 순간 나는 가뭇없이 사라져버린다. 나는 사라짐으로써만, 사라져 변화됨으로써만 나의 존재를 확인받는다. 그리하여 나는 당신3을 만난다. 당신3 8) 은 미술가다. 나는 당신3을 모순 9) 으로 유혹했다. 나는 당신3을 만나며 깨닫는다. 말은 더 이상 나를 담는 그릇이 아니라는 사실. 나는 의미를 건너뛰어 말의 형상에서 다른 말의 형상으로 전환될 뿐이다. 나는 말의 외피에 다시 말을 들씌운 것. 그러므로 나는 당신들의 입과 눈과 귀를 거친다. 당신들의 혀와 목젖이 출렁일 때마다 나는 나1, 나2, 나3, 나4로 새롭게 분할된다. 소문으로, 풍문으로, 루머로. 블라블라블라블라. 마침내 괴담의 탄생. 당신은 말한다. 그리고 나는 단련된다. ■ 신주희

* 각주 1) 이 작업의 이름은 2014년 작가세계 100호 특집에 발표 된 단편 소설『당신은 말한다』를 인용했다.    세 명의 작자가 모여 '괴담의 탄생' 과정을 소설의 텍스트와 디자인의 텍스트,    영상 매체의 텍스트라는 프레임을 통해 재해석한 일종의 실험 작업이다. 2)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Turritopsis nutricula)는 히드라충강에 속하는 해파리의 일종이다.    전 세계 열대와 온대 지역에서 생활하며, 성적으로 성숙했다가 폴립 상태를 통해 어린 개체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영생불사의 해파리'로도 알려져 있다. 3) 자웅동체(hermaphrodite)는 정상인 상태에서 1개의 개체 속에 암수 양쪽의 생식소(난소·정소)를    가진 것으로 암수한몸이라고 하는데, 이체현상(異體現象)의 원시적인 형태로 간주되는 것이 보통이며,    식물의 경우는 자웅동주(雌雄同株)라고 한다. 4) 당신1 (신주희 愼珠熙)은 2012년 작가세계 신인상에서『점심의 연애』로 등단한 작자. 5) 이 소설가에게 내보인 나의 '이력'은 한동안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중국 베이비시터에 관한 괴담으로 그녀는 이것을 소재로『당신은 말한다』라는 단편을 발표했다. 6) 당신2 (석수선 石水仙)는 디자이너이자 교육자이자 사업가로 잡다한 것을 시도하는 것에 흥을 두는 작자. 7) 이 디자이너에게 '의심'이란 미디어가 실재를 사라지게 했다는 보드리야르의 명제가    현실 재현이 가능한지에 관한 것이었다. 8) 당신3 (임선희 林宣熹)은 낯선 사물에서 드라마를 뽑아내는 것으로 동시대 문화적 삶에 대한 은유를    예술화하고자 시도하는 작자. 9) 이 아티스트에게 '모순'이란 변환 가능한 모든 말이 반드시 거쳐야하는 과정이고,    괴담은 이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Vol.20140626c | 당신은 말한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