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gotten Temperature

장잉난展 / JHANGYINGNAN / 张英楠 / painting   2014_0709 ▶︎ 2014_0817 / 월요일 휴관

장잉난_The Glory of the Interwined_캔버스에 유채_150×200cm_2012

초대일시 / 2014_0709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스케이프 GALLERY skape 서울 종로구 삼청로 58-4 Tel. +82.2.747.4675 www.skape.co.kr

허무의 시대로부터, 소외를 사색하다 ● 장잉난의 그림을 보자 그 시선의 틈을 타 기억을 떠돌던 몇 개의 이미지들이 동시적으로 떠오른다.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쓸쓸한 정취와 연극적 공간 구성, 빌헬름 함메르쇼이(Vilhelm Hammershoi)의 절제된 내부공간과 침묵의 어조, 르네 마그리뜨(René Magritte)의 풍경을 낯설게 하는 초현실적인 상황, 지아장커(Jia Zhangke) 감독의 현대 사회의 음영과 대립적 풍경 등. 장잉난의 그림과 닮아 있는 침묵의 파편들이 그림의 심상을 더욱 자극한다. 깊은 심리적 인상을 남기는 그의 그림이 어디쯤에선가 뇌리에 각인된 심상들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장잉난_The Forgotten Temperature_캔버스에 유채_170×142cm_2014

1981년에 태어나 시안미술학교에서 유화를 전공한 장잉난의 그림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심리적 고독과 고뇌가 짙게 담긴다. 급격한 사회 변화 이후 현재의 중국에 찾아온 인간 소외의 정서는 중국과 한국뿐만 아니라 경제 발전과 도시화를 경험한 여러 사회가 지닌 시대적 증후군이다. 이 허무의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는 일상 속에서의 공허한 실존감, 소외되고 파편화된 삶의 풍경 등 인간의 근원적 고독을 파고드는 회화를 선보인다. 이번의 전시 제목 '잊혀진 온도(The Forgotten Temperature)'는 그의 작품 중 한 제목을 가져온 것이다. 햇빛이 깊게 유입되는 계단 한가운데 누군가가 흘리고 간 파란 장갑이 바닥에 쓸쓸히 남겨진다. 일상에 남겨진 지나간 순간들, 그 망각된 시간을 되돌아보는 작가는 시선 뒤에 남은 공허한 순간을 깊은 사색의 풍경으로 담아낸다. '잊혀진 온도' 외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그의 작품은 '기억의 원점(The Origin of Memory)', '잃어버린 시간(Lost Time)', '뒤섞인 찬란한 빛(The Glory of the Interwined)', '암흑이 있는 곳엔 광명도 있다(There is Darkness, There is Brightness)', '아무도 갈채를 보내지 않는다(Nobody Applause)', '산산조각난 풍경(Broken Embraces)' 등 각기 작품의 언어적 심상이 암시하듯 시적이고 고립된 인상이 짙다.

장잉난_Blue Velvet_캔버스에 유채_150×200cm_2014

그의 회화는 현대인의 일상적 풍경과 자연의 전경을 결합시켜 인간의 소외와 고독, 그리고 이를 초월하는 미지의 세계를 바라본다. 자신의 일상을 바탕으로 하여 재구성된 회화는 절제된 풍경과 심리적 전경을 결합시킨 독특한 화풍을 지닌다. 숲 속에 홀로 놓인 시리도록 푸른 천조각, 깊은 밤 정적이 도는 가운데 쓸쓸히 남겨진 의자와 문 등 사물의 고독한 자취와 초현실적인 상황의 결합은 시적인 연상작용을 일으키며 내밀한 회화의 플롯으로 시선을 이끈다. 자연과 인공적 풍경의 대비는 강렬하지만, 이성과 감성의 불협화음을 포용하는 듯 그림 속 공간은 고요한 사색의 정감을 전한다.

장잉난_The Spring_캔버스에 유채_150×150cm_2012
장잉난_The Origin of Memory_캔버스에 유채_97×130cm_2012

숲 속에 덩그러니 놓인 기하학적 공간의 볼륨, 이 부조화스런 풍경 속에 한 남자가 골몰히 생각에 잠긴다. 작가의 그림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로 시선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들의 얼굴은 항상 다른 쪽, 저 편, 저 멀리의 공간을 향한다. 심지어는 상념으로부터 변신을 한 듯 박스를 머리에 뒤집어 쓴 채 등장하기도 한다. 들판 한가운데 놓인 건조한 아파트 한 채나 숲 속의 슈트케이스도 인물과 비슷한 구도를 취한다. 홀로 남겨짐, 이는 고독한 사회분위기를 대변하는 은유적 장치일 것이다. 그렇게 남겨진 인물과 사물에 시선이 향하자, 보이지 않던 내면의 심상이 풍경 속으로 확장한다. 현실 속에서의 대립과 불협화음, 갈등, 도피, 갈망, 염원 등 여러 심상들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풍경 속으로 흩트려진다. 자연과 일상, 그리고 내면의 심상이 뒤섞인 풍경, 여기 홀로 놓인 사물과 인물은 공허한 심상을 더욱 자극하나, 고립된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면의 심상과 초현실적인 상황의 낯선 결합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와해시키며 관조와 포용의 시선을 유도한다.

장잉난_The Pretender_캔버스에 유채_100×80cm_2011

현대사회는 나날이 빠르고 민첩하게 변하는 과학기술을 따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멀어지고, 핸드폰과 인터넷에 의한 사회적 교제가 생겨났다. 이 사물들 사이에는 내가 어릴 적 산과 산 사이의 외침 속에서 드러났던 분명함이나 따뜻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장잉난, 작가노트 中) 우리를 쫓고 있던 시대의 속도로부터 작가는 잠시 멈춰서 지나간 자취들을 돌아본다. 내면에 깃든 고독과 상실감은 일상을 관조한 가운데 쓸쓸한 공기로 공간에 가 닿고, 시선으로 풍경에 퍼진다. 작가가 회상한 '산과 산 사이의 외침'은 이렇게 현대인의 도회적 고독과 조우한다. 자연과 도시, 내면의 경계가 허물어진 그 풍경 속으로 사람들 사이의 긴 호흡이 머물 것이다. ■ 심소미

Vol.20140709h | 장잉난展 / JHANGYINGNAN / 张英楠 / painting